'대기오염 부실기업' 현대제철의 적반하장

[함께 사는 길] '대마불사 신화' 언제까지…

올해 들어 현대제철이 전국 환경 고발 뉴스의 단골로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환경부가 4월 1일 공개한 '2018년 TMS 부착 사업장의 연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자료에서 2015년 이후 줄곧 1위를 지키던 삼천포화력을 제치고, 드디어 전국 1위에 올라섰다. 더욱이 현대제철은 상대적 지표인 배출량 순위뿐만 아니라 배출량 합계에서도 2018년 2만3292톤으로 전년보다 1443톤이 늘어 절대적 지표도 증가했다.

또한 현대제철은 환경부가 TMS 부착 전국 사업장의 연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공개하기 시작한 이후 2015년도 기준 7위로 시작해 2016년 4위, 2017년 2위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으로 순위가 상승해왔다.

▲ 현대제철이 브리더를 통해 고로 가스를 배출하는 장면. 2019년 4월 11일 오전 6시. ⓒ유종준

대기오염물질 배출 전국 1위

현대제철은 현재 모두 3기의 고로를 가동하고 있다. 4기의 고로를 가동하고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나 5기의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비교하면 가장 수가 적다. 고로의 연간 조강생산능력 역시 현대제철은 1200만 톤 정도로 포스코 광양제철소(1800만 톤)는 물론 포스코 포항제철소(1500만 톤)보다도 훨씬 적다.

더욱이 2010년 고로를 가동하기 시작한 현대제철은 1987년부터 가동한 포스코 광양제철소나 1968년부터 가동한 포스코 포항제철소보다 훨씬 최신설비이다. 고로의 숫자와 조강생산규모도 적고 연식도 얼마 되지 않는데 대기오염 배출량이 가장 많다는 사실은 환경관리에 대한 현대제철의 무관심과 무능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렇다 보니 당진시는 2018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에서 3만8915톤으로 전국 시군구별 배출량 1위를 차지했다. 2위를 차지한 여수시(2만4448톤)보다 57퍼센트나 앞서고 있다. 당진시는 자료가 공개된 2015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이처럼 당진시가 전국에서도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배출량 전국 1위인 현대제철 당진공장과 전국 8위인 당진화력으로 인해 10위권 내에 2개의 사업장이 한 지역에 있는 유일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이 지난 5년간 배출 허용 기준을 초과하는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해 낸 부과금은 16억1516만 원으로 전체 TMS 부착 사업장에서 납부한 배출부과금의 절반에 해당하며 당연히 압도적 전국 1위이다.

감사원이 지난 4월 17일 발표한 '산업시설 대기오염물질 배출관리 실태' 감사 결과에서도 현대제철은 2017년 2월 유독성 특정대기유해물질인 청산가스(시안화수소)가 배출허용기준보다 6배 가까이 측정됐는데도 이 사실을 숨기고 1년 8개월 동안 유독성 물질을 불법 배출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어 일상적인 고로 정비와 재가동 과정에서 비상상황이 아님에도 대기오염물질을 저감장치를 거치지 않은 채 '브리더'라는 긴급밸브를 통해 배출한 사실도 밝혀졌다. 저감장치를 거치고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는 현대제철이 아예 저감장치를 거치지 않은 유독가스를 배출한 것이다. 정상적인 저감장치를 통하지 않고 긴급밸브로 배출했으니, 당연히 공식적인 배출량 통계에도 잡히지 않았다.


조업정지 처분에 '경제 망한다' 적반하장


최근 언론보도에서 현대제철은 2014년부터 대기오염물질 저감장치가 망가진 상태로 5년째 제철소를 가동한 사실도 드러났다. 현대제철은 오염물질 배출량 급증의 원인으로 '설비 증가'를 들어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특히 현대제철은 "2018년 2만3300톤인 배출량을 2021년까지 1만6000톤으로 줄이기 위해 환경 개선에 53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해 홍보해왔는데, 5300억 원 가운데 4600억 원은 고장 난 설비의 교체 비용으로 확인됐다. 고장 설비 교체 비용을 새로운 '환경 투자'처럼 속인 것이다.

현대제철과 관리감독 기관인 충청남도는 저감장치 고장으로 오염물질이 초과 배출되고 있음에도 이 사실을 숨긴 채 2017년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2016년 대비 40퍼센트 줄이겠다는 자발적 감축 협약을 체결했다. 쉽게 말해 '쇼'를 한 셈이다. 저감 기준 시기가 된 2016년은 배출량(2만3477톤)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다. 이때를 기준으로 40퍼센트 저감해봐야 고장 이전인 2014년(1만4978톤) 수준으로 돌아간다.

최근 대기오염물질을 저감장치를 거치지 않은 채 긴급밸브로 배출한 현대제철에 대해 충청남도가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하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철강업계 등에서 함께 반발하고 있는 모양이다.

현대제철은 한국철강협회 등을 통해 충청남도의 조업정지 처분이 미칠 경제적 손실이 막심하다며 행정처분 철회를 요구하는 여론몰이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고로를 3~4일 이상 가동하지 않을 경우 내부 쇳물이 굳어 복구에 3개월이 걸리고 이에 따른 매출 손실은 8000억 원으로 추산된다며 환경단체를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극우 성향의 유튜버들은 관련 내용을 공유하며 전국의 환경단체에 악성 민원전화를 걸고 있다.

그 동안 현대제철과 포스코 등 고로제철소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이 대기오염물질을 함부로 배출할 수 있었던 데는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에 오염물질을 무단 배출했을 경우 처벌이 1, 2차 조업정지, 3차 시설폐쇄로 매우 강력하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큰 역할을 했다. 대기오염물질을 무단으로 배출하더라도 설마 고로를 중단시키겠느냐는 기업의 안이한 의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고로를 중단시킬 경우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데 조업정지라는 극약처방을 할 베짱이 자치단체에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이다.

▲ 현대제철 대기오염 당진시대책위원회는 지난 6월 13일 현대제철 당진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제철의 대기오염 책임 회피를 규탄했다. ⓒ유종준

주민선동 중단하고 대기오염 대책 수립해야

이러한 대마불사의 신화는 대기업이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정정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앤다. 따라서 만약 조업정지로 인한 사태를 우려해 또 다시 그냥 유야무야 넘어갈 경우 현대제철은 앞으로 대기오염물질을 무단으로 계속 배출할 수밖에 없다.

물론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이 내려지더라도 현대제철에서 행정소송으로 끌고 가 또 다시 법원으로부터 기업편향적인 판결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은 필자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경종을 울리지 않으면 대기오염물질 배출 전국 1위라는 당진의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벗기는 어려워진다.

그리고 백번 양보해서 블리더를 통한 배출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최소한 지켜야 할 것도 현대제철은 지키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정기수리 때마다 블리더를 통해 고로가스를 배출해야 한다면 당연히 배출시설로 신고하고 배출부과금을 물었어야 한다. 지금껏 아무 말 없이 몰래 배출하다가 적발되고 나서 부당하다고 강변하는 것은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또한 충남도의 조업정지 조치에 대해 경제가 망한다고 선동하는데 지금까지 관련 규정을 개정해 달라는 말 한마디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무슨 생떼인가. 마치 반칙으로 퇴장 명령을 받은 선수가 규정이 잘못됐다고 우기는 경우다. 규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 진즉에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

법을 위반하고 잘못을 했으면 우선 사과부터 하고 용서를 빈 다음 선처를 구하는 게 순서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 온 현대제철의 태도는 적반하장에 다름 아니다.

물론 지난 6월 12일 비로소 사장 명의로 공식 사과문이 발표됐지만, 지난 5월 처음 사실이 확인된 후 한 달여간 변명으로 일관하고, 충남도의 행정처분 이후 열흘간 여론몰이성 선동을 한 뒤의 때늦은 조치다.

이제라도 현대제철은 충청남도의 조업정지 처분으로 경제가 망한다는 식의 악의적인 선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대기오염물질 저감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수립하고 지역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 길만이 현대제철이 사과의 진정성을 보이는 길이며 지역과 상생하는 길이다. 현대제철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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