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는 쓰레기 수출 대국?

[함께 사는 길] 일회용 제품 퇴출하고 재활용 정책 강화해야

천진난만한 표정의 아이들이 플라스틱 쓰레기가 둥둥 떠 있는 구정물로 아무렇지 않게 세수를 하고, 장난감인지 실제 사용했던 의료용품인지 모를 주사기 안에 정체불명의 액체를 채워 가지고 논다. 쓰레기를 태우며 발생하는 유독가스와 악취는 마을 전체에 어둡게 내려앉은 가난과 함께 깊게 배어든 일상이다. 경제성장을 위해 세계의 쓰레기통으로 전락한 중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조명한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왕구량 감독, 2016)의 한 장면이다. 이 영화는 중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결국 중국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환경오염을 막고 국민의 보건 수준을 향상한다는 이유로 폐플라스틱 등 각종 폐기물에 대한 수입 금지를 단행했다.

세계는 즉각 '쓰레기 쇼크'에 휩싸였다. 지난 30년간 미국, 일본 및 영국과 같은 세계 최대 폐플라스틱 배출국에서 약 1억6800만 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대부분을 중국에 수출했기 때문이다. 영국만 하더라도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수출한 플라스틱의 65퍼센트가 중국으로 갔다. 상당량의 폐플라스틱을 중국에 수출하던 우리나라도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중국에 대한 폐플라스틱 수출량이 90퍼센트나 급감하였고, 지난해 4월에는 재활용품 수거업체들이 폐비닐, 폐스티로폼 등의 수거를 거부해 아파트 단지 곳곳에 쓰레기가 쌓이는 '쓰레기 대란'을 겪었다. 올해 2월에는 플라스틱으로 위장해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했던 한국산 쓰레기가 반송되는 낯 뜨거운 일이 벌어졌다.

▲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차이나> 스틸컷.

선진국의 차기 쓰레기장은 어디인가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 조치 이후 갈 곳 잃은 선진국의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와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지난해 수출한 전체 폐플라스틱 중 80퍼센트를 위의 동남아시아 5개국에 보냈다. 문제는 재활용 폐기물로 둔갑한 불법 폐기물이 수입국에 제대로 신고가 되지 않은 채 밀반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재활용이 어려운 쓰레기들은 현지 주민들이 사는 곳과 밀접한 곳에 방치되거나 소각되어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결국 이들 국가에서도 중국에 이어 폐플라스틱 등 유해폐기물에 대한 수입금지 조처를 내렸다. 베트남은 지난해 7월부터 폐기물 수입 허가 발급을 중단했으며, 말레이시아는 플라스틱 폐기물 공장 114곳의 수입 허가를 취소했다. 태국은 2021년부터 모든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금지한다. 그러나 이런 조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동남아시아 곳곳에 유입되고 있다.

이렇게 선진국이 수출이라는 명분으로 개발도상국에 처치 곤란한 유해폐기물을 떠넘기지 못하도록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협약이 있다. 바로 1992년에 발효된 바젤 협약이다. 우리나라도 94년에 가입해 규제를 받고 있다. 바젤 협약 당사국은 부속서에 명시된 '유해폐기물(부속서Ⅰ)'과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폐기물(부속서Ⅱ)'의 수입 금지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예외적인 상황에서 국가 간 이동을 하는 경우 경유수입국에 사전에 반드시 통보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 불법 거래되었을 경우 원상회복해야 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폐플라스틱은 그동안 바젤협약의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2018년 6월, 노르웨이는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폐기물(부속서Ⅱ)'에 폐플라스틱을 포함하는 내용을 제안했다. 개정안은 주로 개발도상국인 수입국이 사전 통보 절차를 통해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리와 처리하기 어려운 오염이 혼합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수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강조한다. 세계 각지에서 이를 지지하는 거센 물결이 일었고 결국 지난 5월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바젤 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187개국의 대표들이 유해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을 통제하는 바젤 협약의 규제 대상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포함하기로 했다. 앞으로 수출업자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운송하기 전에 반드시 수입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로써 개발도상국들은 원치 않는 폐플라스틱을 어떠한 사전 고지도 받지 못한 채 자국에 떠안는 것을 거부할 권리를 갖게 되었다.

국제 망신당한 한국 쓰레기

지난 3월 미국 CNN 방송은 경북 의성군에 방치된 거대한 '쓰레기 산' 문제를 보도하며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킬로그램으로 세계 최대 수준인 데 비해 폐기물 정책은 형편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의성군의 한 폐기물처리장에는 폐기물 재활용업체인 '한국환경산업개발'이 들여온 폐기물 17만3000여 톤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2014년부터 방치돼 높이 10미터 규모로 쌓인 이 쓰레기 산은 악취와 화재로 인한 연기, 폐수 발생 등의 환경오염 문제로 오랜 기간 지역주민들을 괴롭혀왔다. 국제적으로 큰 망신을 당한 의성군은 발 빠르게 움직여 지난 5월 20일 폐기물 처리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암담한 사실은 전국에 의성군과 같은 쓰레기 산이 곳곳에 방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1톤 넘는 쓰레기 더미의 개수는 235개이며, 그 규모는 약 120만 톤에 이른다. 이 중 절반이 넘는 69만 톤이 경기도에 있으며 다음으로 경북, 전북, 전남, 인천 순으로 분포해있다.

<연합뉴스>는 지난 3월 국내 폐기물 발생량은 최근 10년 사이 15.3퍼센트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폐기물 소각시설은 58.5퍼센트가 줄었다고 보도했다. 폐기물 매립지 역시 포화상태로 가용기간이 3년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폐기물은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처리 용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폐기물 수출 금지, 이번 바젤 협약 개정안 통과 등으로 인해 해외에도 더 이상 폐기물을 '수출'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지경에 처해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해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2022년까지 일회용 컵과 비닐봉지 사용량을 지금보다 35퍼센트 줄이며, 203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을 50퍼센트 줄인다는 목표를 세워 지난해부터는 카페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해오고 있다. 또 올해부터는 소매점과 슈퍼마켓에서 비닐봉지를 무상으로 줄 수 없으며, 제과점은 환경부와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는 자발적 협약을 맺기도 하였다.

▲ 경북 의성군의 일명 '쓰레기 산'. 2018년 11월 모습. ⓒ연합뉴스

일회용 제품 퇴출하고 재활용 정책 강화해야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엄격하기로 유명한 케냐의 경우 2017년부터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비닐봉지를 사용하거나 제조, 수입할 경우 최대 3만8000달러 벌금 혹은 4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받는다. 유럽연합(EU)은 2021년부터 포크, 나이프, 빨대, 면봉, 접시 등 플라스틱으로 만든 10개 종류의 일회용 제품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2025년까지 비닐봉지 사용량의 80퍼센트를 감축하기로 했다. 영국과 캐나다는 올해부터 식당, 카페, 바 등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한다. 이렇듯 세계는 일회용 제품의 사용을 획기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시작으로, 플라스틱 사용량 자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폐기물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생산단계에서부터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패트병을 쉽게 재활용할 수 있도록 모든 제조회사가 비접착식 절취선 라벨을 사용하고, 색깔도 무색투명한 것으로 통일하도록 규제한다. 소비자 차원에서 아무리 사용을 줄인다고 해도 기업이 생산단계에서 과대 포장하거나 재활용하기 어려운 제품을 만든다면 근본적인 변화는 이룰 수 없다.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단계별 우리의 상상력과 결단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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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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