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에 대한 왜곡·폄훼는 왜 지속되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신군부, 독재자에서 민주화 주역으로 탈바꿈"

5.18 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을 전후로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신군부를 주축으로 5.18이 어떻게 은폐, 조작됐는지와 관련한 새로운 증언이 나오고 있는 동시에 김순례, 김진태 등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 등 보수 진영에서 5.18에 대한 '망언'도 계속되고 있다.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는 왜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최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과 폄훼는 왜 지속되는가'(이영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민주주의연구소 부소장)라는 리포트를 통해 그 원인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했다. ( 전문보기)


이영제 부소장은 반복되는 '5.18 망언'의 원인으로 "진상규명은 사법적 처벌이나 역사적 처벌에서 공히 해결의 출발점"이라며 "가해자에 대한 역사적 처벌의 불철저성"을 핵심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 부소장은 "1990년 노태우 정권에서 민자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광주보상법'의 사례에서와 같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가해자의 사과 없는 보상 위주의 급속한 화해 조치는 '가해자 없는 역사'를 만들었다"고 보았다.

"가해자 없는 역사는 첫째, 5·18의 사례에서와같이 사건의 진실규명을 어렵게 하고 목숨을 걸고 항거한 시민들이 '간첩' 또는 '폭도'로 왜곡하거나 희생자가 반인륜적 폄훼의 대상이 되는 2차 가해의 단초를 마련했다. 둘째, '건국-산업화-민주화론'과 같이 희생의 불가피성 내지 공과의 산술적 합계를 명분으로 '반성 없는 화해의 대상'으로 만들거나 '논쟁거리'의 대상으로 인식되도록 하였다. 셋째, '6·29민주화선언'이라는 용어가 전두환·노태우 등 가해자를 민주화의 주체로 만드는 것처럼 또 다른 역사 왜곡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가해자 없는 역사'는 1) 불완전한 화해 조치에 따른 가해자의 익명화와 피해의 일방화 2) '가해의 과거화'와 '희생의 선택지화' 3) 가해 사실의 인멸: 역사 지우기 4) 가해자와 피해자의 전도: 민주화의 주체 바꾸기 등의 양상으로 나타나며 역사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이 부소장은 분석했다.

"가해자들의 반성과 철저한 진상규명 없는 '위로부터의 화해조치'는 국가폭력 가해자들이 '국가책임''대통령의 사과'라는 '추상성''익명성'으로 숨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국가폭력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은 정권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였고 국가폭력에 대한 기록은 희생자, 피해자에 대한 기록으로 채워졌다. 이것은 희생자와 피해자에 대한 왜곡과 폄훼, 또 다른 왜곡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즉,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는 없는 '피해의 일방화'라는 반쪽의 화해로 귀결된 것이다."


이 부소장은 또 "'반성 없는 화해'는 국가폭력을 이미 과거의 문제로 제한하게 만듦으로써 현재와 미래와의 역사적 단절을 초래했다"며 "'가해자의 반성 없는 역사'의 문제는 당시 희생이 불가피했거나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로 왜곡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내포하게 되었다. 가해는 경제발전이나 국가안보를 위한 선택지 중의 하나로 당시 상황에서는 또는 전체의 시각에서는 불가피했다는 왜곡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두환·노태우의 6·29 선언 주도 논쟁은 이제 '6·29선언'이 민주화의 출발점이라는 '6·29 민주화선언'으로 왜곡되어 확산되고 있다"며 "'광주학살과 고문치사 등 국가폭력으로 정권을 유지하고, 국민의 민주화 열망을 뒤로한 채 '위수령'을 검토하면서까지 정권을 연장하려 했던 신군부는 '6·29민주화선언'을 통해 독재자에서 민주화의 주역으로 탈바꿈한다"고 비판했다.

이 부소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기록이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5·18에 대한 새로운 증언은 그동안 5·18의 왜곡과 폄훼의 핵심적 문제였던 가해자를 정확히 지목함으로써 5·18 왜곡과 폄훼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가폭력 관련 기록 등 보존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서라도 국가의 국가폭력의 공간과 관련 자료들에 대한 보존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멸실과 조작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전국에 산재해 있는 경찰청 대공분실 등 국가폭력의 공간을 가해자의 공간에서 시민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보편적 가치를 지닌 현재의 운동으로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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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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