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실적 악화를 예고한 것은, 분기마다 잠정 실적을 발표하기 시작한 2009년 2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분기가 끝나기도 전에 실적을 예고한 것 자체가 삼성전자 창립 50년 사상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공시 전까지 증권가가 예상한 1분기 영업이익은 약 7조5000억 원, 지난해 1분기 15조6400억 원보다 47%나 낮춰 잡았다. 이것도 14조 원 안팎으로 내다본 작년 말 전망치를 증권사들이 줄이고 줄여온 것이다. 이 수준도 삼성전자가 "기대가 높다"고 '고해성사'를 하자, 일부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60%가량 줄어든 6조 원대로 수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크게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주가에 반영이 된 악재였다. 지난 2017년에는 글로벌 IT기업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이 대대적인 서버 구축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수요가 급증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를 줄이며 재고 소진이 될 동안 수요가 급감해 반도체 가격이 계속 내려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인 2017년 2분기 이후 매 분기 14조~17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반도체가 수요와 가격 하락 위기에 직면한 지난해 4분기 영업 이익이 10조8000억 원으로 뚝 떨어졌다. 1분기에서도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만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조5500억 원에서 7조 원(6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들어 국내 증권사들은 2조 원 안팎이던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반토막 수준인 1조2000억 원 정도로 낮췄다.
반도체 부진과 함께 디스플레이 부문 역시 수요 감소로 실적 악화를 부추겼다. 스마트폰에 장착되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시장의 95%를 독점하는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사업부는 지난해 3, 4분기에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연속 기록했지만, 1분기에 6000억 원 안팎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1분기 2700억원 영업적자 이후 3년 만의 적자다.
향후 실적 전망은 엇갈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은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 하반기부터 되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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