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중심의 '계층별 다층 연금 체계' 구축하자

[오건호의 연금개혁 완전정복] ⑩ 한국형 다층 연금 체계가 대안이다

<1회> 문재인 정부 연금안 평가 : 재정 개혁 방기
<2회> 국민연금 재정 계산 : 70년 계산 믿을 수 없다?
<3회> 국민연금의 특징 : 미래 재정 불안정
<4회> 국민연금의 재정 목표 : 재정 균형
<5회> 외국에서 연금 재정이 안정적인 이유
<6회> 국민연금의 부과방식 전환, 가능한가?
<7회> 국민연금의 역설 : 재분배 vs. 역진성
<8회> 기초연금의 강점 : 사각지대 없는 노인 기본소득
<9회> 퇴직연금의 잠재성 : 중상위계층 노후 소득 보장
<10회> 연금 개혁 대안 : 한국형 다층 연금 체계
이제 마지막 글에 도착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연금 개혁안은 무엇일까?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서구에 비해 연금 개혁을 둘러싼 우리의 환경이 무척 험난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세계 어느 나라 공적 연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재정 불균형을 안고 있다. 1988년 도입 당시 소득대체율 70%, 보험료율 9%의 후한 짝으로 설계했고(처음 10년은 유도기간으로 보험료율을 3~6% 적용), 예상보다 빠르게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연금 개혁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마다 진단도, 해법도 다르다.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 계산을 할 때마다 연금 개혁 홍역을 치루는 이유이다.

연금 개혁 숙제를 회피하려는 논리들

근래 연금 개혁 논의에서 우려할 만한 현상이 발견된다. 풀어야 할 숙제가 어렵다 보니 아예 문제를 회피하려는 여러 논리가 등장한다. 우선 연금 개혁안 논의에서 경계해야 할 몇 가지 주장을 살펴보고 가자. 지금까지 연재글이 지적한 내용의 복습이기도 하다.

첫째는 '불가지론'이다. 국민연금 재정 계산은 70년 시야에서 이루어진다. 이를 두고 70년 이후 연금 상황을 어떻게 전망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국민연금 재정 계산을 사람들의 삶을 예측하는 미래학의 영역으로 혼동한 주장이다. 국민연금 재정 계산은 미래 재정의 수입과 지출을 분석하는 작업이다. 여러 사회경제적 변수가 가정되지만 국민연금 재정 구조의 양면적인 보험료와 급여가 모두 '소득'이라는 같은 변수에 영향을 받기에 기본 추세는 파악될 수 있다. 분석 결과가 불편하다고 '알 수 없다'는 불가지론으로 흐르는 건 곤란하다.(☞관련 기사 : 2회 "국민연금 재정 70년 계산, 믿을 수 없다?")

둘째는 국민연금이 작동하는 현실에 눈을 감고 '원리'에 안주하는 일이다. 현행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이 길수록, 즉 대체로 소득이 높을수록 순혜택이 많다. 젊었을 때 격차가 노후에 국민연금으로 인해 더 벌어지는 역진성이 생긴다. 이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하는 사람에겐 불편한 사실이다. 그래서 '국민연금은 균등 급여가 포함된 재분배 제도이다'라는 원론 뒤로 숨는다. 국민연금의 재분배가 현실에서 설계도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낮은 보험료율 때문이다. 어렵지만 보험료율 상향을 통해 문제를 개선해야 함에도 '원리'를 내세우며 동문서답한다. (☞관련 기사 : 7회 국민연금의 역설 : 재분배 vs. 역진성)

셋째는 서구의 부과 방식 전환 사례를 아전인수격으로 차용하는 일이다. 서구의 공적 연금은 대부분 기금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설령 국민연금기금이 소진되어도 서구처럼 부과 방식으로 전환하면 된다는 주장이 등장한다. 물론 부과 방식은 세대 간 연대를 구현하는 아름다운 제도이다. 서구에서 각 세대가 연금 재정을 책임지는 자신의 역할을 다한 결과이다. 국민연금의 재정 불균형을 사실상 방치하는 우리 세대와는 너무도 다르다. 세대 간 연대를 상징하는 부과 방식이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세대의 무책임을 포장하는 논리로 활용되니 당황스럽다. (☞관련 기사 : 6회 국민연금의 부과방식 전환, 가능한가?)

넷째는 국민연금 재정이 부족하면 국고를 투입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이번 4차 재정 계산의 결과가 이전보다 악화되고, 미래 세대에게 요구되는 보험료율 수준도 더 높아졌다. 그러자 최근 미래에 국민연금에 국고를 일부 투입하면 된다는 제안이 나온다. 여기에는 정부 재정 지원은 긍정적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하지만 계층별 순혜택에서 역진성을 지닌 국민연금에 국고가 지원되는 건 재정의 재분배 취지에 어긋난다. 게다가 미래에는 의료비, 기초연금 등 세금이 재원인 노후복지 부담이 만만치 않다. 최소한 국민연금에서는 우리 세대가 져야 할 책임을 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위에서 살펴본 주장들은 모두 현재 세대의 책임 회피를 보여주는 논리들이다. 이번 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가 이전보다 나빠지자 더욱 자주 등장하는 듯하다. 연금 개혁은 논의 테이블 건너편에 미래 아이들이 앉아 있다고 가정하고 진행해야 하는 역사적, 세대 간 대화임을 잊지 말자.

세 갈래 연금 개혁안

이제 연금 개혁안을 이야기하자. 근래 연금 논의 지형을 보면, 크게 현행 제도 유지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동시 강화론, 그리고 기초연금 인상론 등으로 구분된다.

현행 유지론은 연금 개혁에 대해 국민 불신이 크니 지금대로 유지하자는 주장으로 정부 연금 개혁안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 방안은 국민연금의 재정 불균형을 그대로 방치하는 방안으로 5년 후 개혁을 더 어렵게 만들다.

동시 강화론은 문재인 정부의 포용국가 문서와 일부 가입자단체들이 제안하는 개혁안이다. 대체적인 내용은 기초연금 30만 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5~50%로 구성된다. 그런데 기초연금 30만 원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많은 후보들이 약속했고 실제 4월부터는 하위 계층 노인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논의 시점에서 동시강화론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론에 다름 아니다.

기초연금 강화론은 기초연금을 40만~50만 원으로 더 인상하고 나아가 보충 기초연금까지 검토하자는 제안이다. 이를 통해 하위 계층 노인의 최소 노후 소득 보장을 도모하고, 중상위계층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활용하자는 구상이다. 이 연재글이 지지하는 개혁안이다. (☞관련 기사 : 8회 11살 맞은 기초연금, 40만원 이상 올리자)

▲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기초연금을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했을 때, 노인들은 기초연금 인상에 지지를 보냈다. 필자는 기초연금을 40만~50만 원으로 올리자고 제안한다. ⓒ문재인 캠프

연금 개혁의 네 가지 기본방향

모든 나라에서 연금 개혁의 두 가지 목표는 급여적정성(adequacy)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문제는 두 목표가 서로 상충한다는 점이다. 결국 연금 개혁안은 두 목표를 조화 혹은 절충하는 작업이다. 우리가 연금 개혁을 논의할 때 염두에 둘 기본 방향을 세워보자.

첫째, 계층별 노후 보장 목표를 설정하자. 공적 연금의 존재 이유는 노후 소득 보장이다. 비록 연금을 둘러싼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지만, 우리가 도달할 목표를 정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때 공적 연금의 급여 적정성 목표를 하나로 설정하기는 어렵다. 평균 소득자를 기준으로 목표를 정하면 하위계층은 사실상 이 목표에서 배제돼 버리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연금 개혁안은 노후 소득 보장의 목표로 '최저 노후 생활 보장(National Minimum)' 개념을 제안했지만 실제 사례는 평균 소득자(250만 원 소득자, 25년 가입)를 기준으로 연금액 약 100만 원을 제시한다. 정부 스스로 최저와 평균 개념을 구분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하위계층 노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이에 연금 개혁에서 노후 보장 목표는 노인의 계층 격차를 감안해 최저 목표와 평균(적정) 목표로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최하위 노인에게는 최저 보장 목표로 생계급여의 1.5배(약 75만 원), 중간계층 노인을 위한 적정급여 목표로 생계급여의 2배(약 100만 원) 이상 등이 가능하다.

둘째.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자. 이를 위해서는 소득대체율을 40% 체제로 유지하면서 보험료율의 점진적 인상, 소득 상한의 상향 등 재정안정화 조치를 밟아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여러 가입자단체들이 제안하는 소득대체율 인상은 긍정적 효과보다는 문제가 더 크다. 우선 노동시장의 격차를 감안하면 소득대체율 인상이 하위계층 노인에게 주는 연금액 증가 효과는 크지 않다. <표 1>에서 보듯이,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해도 100만 원 소득자가 10~20년 가입한다면 인상액은 4만~10만 원에 그친다.

ⓒ프레시안(이한나)

반면 소득대체율 인상은 향후 국민연금 재정 균형을 위한 개혁을 더 어렵게 만든다. 연금수리적으로 소득대체율 40%에 부합하는 필요보험료율이 약 18%이고, 여기서 소득대체율이 오르면 필요보험료율은 20%를 넘는다. 필요보험료율 수준이 높아질수록 연금 개혁 논의 장벽도 높아진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관련 기사 : 3회
OECD에서 가장 재정 불균형 큰 국민연금)

특히 만약 소득대체율 인상에 부합할 만큼 보험료율이 인상되지 않거나(연금수리적으로 소득대체율 10%에 대응하는 필요보험료율은 4.5%), 보험료율이 오르더라도 대체율 인상에 비해 속도가 지체될 경우 그 기간 동안 국민연금 순혜택의 역진성은 더 커진다. 지금 정부안대로 간다면 실제 이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물론 언제가 노동시장의 격차 문제가 해소되고, 수지 균형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보험료율이 도달한다면 소득대체율 상향은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게 현실이다. 계층 간, 세대 간 형평성이 구현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확정급여형으로 국민연금 급여를 정하고 후속 책임은 미래 세대에게 넘기는 건 재고해 봐야 한다.

셋째, 다층 연금 체계로 계층별 노후를 보장하자. 국민연금만으로 다수 노인의 노후를 대비할 수 없다. 시야를 다층체계로 넓혀야 한다. 2007년까지 일반 국민에게 법정 의무연금은 국민연금 하나였지만, 어느새 기초연금이 도입돼 30만 원까지 오르고, 퇴직금도 퇴직연금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다.

세 연금이 지닌 계층적 특성을 주목하자. 기초연금은 중하위계층 노인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이고, 국민연금은 소득이 높고 가입기간이 긴 노동시장 중심권일수록 효과가 크다. 퇴직연금은 상시 노동자에게만 적용되기에 중상층 노동자를 위한 제도이다. 세 가지 연금을 조합해 계층별 노후 소득 보장 설계도를 짜야 한다. 하위계층은 기초연금을 중심으로 국민연금을 더하고, 중간계층은 기초연금/국민연금/퇴직연금을 골고루 조합하며, 상위계층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통해 노후를 대비할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다층 연금 체계는 '계층별 맞춤형' 체계라고 부를 수 있다.

넷째, 미래 연금 지출의 재정을 분산하자. 우리나라 노인 비중은 2017년 전체 인구 대비 14%이지만 2060년에는 41%로 높아진다. 생산 가능 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노인의 수, 즉 노년 부양비도 2017년 18.8명에서 2060년 82.6명으로 올라가 미래 세대의 재정 부담이 무거워진다.

이에 미래 연금 지출을 위한 재정을 분산해야 한다. <표 2>에서 보듯이, 기초연금은 부과방식 재정 구조여서 그 시점의 세대가 전액 재정을 책임진다.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자신이 받을 연금액을 미리 적립하는 구조여서 사실상 미래 세대에게 재정 부담을 주지 않는 제도이다. 국민연금은 대략 나중에 받을 연금액의 절반 정도를 가입자가 보험료로 납부하니 현재 두 연금의 중간에 해당된다. 앞으로 국민연금에서 재정 불균형을 개선하는 개혁을 추진한다면 미래 세대 부담을 더 줄일 수 있다. 결국 다층 연금 체계는 미래 연금 지출 재정을 분산하는 역할도 지닌다.

ⓒ프레시안(이한나)

1단계 연금 개혁안 : 기초연금 40만~50만 원, 국민연금 보험료율 12%

구체적으로 우리가 논의할 수 있는 개혁안은 어떤 것일까? 사실 어떠한 모델을 단정적으로 제안하기 어렵다. 현재 기초연금은 커가는 중이고, 국민연금은 재정불균형 문제를 안고 있으며, 퇴직연금은 아직 연금으로 자리잡지 못한 상태이다. 세 연금 모두 변하는 과정에 있기에 지금 완전한 개혁 모델을 제시하기는 무리가 따른다. 이에 중단기간에 그려볼 수 있는 1단계 방안과 추후 연금제도가 성숙했을 때 논의할 수 있는 2단계 방안으로 구분해 보자.

1단계에선 중하위계층 노인의 보장성이 급선무이다. 노인 절반이 빈곤 상태에서 오랜 노후를 보내고 있다. 기초연금을 40만~50만 원 수준으로 인상하자. 올해 하위 20% 계층 노인부터 기초연금이 30만 원으로 오르지만 사실상 기초연금 밖에 없는 하위계층 노인에겐 여전히 부족한 금액이다. 더불어 기초연금에서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연계한 감액 조항을 폐지하고 매년 기초연금액의 조정 방식도 소득 연동으로 원상회복하자. 이러면 20년 후인 2040년에 기초연금에 필요한 재정은 GDP 3% 수준이다(작년 GDP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50조 원). 우리가 감당할 수 있고, 또한 감당해야 하는 재정이다.

국민연금은 현행 법대로 소득대체율 40% 체제를 유지하고 보험료율은 단계적으로 12%선까지 올려나가자. 여전히 재정 균형에는 부족한 인상이나 이 정도가 1단계에서 이룰 수 있는 범위라 여겨진다. 또한 상한소득 기준액을 대폭 올리면서 급여를 일부 제한하면 추가 재정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당연히 사각지대 개선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퇴직연금은 일시금 대신 연금 형태 수령을 유도해 나가자. 이를 위해선 중도 해지를 제한하고 연금 수령 방식에 인센티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1년 미만 고용자에게도 퇴직연금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

ⓒ프레시안(이한나)

기초연금이 오르면 국민연금 가입 동기가 약화된다?

일부에서 기초연금이 오르면 국민연금 가입 동기가 약화될 것이라 우려한다. 대표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포용국가 문서는 "기초연금을 30만 원 이상으로 인상하면 10년 이상 장기 가입한 국민연금의 평균연금액과 기초연금액이 비슷해져 국민연금의 장기가입 유인이 하락하고 사보험 시장으로 이동 가능성"을 제시한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회위원회, "문재인 정부 포용국가 비전과 전략" 21쪽)

이는 사실과 다르다. 물론 현재 국민연금 평균수령액이 약 50만 원이고(특례연금 포함), 심지어 저소득계층은 연금액이 10만~30만 원에 그친다. 이들이 기초연금을 30만 원 이상 받으면 국민연금 가입을 회피할까? 아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은 별도로 제공되는 현금 급여이다. 국민연금에서 자신이 낸 보험료보다 훨씬 많은 연금액을 돌려받는 데 국민연금 가입을 회피할 이유가 없다. 당장 보험료를 낼 여력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혹시 국민연금 가입에 따른 기초연금 감액 조항이 국민연금의 장기 가입 동기를 약화시킬까? 이 역시 아니다. 현행 기초연금의 급여산식은 20만 원을 기준으로 설계되었다. 기초연금 전액에서 국민연금의 균등급여 일부를 빼는 계산구조여서 기초연금이 오를수록 '연계 감액' 효과는 약화된다. 만약 기초연금이 40만 원으로 오르면 '연계 감액'의 영향력은 거의 사라진다.

<표 4>에서 보듯이, 평균 소득자 이상 가입자의 경우 국민연금을 장기 가입하면 기초연금이 일부 감액되지만 그래도 국민연금 가입으로 얻는 혜택이 더 크다. 국민연금 가입에 따른 혜택을 보여주는 비교표만 확인하면 국민이 국민연금 가입을 회피할 이유가 없다. (장기 가입에 따른 국민연금 순혜택과 기초연금 감액을 종합하면, 위 사례에서 유일하게 100만 원 소득자가 40년 가입할 경우에만 장기 가입이 불리하나 현실에서 이러한 사례는 없으리라 판단된다). 정부의 핵심 문서가 근거없는 내용을, 그것도 국민들의 노후 대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공공연히 주장하니 놀라울 뿐이다.

ⓒ프레시안(이한나)

2단계 연금 개혁안 : 계층별 다층연금체계의 구축

1단계 개혁이 성사되더라도 한국의 연금체계가 완성되는 건 아니다. 대략 아래의 방향으로 2단계 개혁을 제안한다. 세 연금이 개혁 속도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중장기 개혁의 방향 정도로 참고하기 바란다.

기초연금을 더 강화하자. 1단계의 기초연금 40만~50만 원은 최하위계층 노인 혹은 국민연금 금액이 적은 노인에게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금액이다. 국가 재정의 여력을 감안하면, 일괄적 금액 인상보다는 하위계층 노인을 대상으로 삼는 보충 기초연금 도입이 바람직하다. 월 20만~30만 원 수준의 보충기초연금을 하위 3분의 1 계층 노인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추가 재정 안정화 조치가 요청된다. 하위계층 노인에게는 보충 기초 연금, 중상위계층 노인에게는 퇴직연금이 존재하므로 국민연금이 짊어져야 할 역할은 다소 완화될 수 있다. 이에 퇴직연금의 연금화 속도에 맞춰 점진적으로 국민연금의 급여체계를 조정하는 방안을 모색하자. 수급 개시 연령의 상향, 기대 여명 계수 도입을 통한 점진적 소득대체율 하향 등 여러 경로가 가능하다.

퇴직연금은 명실상부한 연금으로 자리잡기 바란다. 퇴직연금이 수급자 다수가 연금 형태로 수령할 만큼 성숙한다면, 소득대체율이 40년 가입 기준 약 20%로 예상되므로 한국에서 다층연금체계가 구축되는 셈이다. 나아가 앞의 글에서 제안했듯이 퇴직연금공단을 설립해 아예 공적연금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할 수 있다. (☞관련 기사 : 9회 퇴직연금을 공적연금으로 전환하자)

연재를 마치며 : 구조적 개혁은 별도로 논의 가능

이제 10회 연재를 마무리한다. 한국의 연금 개혁은 서구 어느 나라보다 어려운 조건에서 진행된다. 국민연금의 재정불균형이 크고 인구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그만큼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는 고난도 과제이다. 이에 국민연금 실태 진단을 둘러싼 여러 오해와 오류를 알리고, 연금 개혁 논의에서 계층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연재글을 시작했다. 아무쪼록 독자들이 연금 개혁의 논점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글을 마치며, 연재글의 빈 부분을 확인하고자 한다. 사실 연금 개혁은 더 근본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여기서 제안한 연금 개혁안이나 정부 개혁안 모두 모두 현행 국민연금의 기본 구조 안에서 개혁방안을 짜는 '모수적 개혁'이다. 만약 아예 기존 체계를 바꾸자고 의견이 모아지면 '구조적 개혁' 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예: 국민연금의 소득비례연금화 등). 현재 우리나라 연금 개혁 논의가 '모수적 개혁' 방식이어서 이 연재글도 구조적 개혁 방안을 다루지 않았다. 앞으로 다루어야 할 중요한 주제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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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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