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반민특위' 발언 후폭풍

민주 "이러니 한국당은 극우 반민족당" 맹비난

정치권에 '역사 전쟁'이 가팔라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직접 언급한 '친일 잔재 청산' 발언이 기폭제가 됐고,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폄하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역사의 정치화' 우려 속에도 정치권의 역사 논쟁, 친일 논쟁이 격렬한 형태로 장기화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해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잘 됐어야 했지만 (반민특위가) 결국 국론분열을 가져왔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좌익 계열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서훈 수여에 움직임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의 역사공정"이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나 원내대표는 "피우진 처장이 독립유공자 중에 친일파를 가려내고 좌파 사회주의 운동한 유공자를 다시 서훈하겠다고 했다"며 "좌파 사회주의에 대해서 면죄부를 주면서 문재인 정부의 역사 공정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사회주의 독립 유공자 서훈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해방 이후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수립을 반대하고 체제에 부정하는 사회주의자들에대해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특히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부친의 서훈 사례를 거론하며 "체재를 부정한 것에 대한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라고 본다"며 좌익 계열 독립 유공자 서훈 움직임을 손혜원 의원과 관련지은 정치 공세로 전환시켰다.

나 원내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해방 후 반민특위로 인해서 국민이 무척 분열했다"며 "결국 우파는 곧 친일이라는 프레임을 통해서 앞으로 이 정부의 역사공정이 시작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한다는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반민특위는 일제 식민지 시대 친일파의 반민족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1948년 설치한 특별위원회다. 하지만 친일 경찰의 조직적인 방해와 이승만 당시 대통령의 비협조 속에 이렇다할 활동 없이 1년만에 와해되고 말았다.

민주 "나베 경원" 비난

나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발언에 대해 각 정당은 비판적 입장을 냈다. 민주당은 "나베 경원"(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이름에 나경원 원내대표의 이름을 합친 비난) 등으로 나 원내대표를 비난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대전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런 망언이 계속되고 있기에 한국당을 극우 반민족당이라고 이야기하고, 나 원내대표 이름이 '나베 경원이라는 이야기가 계속되는 것 아니냐"며 "이런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면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박주민 최고위원도 "나 원내대표가 이런 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과연 제대로 된 역사인식을 갖고 있는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며 "부디 나경원은 '아무 말 대잔치'를 중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해식 대변인도 서면 논평을 통해 "나경원 원내대표가 하필 3.15의거 국가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몰지각한 발언을 했다"며 "반민특위 활동이 이승만의 집요한 방해공작으로 좌절됨으로써 친일청산의 기회를 놓친 것은 천추의 한을 남긴 일"이라고 했다.

민주평화당 문정선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나 원내대표가) 괜히 자위대 행사에 참석한 게 아니었다"며 "한국당 국회의원 나경원은 토착왜구란 국민들의 냉소에 스스로 커밍아웃했다"고 했다. 이어 "국민을 분열시킨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친일파들이었다"며 "실패한 반민특위가 나경원과 같은 국적불명의 괴물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반민특위가 이승만 정권의 훼방과 탄압으로 인해 친일부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것이 한국 현대사의 비극임은 누구나 다 잘 아는 사실"이라며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한국당이 친일파의 후예임을 고백한 것과 진배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은 지난번 5.18망언에 이어 반민특위 망언까지 극단적인 망언시리즈를 즉각 중단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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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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