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문재인-김정은 판문점 비공개만남 할수 있을것"

"北, 동창리를 지렛대 삼으면 악수"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가 최근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을 우려하며, 만약 북한이 이를 협상 레버리지로 사용하려고 한다고 한다면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한 문정인 특보는 동창리에서의 북한 움직임이 전략적 변화가 아니라 미국과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냐는 질문에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 "(미국과) 협상의 판이 깨진 것은 아닌데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다. 북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만약 북한이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한다면 상당한 '악수'(惡手)일 것"이라며 "지금은 사소한 행동이 큰 재앙을 가져오는 이른바 '나비 효과'가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북한도 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북한의 움직임에 대한 미국의 반응에 대해서도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 생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움직임 등을 보인 것은 곧 미국을 속인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 "넌센스적인 분석이다. 북한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 특보는 "북한이 핵물질 생산 활동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면 규탄받아야 한다. 그러나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약속한 것은 핵무기 시험 및 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했던 은밀한 핵 활동에 대한 증거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 확실한 증거를 보고 이야기해야 한다"며 "(미국과 북한 모두) 쌍방이 자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과 미국이 협상판을 깰 수 있는 소위 '위험한' 행동을 자제하더라도 실제 양측이 대화의 테이블에 다시 마주 앉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남북 정상회담을 조기에 개최해 한국 정부가 북미 협상의 '촉진자'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문 특보는 "현 단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울에 답방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도 "지난해 5월 26일 판문점 통일각에서의 만남처럼 비공개 회동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의 시기에 대해서는 "하노이 회담(2차 북미 정상회담)의 무산 원인을 자세히 분석하고 실무 수준 통해 북한과 미국의 요구 사항을 점검한 뒤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너무 서두르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도 "너무 시일이 뒤로 밀릴 경우 대화의 추진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며 적절한 시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 특보는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판문점에서 만나 (회담 결과 및 향후 전망에 대해) 심층적으로 토론하고 그걸 가지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며 "이후 9월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상황을 반전시키는 좋은 구상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12일 관훈클럽 주관으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북미 간 대화 촉진뿐만 아니라 미국이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을 필요도 있다고 주문했다. 문 특보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다음에 몇 주 이내 평양에 협상팀을 보내고 싶다고 했고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고 했다"며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면 원래 자리로 돌리는 작업은 매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국내 정치적인 상황이 북한과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미국 내에서는 지난 2월 27일(현지 시각) 마이클 코언 변호사의 청문회 이후, 실제 실현 여부와는 별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문 특보는 "상원의 공화당(여당) 의석수를 생각하면 탄핵 가능성이 낮은데 민주당은 계속 밀어붙이려고 할 것"이라며 "트럼프는 탄핵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도 배제할 수 없다'며 위기론을 고조시킬 수도 있고, 아니면 내년 상반기 들어서면서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외교 분야에서 유일하게 성공할만한 가능성이 있는 것이 북한 문제"라며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해 오히려 외교적 노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한반도 문제에서 또 다른 주요 당사국인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언제 방문할지도 현 국면의 진행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 중 하나다.

문 특보는 이에 대해 "7월에 평양에 방문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돼야 한다. 그러면 시 주석이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는 질문에 문 특보는 북한과 미국 모두 각자의 국가 이익이 있기 때문에 결렬의 책임은 양측 모두에게 있다면서도 "비건 특별대표는 1월 31일(현지 시각) 스탠퍼드 강연에서 점진적‧병행적 해결에 대한 메시지를 내놨다. 북한 측에서도 그에 기초해서 안을 가지고 왔는데 미국이 갑자기 '빅 딜'로 나간 것"이라며 "그렇게 보면 협상 흐름에 있어서 미국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건 특별대표가 점진적인 해결 방식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북이 상당히 기대를 하고 왔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실망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쌍방이 귀책사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에서 북한에 언급했다는 영변 핵 시설 폐기 외에 '한 가지 더'는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하나 분명한 것은 (미국이 북한의) 농축 우라늄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문 특보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기간 중에 워싱턴 D.C에서 하원의원, 싱크탱크 관계자 등을 만났는데 영변 핵 시설 폐기만을 가지고는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분위기였다"며 "영변 플러스 알파에 미국은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시설을 언급하고 있는데, (북한이) 최소한 이 부분에 대한 신고는 (영변 핵 시설 폐기 외에 또 하나의 조치로) 있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상응 조치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의 전면적 해제보다는 남북관계 개선,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가동 재개 등 현실적 안을 미국에 내밀었다면 합의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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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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