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 망언들, 이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기고] 기본권 보호범위를 넘어선다

5.18 모독과 망언에 대한 분노와 엄벌 요구가 드세다. 반면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거론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란 문자 그대로 자신의 사상이나 의사를 '겉으로 드러내' 외부에 표현하는 자유로서 민주주의의 기본권이다. 그렇다면 이 '표현의 자유'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있는 것인가?

"80% 위안부가 스스로 성을 판 창녀?" 이건 '표현의 자유'가 될 수 없다


지만원 씨는 일찍이 2005년 4월 1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위안부 문제를 해부한다"는 제목으로 "진짜 피해를 본 일본군 위안부는 20%이며, 80%는 생계가 어려워 스스로 성(性)을 판 창녀"라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한국을 일본만큼 가꾸고 한국인들 역시 일본인들과 동등한 대우(내선일체)를 하는 것을 정책으로 삼았었다. 머리 좋은 사람들을 사범학교에 보냈고, 졸업을 하면 한국에 있는 학교에 배치했다. 한국에 일본인 전용학교들, 한국인 전용학교들을 세웠으며 도로, 철로, 항만, 발전, 공장, 건물 등 많은 자본을 투자했다. 다른 여타의 식민지들은 착취의 대상이었지만 (...) 한국만큼은 가꿈의 대상이었다. (...) 일본인들은 중국인들처럼 한국여성을 함부로 다루지 않았다."

3.1 운동 100주년을 맞은 지금, '친일'의 차원을 넘어서는 이러한 주장에 '표현의 자유'를 부여해야 할 것인가?

위안부 뒤에 북한 공작원이 있다?

해당 글에서 그는 주장한다.

"위안부 행사 뒤에는 북한 공작원이 있다."


"불순세력들이 미선이-효순이를 왜곡하여 반미 감정을 일으켜, 한국국민을 세계에서 가장 의리 없고 은혜를 모르는 배은망덕한 국민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고, 이와 동시에 위안부 역시 반일 감정을 유발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천편일률, 모든 사안을 '북한의 공작'으로 연결시키며, 미국과 일본의 국익이 우선순위다. 지금 그를 비롯한 일부에서 5.18 유공자명단을 공개하고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류의 주장은 이미 위의 글에서도 "위안부 문제는 활발하게 공론화되고 조사가 돼야 할 것이다.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과 나눔의 집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동일한 형태로 나타난 바 있다.

민주주의와 공공질서를 해쳐, 기본권 보호범위를 넘어선다


이러한 일련의 왜곡 및 부인(否認)의 행태는 정상적인 의사소통의 과정을 통하여 완화되고 해소될 수 있는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우리는 현대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인륜(人倫)과 사회윤리가 있으며 대한민국이라는 민주주의 공동체의 사회적 법익인 공공질서를 위하여 결코 외부에 드러내서는 안 되는 '표현(表現)'이 존재한다. '위안부' 망언에 이어 지금 5.18을 왜곡하고 망언을 거듭하는 이들 부인주의자들에게는 지극히 비정상적 '확증 편향(confirmation bios)'에 토대를 둔 '부인 및 왜곡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형법적 수단의 적용이 불가피하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나치의 집단학살, 즉 홀로코스트 부인 문제를 표현의 자유에 관한 사안으로 간주하지 않는 것은 전후 세대들이 전쟁과 학살의 기억을 공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극우주의적 사고에 노출되며 이와 결부된 범(汎)유럽적 위기 상황과 병폐가 단지 일시적 현상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깊은 고민과 우려로부터 비롯되었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독일기본법 제5조)의 제한과 관련하여 홀로코스트 부인은 이미 입증된 명백한 허위사실로서 '의견 형성'에 아무런 기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본권의 보호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아예 헌법적 보호를 배제하고 있다. 유럽인권협약의 위반 여부를 심사하는 유럽인권재판소 역시 나치 정책의 정당화는 물론 홀로코스트와 같은 범주의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거나 상대화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유럽인권협약 제10조)의 보호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박학모, "기억과 왜곡 사이의 5·18 - '기억의 형법'을 위한 시론", <광주백서>, 어젠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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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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