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재정 70년 계산, 믿을 수 없다?

[오건호의 연금개혁 완전정복] ② 재정 수지 기본 구조, 예측 가능하다

<1회> 문재인 정부 연금안 평가 : 재정 개혁 방기
<2회> 국민연금 재정 계산 : 70년 계산 믿을 수 없다?
<3회> 국민연금의 특징 : 미래 재정 불안정
<4회> 국민연금의 재정 목표 : 재정 균형
<5회> 외국에서 연금 재정이 안정적인 이유
<6회> 국민연금의 부과방식 전환, 가능한가?
<7회> 국민연금의 역설 : 재분배 vs. 역진성
<8회> 기초연금의 강점 : 사각지대 없는 노인 기본소득
<9회> 퇴직연금의 잠재성 : 중상위계층 노후 소득 보장
<10회> 연금 개혁 대안 : 한국형 다층 연금 체계
지금 벌어지는 연금 개혁 논의는 국민연금법이 정한 5년 주기 재정 계산 작업의 일환이다. 2003년 노무현 정부의 1차 재정 계산을 시작으로 어느새 4번째이다. 이번 재정 계산에선 3차와 비교해 국민연금기금의 소진연도가 2060년에서 2057년으로 당겨졌다. 소진연도가 3년 앞으로 오고 우리가 5년을 더 걸어갔으니 결국 기금 소진까지 기간이 총 8년 단축된 셈이다.

재정 계산 결과가 불편하지만…

국민연금 재정 계산에서 기금 소진 연도보다 더 중요한 수치는 소진 이후 미래 세대 재정 부담의 크기이다. 이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평가 지표가 '부과 방식 필요 보험료율'이다. 기금이 없으므로 연금 지출 재정을 모두 보험료에서 충당할 때 드는 보험료율이다. 3차 재정 계산에서는 2060년에 필요 보험료율이 21.4%였는데, 이번에는 26.8%로 높아졌다. 미래 수명이 연장돼 연금 수급 기간이 약 1년 늘어나고 경제 환경도 조금 후퇴할 것에 따른 결과이다. 그만큼 미래 아이들 부담이 커졌다.

이러한 재정 계산 결과를 받은 우리 마음이 불편하다. 우리는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는데, 미래 세대는 우리보다 3배를 내야 한다. 동일한 소득대체율(40%)를 적용받으면서도 내는 돈은 이리 다르니, 머리 속에 무거운 질문이 맴돈다. 과연 미래 아이들이 이러한 제도를 수용할까? 내가 은퇴 이후 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그래서일까? 이번 연금 개혁 논의에서 발견되는 현상 중 하나가 재정 계산 자체에 대한 불신이다. '어떻게 미래 70년 분석을 믿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지금부터 70년 전으로 돌아가면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던 해이다. 해방 직후 오늘의 대한민국을 전망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꼴 아닌가?

연금 개혁 논의의 출발점이 재정 계산이다. 재정 계산 자체를 믿지 않으면 연금 개혁 논의가 앞으로 걸어가기 어렵다. 2회에선 국민연금 재정 계산의 구조를 꼼꼼히 살펴보고, 종종 등장하는 오해도 알아보자.

연금의 재정 진단은 '장기'이다

선진국들도 장기 재정 계산을 할까? 그렇다. 우리나라가 5년마다 연금 재정의 건강을 검진하듯이, 다른 나라들도 정기적으로 공적 연금의 미래 재정을 점검한다. <표 1>에서 보듯이, 스웨덴, 독일, 미국 등은 1년 주기로, 핀란드와 캐나다는 3년, 일본과 한국은 5년마다 시행한다.

ⓒ프레시안(이한나)

재정 계산의 시야도 매우 길다. 한국이 지금부터 70년까지 국민연금의 재정을 진단하듯이, 외국도 그렇다. 핀란드는 한국과 같이 70년, 스웨덴, 미국, 캐나다는 75년, 장수의 나라인 일본은 100년이다. 거의 기금 없이 운영하면서 강력한 자동 재정 안정화 장치를 지닌 독일만 15년을 계산한다.

왜 모든 나라가 주기적으로, 장기 기간을 진단할까? 연금 재정에 심각한 불안정이 발생해서? 꼭 그렇지는 않다. 이미 미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 나라들이 많다. 그럼에도 장기 시야에서 진단하는 이유는 연금이 지닌 재정 구조의 특징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복지제도는 우리가 급여 수준을 결정하면 그때 지출이 이루어진다. 내년에 아동수당 대상을 확대하면 그에 따른 추가 예산을 내년에 확보하듯이, 급여 수준에 관한 의사 결정과 재정 지출이 동시에 일어난다. 사회보험에서도 국민연금을 제외한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에선 보험료 납부와 급여 지급이 함께 발생한다. 가입자로서 보험료를 납부하는 시기에 질병, 실업 위험이 생기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다르다. 연금은 젊었을 때 미리 노후를 대비하는 제도다. 가입자는 젊었을 때 보험료를 내기만 하고, 은퇴 이후에는 받기만 한다. 신규 가입자가 국민연금과 맺은 재정의 결산은 그가 사망해 국민연금을 떠날 때 비로소 마무리된다. 이에 국민연금에 가입한 청년에게 당신이 노인이 되었을 때 연금이 지급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재정 균형 지표가 필요하다. 대략 20세에 국민연금에 가입해서 90세에 사망한다고 가정하면 이 지표가 포괄하는 기간은 70년이다(재정균형 지표의 구체적 내용은 4회에서 다룰 예정).

일찍이(1998년) 국제노동기구(ILO)도 장기 재정 계산을 권고했다. 지금 태어난 아이가 생애를 마칠 때까지 기간, 즉 미래 기대 수명을 감안해서 85~100년의 기간이다. 다만, 신생 연금 제도의 경우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신규 가입자가 생애를 마칠 때까지는 계산해야 한다며 최소 65~70년을 제안한다. 아직 연금 역사가 짧아 재정 계산 기반이 취약하더라도 최소한 노동시장 진입 이후 기간은 분석해야 한다는 취지다. 결국, 65~100년 기간의 재정 계산을 제안한 셈인데, 한국 국민연금의 70년은 신생 연금으로서 국제노동기구의 제안 기준에도 부합한다. (ILO, 1998, "Internal Guideline for the actuarial analysis of a national social security pension scheme", The International Financial and Actuarial Service, Social Security Department. 김순옥·신승희, <국민연금 재정 계산의 개선방안> 2009. 98쪽에서 발췌.)

70년 계산에 대한 '불가지론'의 등장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재정 계산 기간은 2003년 1차 재정 계산 작업부터 70년이 채택되었다. 신규 가입자가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는 기간, 즉 가입 시점부터 기대여명을 감안할 때 70년이 적절하고, 또한 앞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데 70년 이후부터 연령별 인구구조가 비슷해 노인부양비가 안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70년 장기 재정 계산이 너무 길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내년 경제성장률, 출산율, 세금 수입도 알아맞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70년을 내다보고, 이를 근거로 보험료율 인상 등을 결정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1948년 해방 시점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예측하려는 '넌센스'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이번 4차 재정 계산에서는 주요 가입자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이 장기 재정 계산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사실상 '불가지론'의 논조를 편다. 언뜻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이는 연금 개혁 논의의 토대인 국민연금 재정 계산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이기에 엄격한 평가가 필요하다. 정말 70년 계산을 믿을 수 없을까? (한편, 우리나라 국민연금에서 보험료율과 급여율의 수치 격차가 크기에 뒤로 갈수록 전가되는 재정 몫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는 추계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제안도 존재한다.) (윤석명, 2017, 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의 재정목표와 재정지표 논의방향 [연금포럼] 봄호 Vol. 65, 국민연금연구원, 23쪽)

국민연금 재정 구조 : 수입과 지출이 동일 변수에 연동

국민연금 재정 계산은 장기 추계 작업이다. 당연히 여러 한계를 지닌다. 어찌 70년 후를 알아맞힐 수 있겠는가! 하지만 국민연금 재정 계산과 미래의 삶을 예견하는 '미래학'을 혼동해서는 곤란하다. 재정 계산은 사람들의 삶을 예측하는 게 아니라 미래 국민연금에서 수입과 지출의 수지 구조를 진단하는 작업일 뿐이다.

ⓒ프레시안(이한나)

다소 복잡한 내용이지만 미래 연금재정의 구조를 살펴보자. <그림 1>은 미래 국민연금 재정의 구조를 보여준다. 바깥의 제일 큰 원은 미래 연금 지출 총액을 현재 가치로 할인한 면적이다. 안쪽의 제일 작은 원은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 총액을 현재 가치로 할인한 면적이다. 가운데 초승달 원은 '기금 수익' 중에서 가입자 평균 소득 증가를 넘어선 '초과 수익'의 합을 역시 할인한 면적이다(여기서 왜 기금 수익이 아니고 초과 수익이라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이는 뒤에서 설명한다).

위 그림에서 외곽의 가장 큰 원은 가입자가 받을 급여의 면적, 즉 최종 연금 지출 재정이다. 이 면적을 현재 가입자의 기여 몫과 미래 세대 의존 몫으로 구분하면, 전자는 보험료와 초과 수익을 합한 면적이고(가운데 원), 후자는 전체 원에서 가입자 기여 몫을 뺀 면적이다(우측 큰 초승달).

만약 가입자가 기여한 면적(가운데 원)이 급여의 면적(제일 큰 외곽 원)과 같다면 가입자는 '받을 만큼 내는' 구조여서 '미래 세대 의존' 면적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연금재정이 균형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림 1>은 실제 국민연금의 재정 구조를 그린 모양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에서 급여 면적이 기여 면적에 비해 약 두 배에 달한다. 그만큼 미래 세대에게 의존하는 몫이 크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기여와 급여 면적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소득'으로 같다는 점이다. 기여 면적에서 보험료 몫은 소득의 9%, 급여 면적은 소득의 40%로 계산된다. 국민연금 재정 계산은 두 핵심 면적의 관계를 진단하는 작업이다. 물가, 경제성장률 등을 조합한 결과 가입자의 소득값이 도출되면 여기서 보험료 면적과 급여 면적이 계산된다. 보험료와 급여가 모두 소득에 연동되기에 두 면적의 비율은 일정하다. 미래 연금 재정 수지의 기본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기금 수익의 이해: 미래 부담을 줄이는 건 '초과 수익'

한편 미래 재정 구조 진단에는 두 가지 변수가 추가로 존재한다. 기금 수익과 인구 변동이다. 이는 소득과 별개로 움직이기에 국민연금 재정 구조의 각 면적에 독자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에 기금 수익과 인구 변수에서 어떤 조치가 있으면 마치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에 획기적인 개선이 있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정부도 국회에 제출한 '제4차 국민연금 재정 계산을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 종합 운영 계획'에서 "국민연금 장기 재정 추계는 인구·경제변수의 추계 변화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보건복지부(2018),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40쪽) 과연 두 변수는 재정 계산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

우선 기금 수익을 보자. 이는 국민연금 재정 구조를 설명할 때 종종 오해를 낳는 변수이기도 하다. 현재 국민연금이 지금까지 조성한 기금 규모가 총 700조 원이 넘고 이 중 기금 수익이 약 300조 원에 달한다. 이에 일부에서 "부모 세대의 보험료를 기반으로 약 300조 원 정도 미래 세대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준 것"이라고 평가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기금 수익이 존재하므로 현행 국민연금 제도가 일방적으로 미래 세대를 '도적질'하는 제도가 아니라, 이미 후세대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김연명, 2018, "한국 노후소득보장제도의 기본 구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금개혁특위 워크샵 자료집>, 14쪽.) 우리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비판에 대한 반론이다.

ⓒ프레시안(이한나)

최근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에 공시된 정보를 보면 지금까지 거둔 국민연금기금의 수익이 315조 원에 이른다. 간혹 국민연금기금이 적자만 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지금까지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은 양호한 편이다. 연평균 누적 수익률도 5.61%에 달한다.

그렇다고 이 기금 수익 전액이 미래 세대 부담을 경감해 주는 '보험료 플러스' 몫은 아니다. 국민연금 급여 계산에는 '재평가율' 제도가 있다. 나중에 국민연금 급여를 계산하는 기준 금액인 소득은 매년 가입자 평균 소득(A값) 증가만큼 상향 조정된다. 즉 국민연금에서 급여를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가입자 소득은 납부할 당시의 액면가가 아니라 보험금을 줄 미래 시점의 가입자 평균 소득 증가율만큼 오른 금액이다. 과거에 납부한 보험료가 가입자 소득 증가만큼 수익을 내야 과거 가입자 소득의 가치가 보전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기금의 수익 중에 미래 세대 몫을 경감해주는 '보험료 플러스'에 해당하는 부분은 전체 수익 중에서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소득 증가분을 넘어서는 '초과 수익'이다.

보통 국민연금 재정 계산에서 기금수익률은 가입자 소득 증가율보다 높게 전망된다. 4차 재정 계산에서 미래 가입자 소득증가율 가정은 평균 3.9%, 기금수익률은 4.5%이어서, 두 수치의 차이는 0.6% 포인트이다. 수익률로 설명하면 보험료가 미래 세대 부담을 줄여주는 '보험료 플러스' 몫은 기금수익률 4.5%가 아니라 초과 수익률인 0.6%이다.

기금의 초과 수익은 미래 국민연금 재정 구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물론 수치의 크기에 달려 있다. 만약 초과 수익이 가입자 평균 소득보다 크게 높다면 이론적으로 미래 세대 의존 몫을 모두 충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금수익률이 소득증가율을 상회하더라도 계속 상당히 초과한다는 가정은 비현실적이다. 고수익 자산 운용은 그만큼 손실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공적 연금에서 이러한 설정은 부적절하다.

결국 국민연금 재정 구조에서 국민연금기금 투자로 생긴 초과 수익이 국민연금 재정 수지의 기본 구조까지는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 판단된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연금처럼 수지 격차가 큰 연금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출산율 오르면 국민연금 재정 문제 해결?

미래 연금 재정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변수는 인구다. 인구 추계에서 기대 여명은 상당히 맞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국민연금 재정 계산에서 논란이 되는 항목은 출산율이다. 출산율이 높아지면 가입자가 늘어나기에 미래 재정에 긍정적으로, 거꾸로 내려가면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럼에도 출산율의 영향은 제한적이고 시기에 따라 상반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첫째, 출산율이 기금 소진연도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금 출산율이 오른다 해도 태어난 아이들이 자라서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시점은 지금부터 20~30년 후이기 때문이다.

이번 4차 국민연금 재정 계산에서 출산율은 통계청의 장래 인구추계(2015~2065)의 기본 수치를 적용해 시기에 따라 1.24~1.38명이다. 작년 출산율이 1.05명인 상황에서 너무 낙관적으로 가정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프레시안(이한나)

그러면 출산율을 계속 1.05명이라고 가정해 보자. <표 2>에서 보듯이, 기금 소진연도가 2057년 그대로이다. 20~30년이 지나서야 출산율 감소가 국민연금 재정에 영향을 미치기에 기금소진연도까지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출산율 변화가 본격적으로 재정에 영향을 준다. 출산율 1.05명에서는 2088년에 부과 방식 필요 보험료율이 기본 가정의 28.8%에서 37.7%로 크게 높아진다.

둘째, 출산율을 올려도 국민연금 재정 불균형은 계속된다. 이번에는 출산율을 높게 설정해 보자. 통계청 장래 인구추계의 고위 가정 1.64명을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기금 소진연도는 2058년으로 1년 뒤로 늦춰지고, 2088년 부과 방식 필요 보험료율은 23.7%로 낮아진다.

사실 우리나라 출산율을 1.64명까지 올리는 일이 만만한 일이 아니다. 설령 출산율을 달성한다 해도 미래 필요 보험료율이 20%를 넘는다. 출산율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재정 불균형이 계속된다는 이야기이다.

셋째, 고수익비 연금 제도에서 출산율 상향은 궁극적으로 연금 재정에 부정적이다. 출산율은 국민연금의 전반전, 후반전 구조로 인해 시기에 따라 재정에 상반된 영향을 미친다. 출산율 상향은 전반전에는 국민연금 재정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만, 이들이 수급자로 전환하는 후반전에는 재정 지출을 초래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연금처럼 수지 불균형이 심한 제도에서는 출산율 상향은 고수익비의 가입자가 늘어나는 일이므로 전반전 수입보다 후반전 지출이 더 많다. 최종적으로 연금 재정에는 마이너스이다.

결국 출산율이 가입자와 수급자 수를 변화시키고, 전반전, 후반전 시기에 따라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지만, 현재 국민연금 재정 구조의 기본 추세를 바꾸지는 못한다. 오히려 출산율 상향은 전반전에 연금 재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긍극적으로 부정적이다. 국민연금 재정의 불안정 문제는 기여와 급여의 수지 불균형에서 근본적으로 비롯된다는 사실을 유념하자.

재정 계산에서 '불가지론' 넘어서자

국민연금 70년 재정 계산을 믿을 수 있을까? 사실 일반 사람들도 가지고 있는 의문이다. 그래서 더욱 명확한 이해가 필요한 주제이다.

국민연금 장기 재정 계산을 미래학의 영역으로 혼동하지 말자. 비록 경제, 인구, 제도 등 여러 변수가 동원되고 각 변수들의 미래 설정값에서 오차가 발생하겠지만 이 변수들은 결국 '가입자 소득'값을 도출하기 위한 작업 과정의 수치이다. 이 소득값이 정확하지 않기에 미래 국민연금 재정의 경상 규모를 정확히 알아맞힐 수는 없지만, 보험료와 급여가 '가입자 소득'이라는 동일 변수에 연동되기에 국민연금 재정에서 수입과 지출의 기본 구조는 진단할 수 있다.

한편 국민연금 기금의 초과 수익, 출산율은 가입자 소득과는 별개의 변수이기에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 기금 수익 중 재정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건 전체 수익이 아니라 초과 수익이며, 출산율도 국민연금 수지 구조를 바꿀 만큼 영향을 지니지는 못한다. 기금 초과 수익, 출산율 변수 등을 감안하더라도, 국민연금 기금은 4차 재정 계산 결과대로 딱 2057년은 아니더라도 그 근방에서 소진되고, 미래 세대에게 부과되는 필요 보험료율도 20%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자. 국민연금에서 장기 계산이 필요한 걸까? 70년 계산을 믿을 수 있을까? 이것을 근거로 연금개혁을 논의하는 게 적절한 것일까?

그렇다. 국민연금은 장기 재정 점검을 요구한다. 국민연금에서 보험료와 급여가 모두 가입자 소득과 연동되기에 재정 수지의 기본 구조는 파악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재정 불균형이 확인되었기에 재정 계산을 토대로 연금 개혁 논의를 벌이는 건 우리 세대의 책임이다. 비록 불편한 결과이지만 회피하지 말자. (3회에서 국민연금의 재정 불균형 실태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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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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