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국당이 재기할 수 있게 만드는가

[기고] 국민들은 민주당의 '사심'을 보았다

연일 문재인 정부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최저치를 경신했고, 또 처음으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질러 이른바 지지율의 '데드크로스' 현상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정부여당이 처한 위기의 조짐은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로 터져 나오고 있어 그 징후가 심상치 않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

그 동안 문재인 정부가 지속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비록 '실수'는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결코 '사심'이 없다는 사실, 국민들이 바로 그러한 '진정성'을 신뢰했다는 바로 그 지점에 있었다.

그런데 최근 내년도 예산이 지각 처리되는 와중에도 여당 대표 지역구에 253억 원이 증액되는 등 여당 주요 간부 지역구 예산이 대폭 늘었다. 국민들은 민주당의 ‘사심’을 분명히 목격하였다. 또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둘러싼 선거제 협상에서 민주당은 오랜 공약을 뒤집고 자신들의 이익으로 계산하는 '사심'을 드러내 보였다. 국민들은 그런 '구태'들을 가장 싫어했지만, 그러나 진보진영 출신의 유력 정치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렇듯 정부의 '페이스메이커'인 민주당이 사심을 드러내자 국민들의 믿음은 신속하게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위기의 조짐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욕심을 부리는 것보다 더 큰 불행은 없고, 탐욕을 부리는 것보다 큰 과실은 없다(禍莫大於不知足)."

누가 보수 야당을 '재기'할 수 있도록 했는가?

자유한국당은 한 동안 거의 소멸할 정도의 위기에 몰렸었지만, 지금에 이르러 스스로 광명이 보이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재기(再起)'하고 있다. 이것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시피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정부여당이 만들어준 '선물'이다. 사실 민주당은 불과 2~3년 전 김종인을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하는 등 거의 붕괴 직전까지 몰렸었다. 거의 궤멸할 뻔했던 민주당이 마침내 기적적으로 정권을 잡았던 것과 동일하게, 거의 소멸할 뻔했던 자유한국당이 다시 집권하지 못하리라는 법도 없다.

주말에 필자는 경복궁역 부근에서 '태극기 부대'의 청와대 행진을 목격했다. 비록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흐르고 있었고, 그 목소리는 자신감으로 우렁찼다. 박근혜 정부 스스로 민심의 역풍을 초래했듯, 오늘의 이 위기 국면 역시 정부여당이 스스로 초래한 것이다. 만약 현재의 위기를 수습하지 못한다면, '태극기 부대'의 기세가 과거 촛불처럼 크게 떨칠 수 있는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경제가 핵심은 아니다

모두들 경제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물론 충분히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핵심은 경제에 있지 않다.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해왔던 재벌 중심의 수출주도형 경제가 이제 성장 동력이 거의 고갈되었다는 것은 공인된 사실이다. 대자본의 압도와 전 산업의 하청구조화 그리고 경제 관료의 유착이라는 조건에서 경제개혁은 장기적인 과제일 수밖에 없다.

방향성과 원칙을 견지하고 장기적으로 개선해나가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다만 여기에서 근본적으로 중요한 점은 자기 정파 사람들끼리 자리를 독점하는 구태를 벗어나 적재적소, 가장 역량 있는 인사를 널리 찾아서 최선의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자에게 제자가 정사(政事)를 묻자, 공자가 말했다. "양식을 풍족히 하고, 병(兵)을 풍족히 하면 백성들이 믿을 것이다."

제자가 말했다. "만약 부득이 해서 버린다면 이 세 가지 중에 무엇을 먼저 해야 합니까?" 공자는 말했다. "병(兵)을 버려야 한다."

제자가 다시 물었다. "반드시 부득이해서 버린다면 이 두 가지 중에 무엇을 먼저 해야 합니까?" 그러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양식을 버려야 한다.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설 수 없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도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진정성을 입증하라

혹시 민주당은 여전히 차기에 '준비된 후보'를 내세우면 어떻게든 다른 당 후보에 비교우위에 있기 때문에 또 재집권할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란 단지 그러한 '계산'과 '정치공학'에만 토대를 두는 것이 아니다. 불신무립(不信無立), 정치란 한 마디로 국민들의 신뢰에 의지하는 것이다. 신뢰를 얻지 못한 정치는 존립할 수 없다.

솔직히 말해, 광화문 광장을 밝혔던 촛불집회에서 민주당의 역할은 그야말로 미미한 것이었다. 그것은 오로지 국민들의 힘에 의한 것이었다. 촛불로써 열린 지금, 이 땅의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전진시키는 일은 역사적 과업이다. 사심에 가려 이 역사적 과업을 수행하지 못하고 거꾸로 반동을 초래하게 된다면, 그것은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것이고 한국 민주주의사에 커다란 누를 끼치는 일이 될 것이다.

가령 먼저 정치공학의 '사심'을 뛰어넘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도함으로써 민주주의와 역사의 진보를 선택하는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럴 때 비로소 국민들의 신뢰는 다시 복원될 수 있다. 민주당은 처음을 돌이켜 진정 겸허해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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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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