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 관한 이야기 역시 즐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

[프레시안 books] <옷으로 세상 여행>

옷이 사람을 만든다. 유인원으로부터 진화한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종교적 제의를 위해, 신분을 드러내기 위해, 나아가 마침내는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옷을 입었다. 옷은 승려와 비신도를 구분케 하고, 군인과 민간인을 나눈다. 히피와 여피는 패션으로서 지향점을 드러냈다. 패스트 패션을 걸친 자와 유럽 명품 옷을 입은 자는, 자연스레 외양을 통해 경제적 신분을 공표하게 된다. 합리와 불합리, 옳고 그름을 떠나 사람은 수천 년의 관습을 통해 옷으로 자신을 드러내게 됐다.

<옷으로 세상 여행>(송명견 지음)은 동덕여대 명예교수인 저자가 대중을 상대로 옷과 관련한 역사와 각종 상식을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우리는 옷의 중요성에 비해, 인간사에서 차지하는 옷의 역사성에 대체로 무심하다. 모든 것의 역사가 결국 사람의 역사, 문명의 위대함을 설명하는 장치임을 고려하면, 옷을 키워드로 세상을 읽는 눈 역시 키워봄 직함이 마땅하다. 책은 여태 세상을 보는 안경으로 옷을 착용해보지 않은 이를 대상으로 친절한 이야기를 담았다.

책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냈음은 목차만 봐도 명확해진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문익점 이야기에서부터 이브 생 로랑, 샤넬 등 옷과 관련해 곧바로 떠오르는 이름들을 다룬 이야기가 전면에 등장한다. 시사, 역사와 옷을 결합한 이야기 역시 빠지지 않는다. 저자는 전공을 살려 미셸 오바마와 박근혜를 옷을 키워드로 설명하고, 조선시대 관복이 붉은색이었던 이유 등을 풀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옷과 관련한 범죄 뉴스를 통해 세상사를 이야기하는 솜씨 역시 학자의 그것이라기보다, 입심 좋은 이야기꾼의 재주로 읽힐 만하다. '교수님'의 책이라며 지레 겁먹을 필요 없다.

우리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옷을 입어야 한다. 속세와 결별하지 않는 한, 문명인의 징표로서 우리는 결코 옷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못한다. 최근 대중매체가 음식을 적극적으로 다룸으로서 문명을 이룩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이른바 '삼대 요소' 중 하나를 우리는 책으로, 방송 예능 프로그램으로 친숙하게 재해석할 기회를 누렸다. 옷은 음식 못잖게 인류 문명에 중요한 필수 요소다. 옷에 관한 이야기 역시 즐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

▲ <옷으로 세상 여행>(송명견 지음)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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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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