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SK 등 대기업 핵심인사들 '유령회사' 설립

<뉴스타파>, 조세피난처 한국인 명단 2차 분석 결과 공개

한화, SK 등 재벌 대기업 핵심 인사들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일종의 '유령 회사')를 세운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일 전망이다.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는 27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진행하는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공동 취재를 통해 2차 한국인 명단을 발표했다. 이 명단에는 한화, 한진, SK, 대우그룹 등 4개 대기업 관련 인사 7명이 포함돼 있다.

<뉴스타파>가 ICIJ로부터 입수한 '포트컬 트러스트넷'과 '커먼웰스 트러스트' 내부 자료에 따르면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역사 황용득 사장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쿡아일랜드에 '파이브 스타 아쿠 트러스트'를 설립했다. 황 사장이 설립한 회사와 관련된 수상한 해외 부동산 거래도 포착됐다.

▲ 지난 22일 조세 피난처 프로젝트 공동 취재 기자회견'에서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왼쪽)와 최승호 PD가 관계 서류를 들어 보이고 있다. 독립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수영 전 경총 회장 부부 등 한국인 245명이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27일에는 한화그룹 등 대기업 관련 인사 7명의 페이퍼컴퍼니 설립 명단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황용득 사장이 쿡아일랜드에 '파이브 스타 아쿠 트러스트'를 설립한 직후인 1996년 3월 1일(당시 황용득은 한화 도쿄지사 소속 직원이었음), 이 회사의 연결 회사인 '파이브 스타 아쿠 리미티드'는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시 카피올라니 대로에 위치한 우라쿠 타워(Uraku Tower) 아파트 18C호를 매입했다. 1997년 8월 18일에는 같은 아파트 29C호를 매입했다.

이 회사가 매입한 두 채의 아파트는 2002년 6월 2일 한화그룹 일본현지 법인인 한화재팬에 매각된다. 이로 인해 이 회사는 235만 달러의 수익을 챙겼다. 이 회사 내부 문서에는 "매각 수익을 황용득 사장에게 바로 보내는 방안을 논의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관련해 황 사장은 "아는 바가 없다"고 주장한 뒤 접촉을 회피했다고 한다. 한화그룹 측은 "황용득 사장 개인의 일이며 그룹은 전혀 상관없다"고 주장했지만, 이날 말을 바꿔 "(파이브스타 아쿠 트러스트는) 한화그룹 일본 현지 법인인 한화재팬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라고 설명했다.

조용민 전 한진해운 홀딩스 대표이사는 지난 2008년 10월 2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와이드 게이트 그룹 리미티드'를 설립했다. 현재 조 전 대표는 등기이사로, 최은영 한진해운 홀딩스 현 사장은 주주로 등록이 돼 있다. 이 회사의 발행 주식은 5만 주인데, 이 가운데 최은영 회장이 90%인 4만5000주를, 조용민 전 대표이사는 10%인 5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조민호 전 SK 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전 SK 케미칼 부회장)은 1996년 1월 15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크로스브룩 인코퍼레이션'을 설립했다. 조 전 대표의 등기이사 등재는 1996년 5월 7일자로 돼 있다. 이 회사의 서류상 발행 주식은 1주이며, 이 주식은 조 전 대표의 부인 김 모씨가 2003년 10월 20일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덕규 전 대우 인터내셔널 이사는 2005년 7월 18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콘투어 퍼시픽 리미티드'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등기이사는 이 전 이사로 돼 있고 서류상 총 발행주식인 1주는 현재 이 전 이사가 보유하고 있다. 관련해 이 전 이사는 "종합상사의 특성상 페이퍼 컴퍼니를 만드는 일이 본부장(이사급) 단독으로 결정될 수 있었다"고 말했으나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를 부인하며 "절대 회사와는 연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뉴스타파> 측은 설명했다.

유춘식 전 대우폴란드차 사장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지난 2007년 4월 18일 세워진 '선 웨이브 매니지먼트 리미티드'의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관련해 유 전 사장은 <뉴스타파>에 "벤처 캐피털 투자를 위해 6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회사가 아니라 개인 명의로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피난처에 세워진 페이퍼컴퍼니가 주로 탈세, 해외 비자금 등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만큼, 이날 거론된 인사들이 어떤 의도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는지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22일 이수영 OCI 회장과 부인 김경자 OCI 미술관장,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인 이영학 씨와 조욱래 DSDL 회장과 장남 조현강 씨 등이 포함된 한국인 페이퍼컴퍼니 설립자 1차 명단을 발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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