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은 20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형제복지원 관련 피해자들을 작업장에 가두고 강제로 노역에 종사시키고 가혹 행위를 한 형제복지원 원장의 특수감금죄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판결을 '법령에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비상상고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는 지난 9월 13일 재수사가 진행 중인 형제복지원 사건을 비상상고하라고 문 총장에게 권고했다. 비상상고는 확정된 형사 판결에서 위법한 사항이 발견됐을 때 대법원이 다시 심리하도록 하는 비상구제절차다.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일종의 수용시설처럼 운영된 형제복지원은 시민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과 구타, 학대, 성폭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복지원 자체 기록만 봐도 폐쇄될 때까지 12년간 운영되는 동안 513명이 사망했고, 그들의 주검 일부는 암매장되거나 시신조차 찾지 못해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린다.
검찰은 1987년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에 대해 수사를 벌여 불법감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지만, 대법원은 1989년 7월 정부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검찰개혁위는 "위헌·위법인 내무부 훈령 410호를 적용해 형제복지원 원장 박인근 등 원생들에 대한 특수감금 행위를 형법상 정당행위로 보고 무죄로 판단한 당시 판결은 형사소송법이 비상상고의 대상으로 규정한 '법령위반의 심판'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에 비상상고를 권고했다.
문 총장이 권고를 수용해 비상상고를 청구하면서 형제복지원 재판이 열렸던 1987년 이후로는 31년 만에, 무죄 확정판결이 나온 때로부터는 29년 만에 대법원의 사건 심리가 다시 이뤄지게 됐다.
다만 대법원 심리를 통해 과거 판결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이미 확정된 무죄의 효력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판결이나 소송 절차에서 위법이 발견됐을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절차인 비상상고는 원심이 증거 등을 부당하게 판단해 생긴 사실관계 오류를 바로잡거나 적용된 법이 위헌으로 결정됐을 때 진행하는 '재심'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유죄가 확정된 판결에 대해서만 할 수 있는 재심과 달리 비상상고는 유·무죄는 물론이고 면소·공소기각 등으로 확정된 판결도 대상이 된다.
형제복지원 사건의 경우, 박인근 원장 등의 특수감금 행위에 대해 내무부 훈령 410호를 적용해 형법상 정당행위라고 보고 무죄로 판결한 부분이 '법령을 위반한 심판'에 해당한다고 검찰개혁위는 판단했다.
비상상고된 사건은 대법원에서 단심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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