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눈높이, 월 250만원 커플에 맞춰야"

[인터뷰]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②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사명' 중 하나로 '검찰개혁'을 꼽는다.

잘 알려졌듯, 금 의원은 검사 시절인 지난 2006년 <한겨레>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제목의 연재를 기고한 것이 문제가 되어 결국 검찰을 떠났다. 금 의원이 생각하는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이 검찰 본연의 일을 할 수 있게 해줘서 정치권이 검찰총장이 누가 되는지 관심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적폐청산'이라는 과제를 안고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의 적임자이지만, 아직까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금 의원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사법적폐'의 하나로 드러나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금 의원은 "시간을 끌수록 외부적 충격을 통해 수술대 위에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내부의 자성을 촉구했다.

"상상할 수도 없는 재판거래 정황이 드러났는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양승태 사법부 당시 고위직을 지낸 이들 중 그 누구도 책임 있는 말 한마디를 하지 않는다. 대법원 스스로 최소한의 자정 능력을 보이려면, 당시 책임 있는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 입을 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법원 원로부터 소장판사까지 목소리를 내야 한다."

다음은 금 의원과 지난 12일 가진 인터뷰 후반부이다.

▲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상상 초월 재판거래에 조용한 사법부, 이해할 수 없다"


프레시안
: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및 재판거래 의혹으로, '김명수 사법부'까지 흔들리고 있다. 사법개혁 또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 중 하나인데, 어떻게 보고 있나.


금태섭
: '양승태 사법농단'의 핵심은 쌍용차 노조와해 및 KTX 여승무원 사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같은 과거사 사건 등 재판거래다.

과거 법원은 판사들이 비리를 저지르거나 잘못했을 때 감싸주는 경향이 있었다. 판사 개인이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새판 전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판사들은 '양승태 사법농단'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일 뿐 부인하지는 않는다.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와 관련해 2015년 12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 재판장이 읽은 판결문은, 한 달여 전인 11월 16일 양승태 사법부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대외비 문건과 판박이였다. 이런 사례가 너무 많으니까, 판사들이 "믿을 수가 없다"는 말만 하고 있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사법농단'에 관여한 판사보다 관여하지 않은 판사가 훨씬 많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이 보기에는 다 똑같다. 그렇지 않나?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 정치권에서는 국정조사와 법관 탄핵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사법부가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고 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법부가 시간을 끌수록 검찰 수사와 같은 외부적 충격을 통해서 수술대 위에 올라갈 수밖에 없다.

상상할 수도 없는 재판거래 정황이 드러났는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양승태 사법부 당시 고위직을 지낸 이들 중 그 누구도 책임 있는 말 한마디를 하지 않는다. 대법원 스스로 최소한의 자정 능력을 보이려면, 당시 책임 있는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 입을 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법원 원로부터 소장판사까지 목소리를 내야 한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법원이 정치권력의 외압을 받고 대법원장을 비롯한 지휘부가 흔들리면, 소장판사들이 들고 일어선 전례가 있다. 사법부가 왜 이렇게 조용한지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사법농단은 어떻게 보면, 새로운 유형의 사법부 독립권 침해다. 그것도 내부에서 침해당했다. 왜 목소리를 못 내나. 법원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신뢰라도 얻을 수 있다.


프레시안
: 내부개혁이란 게 참 어려운 일이다.


금태섭
: 진짜 어렵다. 하지만 욕을 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예전에 검찰에 있을 때 제일 어려운 사건이 내부비리 수사였다. '출세를 위해서 총장님을 팔아먹었다'라는 소리를 나중까지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길게 보면,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내고 개혁의 동력을 만들어 가는 일이야말로 조직을 살리는 길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이론적이고 경직된 정책, 유연해야 한다"

프레시안
: 자유한국당의 '출산주도성장'이 뭇매를 맞고 있는데, 진보/보수할 것 없이 정치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당은 우주에 가 있는 것 같고. 사실 민주당조차 꽤 떨어져 있다. 특히 일자리와 부동산 문제로 '못 살겠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정부여당의 대응은 한 박자씩 늦는 것 같다.


금태섭
: 자유한국당의 '출산주도성장'은 상상을 벗어날 정도로 정말 기괴한 발상이다. 거대 의석을 가진 제1야당인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의아할 정도다.

정치권이 문제라는 걸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대응에는 늦다.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 부끄럽게 생각한다. 특히 정부가 직장을 갖고 결혼해서 자녀를 키우며 조금이나마 행복하게 살아보고자 하는 30·40대 젊은층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한 것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
: 어떻게 해야 할까?


금태섭
: 발표되는 정책들이 다소 이론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정책 연구가는 월에 250만 원을 버는 커플을 기준으로 정책을 만든다고 한다. 솔직히, 월에 250만 원을 버는 커플 입장에서는 아이를 낳을 이유가 전혀 없다. 본인들의 인생이 달라질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힘들어진다. 정책 고민에 있어 이 같은 현실적인 면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 전반이 정책에 대해 지나치게 경직된 것은 아닐까? 정책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틀릴 수도 있고,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유연성이고, 정책의 목표가 무엇이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젊은층이 결혼하고 싶게,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야 한다. 정책 입안자들이 현장에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정책과 관련해 청와대 386그룹을 지적하기도 한다. 상위 20%와 나머지 80%의 삶은 분절되어 있는데, 정부의 정책 결정은 상위 20%만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금태섭
: 사실 민주당 지지세력 중 상당수가 대기업 조직 노동자들, 교육받은 386세대 고소득층 등 상위 10%에 속한다. 그래서 민주당은 상위 0.1%와 1%는 비판하면서 상위 10%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는다. 그래서 보수진영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무엇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고착된 상태에서 민주당 지지층인 상위 10%는 그대로 두고, 나머지 90%를 전부 정규직으로 만들어 상위 1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정책 구상은 불가능하다. 일부의 지적이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정책은 한쪽을 보강하다 보면, 다른 한쪽에서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청와대뿐 아니라 진보진영 또한 정책 결정에 경직된 면이 있는데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최형락)


"검찰개혁, 반드시 이뤄낸다"


프레시안
: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됐다. 특별히 역점을 두고 싶은 것이 있다면?


금태섭
: 국회의원이 되면서 그나마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반드시 하고 싶은 일이 바로 검찰개혁이다. 검찰개혁 관련 법안 모두를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처리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대부분 사건은 검찰에 의해 형사 절차를 밟는데,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노동 문제도, 정치적 논쟁거리도 검찰이 해결하고 있다. 심지어 검찰이 천경자 화백 작품의 진위까지 가렸다. 검찰이 검찰 본연의 일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래서 정치권이 검찰총장이 누가 되는지에 관심 두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영국, 독일, 프랑스 검찰이 그렇다.

다만 아쉬운 것은 지난 정부의 적폐청산이라는 숙제를 안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지만, 여전히 검찰의 힘이 막강하다는 사실이다. 안타깝다. 촛불 정신을 계승한 정부이기에, 검찰개혁의 적임자지만 아직까지 검찰에 대해서는 손을 못 대고 있다. 검찰개혁, 반드시 이뤄내고 싶다.


"민주당도 편 가르기 정치에서 자유롭지 않다"

프레시안
: 법대로만 되면, 참 좋은 나라인데.(웃음)


금태섭
: 좋은 나라가 되려면, 먼저 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 반(反)정치 정서가 바뀌어야 한다.우리 사회에는 보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고, 진보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고, 때에 따라 생각을 바꾸는 사람도 있다. 이들과 논쟁도 하고 달래도 가면서 어떤 방향으로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게 정치다. 그런데 보수진영이나 진보진영이나 그런 정치의 역할을 경시하고 있다. 정부여당과 야당, 그리고 언론에서도 정치의 중요성을 새로 인식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정치가 너와 나로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 여당은 '야당은 말 안 듣느냐? 우리가 맞는데
…'라는 식이고, 야당은 '정부가 틀렸는데 왜 우리 말 안 듣느냐?'라는 입장이다. 양쪽 다 자신들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이 같은 편 가르기를 비판했는데, 정권은 바뀌었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아직 바뀌지 않은 것 같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온 이상, 사회적 분위기와 사람들의 인식을 바꿨으면 좋겠다.

정치는 아주 중요하다. 상대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다. 상대가 있어야 우리도 있다. 우리만 100%가 됐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반정치적인 생각이다. 정치가 제대로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사회, 좋은 나라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프레시안(최형락)


'금태섭TV', 유투버 활동이 쉽지 않지만


프레시안 : 유투브 '금태섭TV'를 운영하고 있다. 유투버 활동, 해보니까 어떤가. 실제 의정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나?

금태섭
: 요즘 젊은층은 기존 매체를 보지 않고 유투브나 SNS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들과 소통하려면 유투브나 SNS를 이용해야 하는데, 유투브에서는 국회의원이라고 조회 수가 올라가지 않는다. 유투버 활동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웃음)

2016년 총선 때부터 젊은층 소통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며 여러 아이디어를 냈다. 그렇게 유투브에서 '금태섭TV를 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반응이 크지 않았다. 그런데 지역구인 '강서구갑'에 속한 지하철 5호선 화곡역과 우장산역 주변 맛집 정보를 올렸더니,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조회수가 특별히 늘어난 이유, 아직 잘 모르겠다. '금태섭TV'가 아직은 초창기이고 여러 방법을 모색하는 단계지만, 유권자들이 이런 노력을 알아봐 주는 게 아닌가 싶다.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알찬 내용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금태섭TV'를 본받아 '청와대 LIVE 11:50'나 동료 정치인 유투브가 생긴 걸 보면 보람이 있다.(웃음)

프레시안 : 유투브를 통해서 유권자나 시민을 만나고 있는데, 언론에 조언을 한다면?

금태섭 : 어떤 식으로든 쌍방향 소통이 좀 더 원활해야 한다. 기존 언론의 소통 방식은 댓글 정도 아닌가. 기존 매체는 퀄리티를 유지하려면, 쌍방향 소통이 어려울 수 있지만 좀 더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SBS의 '비디오머그'가 쌍방향 소통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미국은 <뉴욕타임스>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각적인 효과를 사용해 보다 친숙하게 전달하고 있다.

(☞ '금태섭TV' 바로 가기 : https://www.youtube.com/channel/UC2gl-I4_6wYTDLnrJtaiW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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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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