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는 정신병'? 지성의 보루라는 대학의 실상입니다

[당신들을 위한 강의실은 없다] ⑪ '대학 미투' 좌담 (2)

지난 6월말부터 프레시안은 대학 미투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당신을 위한 강의실은 없다> 기획을 연재했다. (연재 전체 보기)

교수 성폭력에 대한 고발과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하겠다는 목소리는 올 봄부터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지만, 정작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대학은 없다. 프레시안에 실린 8개 대학의 미투 사건도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들은 가해 사실에 대해 부인하고 있고, 동료 교수들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해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가 주어지고 있다. 학교는 형식적인 처벌을 통해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하고, 교육부는 '학교 자율'에 개입할 수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2차 가해에 시달려야 하며 '위드유'를 외치며 연대하는 이들이 바라는 '평등하며 안전한 학교'는 현실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교육의 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당한 현실'에 대해 한국 사회는 계속 눈 감고, 귀 막고, 알아서 잘 해결하라고 있을 것인가? <당신을 위한 강의실은 없다> 연재를 마치며 다시 한번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자 각 대학별로 미투 운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동덕여대 H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의장 문아영, 성균관대 위드유특별위원회 함수민, 연세대 A교수 성폭력 대응을 위한 학생연대체 윤영경, 이화여대 조예대 학생회 공동대표 신혜슬, 동국대 행동하는 페미니스트 '쿵쾅' 예진 등 5명이 참여했다. 지난 9일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진행된 좌담회를 2회에 걸쳐 게재한다.(좌담 첫번째 기사 : '대학 미투' 대하는 학교 측의 '천하 제일 궤변 대회')

ⓒ 동덕여대 H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

미투는 성별위계에 기반한 대학 문화의 문제다

프레시안 : 대체로 학교 당국의 미온적인 태도가 가장 큰 문제고, 무엇보다 가해자가 오랜 기간 강단에 있으면서 피해자가 누적되어 온 문제이지만, 미투를 통해 그냥 단편적인 사건으로만 드러났다는 사실도 공통적인 지점이다. 또 이런 성추행이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대학 내 문화도 공통적인 문제다.

윤영경(연세대) : 학생들이 학교에 요구하는 것은 A교수가 성폭력을 저지른 것이 맞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게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식이고, 무너진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회복하는 길이다. 그런데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

이 와중에 '에브리타임' 같은 학내 남학생들의 익명사이트 등에서 '내가 봤을 때 A교수가 엄청 좋은 사람 같다.'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 '이런 고발하는 건 다 페미다', '페미는 정신병이다'는 등 발언이 난무한다. 피해 당사자는 심적 부담이 엄청나다. 남녀공학이라서 이런 생각을 가진 남학생들과도 부대끼며 학교를 다녀야 한다. 학교 큰길을 걷기만 해도 '지나가는 쟤가 알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드는 게 사실인데, 학교에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고 있다.

문아영(동덕여대) : 동덕여대에서 처음 미투 고발이 이뤄진 것은 H교수의 강의실 내 여성 비하 문학론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학생들이 계속 갖고 있었는데, '안희정 미투'에 대한 폄하 발언을 계기로 공론화가 되기 시작했다.

사실 저희가 문제제기를 하는 것의 가장 첫 번째는 강의실에서의 위계폭력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쉽게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함수민(성균관대) : 미투는 문화의 문제다. 지금 보면 강의실 내에서 성차별 발언이나 미투 희화화는 여전하다. 남성들은 성차별적 발언을 아직도 유머로 소비하고, 여성 차별적 발언도 공공연히 이뤄진다. 교재 내에서도 그런 내용이 보이는데 수정도 안 되고 10년 넘게 쓰이고 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아무도 이런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간신히 강의 평가 목록 중에 '성차별 발언이 있다면 쓰라'고 해서 늘 글자 수가 초과될 만큼 쓰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런 내용을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익명으로 쓰는 것이지만, 과연 익명이 보장되는지 의구심을 다들 갖고 있다. 교수들이 가끔 '너네 강의 평가 써봤자 내가 모를 줄 알지? 그거 다 아는 방법이 있다'라는 말을 장난인지 진담인지는 모르겠으나 하기도 한다.

성균관대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보수적이다. 재단도 보수적이고. 그러다 보니 미투와 관련한 모든 행동에 제재가 가해진다. 애초 문화적으로 여성에 대한 존중, 소수자에 대한 존중, 어린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다보니, 그런 기반 위에서 미투가 일어났을 때 과연 누가 보호를 받을 것인가. 심지어는 총학생회조차 연대하지 않는다. 총학은 '남정숙 교수를 지지하는 학우들의 이야기와 학교 측 이야기가 너무 상이하니 자기는 연대할 수 없다'며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또 학교나 총학이나 우리가 다 옳은 이야기를 해서 할 말이 없어질 때 꺼내는 카드는 '위드유특위, 너희가 어디 소속이냐, 정식인준을 받았느냐'는 것이다. 그런 식의 프레임은 늘 모든 인권 활동이나 소수자 활동을 막아왔다.

최대 형량이 정직 3개월? 판박이 징계 결정

프레시안 : 공정성이 담보되지 못한 징계 절차를 거쳐 소위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는 것도 공통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함수민 : 학교 공간 안에서 최대 형량이라고 내려지는 것이 정말 다들 비슷하게 '정직 3개월'이다. 학교들마다 '정직 3개월은 우리가 교수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처벌'이라는 말을 동일하게 한다. 이런 얘기도 한다. '여기가 학교인데 다 알지 않지 않느냐. 우리가 파면할 것 같아요? 사직서를 내면 그걸 받아들이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한다.

조사위나 징계위에 대한 문제제기도 당사자만 할 수 있다. 연대해서 활동해온 사람들은 전혀 문제제기를 할 수 없다. 오히려 가해자만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는 권력 관계가 역전되어 있다.

신혜슬(이화여대) : 저희도 계속 파면을 요구했는데, 파면을 해도 5년 후에 해당 학교는 아니지만, 교단에 다시 설 수 있다고 들었다. 해임은 3년 후에 해당 학교로 돌아올 수 있고. 그렇다면 가장 수위가 높은 징계인 파면도 사실 피해 호소인들을 보호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또 정직 3개월과 해임 사이의 징계 수위가 없어서, 해임은 학교 측에서 생각하기에 너무 무거운 것 같으니까 '정직 3개월'이 제일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문아영 : H교수는 작가이기 때문에 다른 예술 활동을 통해 충분히 명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미 타 매체 인터뷰를 통해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새 작품을 쓰고, 외국 대학에 교수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혜슬 : 해임이 되어도 교직원 연금이 나온다고 들었다. 그래서 저희도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저희도 예체능 쪽이기 때문에 교수가 아니더라도 각종 공모전에 심사위원 등으로 어디서나 만날 수 있어 미투 폭로에 나서기 힘든 경우다. 그래서 학생들은 성폭력 피해 신고를 하기도 어려운데, 가해 교수들은 정직이나 처분이 내려졌어도 열려 있는 미래가 있다.

윤영경 : 저희는 '대학에서 수업을 못하게 하고, 대학원 수업에서 학생 녹취 진술을 트는 등 2차 가해를 자행하니까 징계가 결정되면 대학원 수업도 못하게 하라'고 요구했더니, 그렇게 되면 '교수에게 월급을 줄 근거가 없다'며 안 된다고 하더라.

저희는 파면을 요구했는데, 징계위 내에서는 정직 3개월도 너무 심하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왜 이런 인식의 차이를 보이냐면, 징계위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교수다. 연세대는 교수들의 성인지 교육 이수율이 제일 낮은 학교 중 하나다. 교수들은 남초 집단이고 권위의식이 강한 집단이다. 이런 사람들이 징계위원을 구성하고 있으니 당연히 징계 수위가 낮을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가해 교수들의 반응도 대체로 비슷한데 처음에는 사건을 인정하고 사과하겠다고 하다가 실제 징계 절차에 들어가면 말을 번복하는 경우가 많다.

윤영경 : 저희는 처음에 학과 간담회에서 본인이 먼저 '말을 하겠다'고 하고 사실 관계를 인정하냐고 물었더니 인정하겠다고 했다. 사과도 약속을 했다. 그리고 나서 몇 달이 지나도 사과를 하지 않아서 '사과를 왜 안 하시냐'고 메일을 보냈더니 '사과는 합니다. 진상조사위원회 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답장이 왔다.

그런데 진상조사위원회가 아니라 인사위원회가 진행 중이었는데, 갑자기 '진상조사위원회'라고 말을 달리하면서 마치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면서 1년이 지나도록 약속한 사과도 안 하고 다른 교수를 고소하는 상황에까지 다다르게 됐다.

'주어' 생략된 유감 표명이 공식 사과?


문아영 : 저희는 H교수가 성추행에 대해 전혀 인정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상태다. 3월 14일 처음 미투 폄하 발언이 공론화되고, 3월 15일 피해학우가 학내 커뮤니티 통해 성추행 고발을 한 뒤에, 3월 19일 H교수가 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H교수는 학교에 사직서를 낸 상태고, 학교는 아직 이를 처리하지 않았다. H교수는 징계위에 출석하라는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고, 모든 것을 서면으로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한다. 이미 사직서도 제출한 상태에서 어떤 징계 결과가 나온들 어떤 효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저희는 파면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 학교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고 교육부 등 정부기관에서도 사립학교 문제에 대해선 '권고' 이상의 강제력을 갖기 어렵다고 답변을 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함수민 : 저희는 가해 교수가 성추행을 인정했다. 그런데 어떤 방식이냐면 '나도 안다. 하지만 어떡하느냐. 나도 나를 주체할 수 없다'며 자신의 성폭력을 아주 정당한 일인 것처럼 말했다. 남정숙 교수에 대한 사과도 어떤 방식이었냐면, 가해 교수가 마이크를 잡고 '나는 누구에게 이런 일을 저질렀고, 정말 죄송하다'가 아니라, '학교에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고 들었는데,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죠?'라는 식으로 말했다. 이것이 사과였다는데, 자신의 가해 사실을 드러내지도 않았고, 사과의 대상이 누구인지로 확실치 않았으며, 반성도 없었다. 학교 측이 이 사건을 계속 쉽다고 말하는 이유는 가해자가 가해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결과가 '정직 3개월'이다.

프레시안 : 현재 학교와 학생 사이의 내부적인 문제로 학교 차원에서 문제가 해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 등 정책적인 차원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얘기해달라.

함수민 : 사실 내부적인 해결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공간의 문화를 바꾸는 핵심적인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째서 우리가 공동체 내부적인 해결을 원했는가. 그리고 어째서 학내 기구를 중심으로, 혹은 학내 단위를 중심으로 학우들이 중심이 돼서 문제를 지적하고 이것이 바뀌어나가는 과정에 왜 우리가 목맸는가를 생각해 보면, 이것은 형편없는 시스템을 조금은 더 여성주의적으로, 그리고 미투의 흐름에 맞게 바꿔나가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말한 대로 우리가 '오히려 너무 고립되어 가는 것 같다. 그리고 학교가 지정한 익명게시판에서 너무 많이 조리돌림을 당한다. 그래서 우리의 안전이 실질적으로 온라인을 넘어서 오프라인에서도 위협을 당한다'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봤을 때 조금 암담하다.

우선은 학교에서 여성주의 자치기구나 소수자 인권과 관련된 기구 등을 제도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것이 오히려 전체 학교의 조직 내부의 안정성과 갈등 해소에 필요한 일 아닌가. 성평등위원회라든지 인권위원회라든지 각 단과대에 존재하지 않는 곳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다 보니 아주 소수의 위원회들이 엄청 많은 부담을 지게 된다. 이런 단위들이 곳곳에 있으면 성폭력 등 문제가 발생했을데, '그것에 맡기면 되겠네' 이렇게 생각되고 절차상 안정되어 있을텐데, 지금은 성폭력이 발생하면 '아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면서 '묻어. 묻어' 이렇게 흘러가는 것 같다.

여학생위원회에 군필자 위한 활동을 하라?

프레시안 : 미투 활동 때문에 실질적으로 오프라인에서도 위협을 느낀다는 말이 다소 충격적인데, 좀더 자세히 말해달라.

함수민 : 정말 많다. 미투에 연대한 단위들에 대한 압력이 대표적인데, 중앙동아리는 동아리 중에서 힘이 좀 있다. 학교 측 지원도 받고, 동아리실도 보장된다. 그런데 모 동아리가 미투를 지지하고 관련 학내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중앙동아리에 들어가는 자격을 박탈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저는 '위드유특위'뿐 아니라 문과대 여학생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다. 문과대 여학생위원회가 남정숙 교수 미투 운동에 앞장섰던 단위인데, 저희가 관리하는 여학생휴게실에 대해 '재네가 점거하니까 뺏어야 한다'며 이 문제를 특별안건으로 상정하자는 요구도 나왔다. 또 여학생위원회는 독립기구가 아니라 특별기구라 매년 인준을 받는다. 인준 절차에 오만 가지 두꺼운 서류를 준비해 가도, 반대에 부딪힌다. '남자를 위한 활동을 하지 않느냐? 군필자를 위한 활동은 왜 하지 않느냐?' 이런 질문을 한다. 이는 사실 남성의 범위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성소수자, 장애학생들에 대한 인지가 전혀 없는 질문들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정말 너무 당당하게 요구되니까 우리는 인준받기 위해 덜덜 떨 수밖에 없다. 너무 힘이 없으니까. 그런데 막상 성폭력 사건 등이 문제가 발생하면 온갖 실무는 우리가 다 담당해야 한다. 성평등 문화 조성을 우리가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위상을 인정하고 높이기보다는 깎고 우리의 권리를 하나하나 앗아가려고 한다.

신혜슬 : 저는 교육부에서 움직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교육부는 특히 사립학교에 대해서는 권고만 할 수 있고 어떤 영향력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저희 학교에서 한 번 간담회가 있었다(2018년 4월 11일). 교육부총리와 일부 국회의원들이 참석했는데, 학생들과 참가자들이 제일 많이 했던 질문이 '그래서 교육부는 뭘 했느냐? 뭘 할 수 있느냐?' 였다. 교육부 미투 담당자가 계속 명확한 답을 못하다가 '솔직히 얘기하면 교육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학교 자치/자율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만 말하더라. 교육부는 '학교 자율'을 말하고, 대학은 '교육부에서도 권고만 내리고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건데, 왜 우리한테 그러느냐'면서 그 틈새를 이용해 빠져나간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제도 안에서 가해자는 굉장히 잘 보호되고 있다. 정말 철통같이 보호하면서 피해 호소인이나 학생들은 전혀 보호되지 못하는 갭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저는 교육부에서 권고 이상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보여야 한다고 본다. 간담회 이후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했다고 만든 게 신고센터를 만들었는데, 지금 신고를 못해서 문제가 아니다. 실질적으로 피해 호소인이나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그걸 교육부에서 충분히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고만으로 끝낸다는 것은 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닌가.

또 교육부 내에서 대학 내 성폭력 담당자가 한 명이라고 들었다. 인력도 좀 더 배치해서 권고가 아닌 그 이상의 영향력을 교육부가 행사해야 대학도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권고' 이상은 못한다는 교육부, '대학 평가'에 성평등 포함시키자

문아영 : 사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처벌이라고 전혀 느낄 수가 없다.

교육부에 대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권한이 없다고 답변을 하는데,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교육부의 대학 평가에 이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대학들이 국립대학, 사립대학 불문하고 대학 평가에 연연한다. 대학 평가 세부 항목으로 학내 성폭력이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전수조사가 매년 이뤄지고 있는지, 교직원과 교수 등이 성평등교육을 얼마나 잘 이수하고 있는지 등을 넣어야 한다. 왜냐면 학교가 교육부가 아무리 권고한들 들을까 이런 의구심이 있기 때문이다.

윤영경 : 현재 교육부에서 권고를 했을 때, 이를 듣지 않았을 때 벌점 등 실질적인 손해가 있어야 대학들이 이를 따를 것 같다. 그리고 현재 학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정이나 시스템이 미비하고 구멍이 나 있는 상황인데, 이런 부분에 대해 교육부가 개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학교 측에서 교원 윤리 규정에 품위 유지 규정이 있는데, 여기에 성폭력을 저질렀을 때 어떤 제재를 가하는지에 대해 규정이 되어 있지 않다고 말해서, 총여학생회에서 찾아보니 세세하지는 않아도 규정이 있긴 있었다. 이런 태도를 보면 학교 측은 어떻게든 시간을 끌면서 학생들이 지치기를 기다리는 게 아닌가 싶다. 우회적으로 알아봤을 때 '학생들을 지치게 만들기 위해서 일부러 방학까지 끌었다'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것을 보면 학교 내에서 전혀 자정이 안 된다는 얘기다. 교육부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사건에 직접 개입하지 않더라도 이런 시스템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개입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교육부가 연대 A교수의 징계 문제에 대해 직접 개입하는 것은 어렵더라도 학교가 소위 가해자 감싸기를 한다거나 이런 정황에 대해 학생들이 직접 소통하고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놓으면 대학들도 좀 의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의 교육부 권고는 솔직히 학생들 입장에선 '너희들도 한통속이야?' 이런 느낌이다.

신혜슬 : 2차 가해도 매우 많았는데, 기사에도 나왔지만 '너희들 치마가 짧아서 미투 운동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발언이나 '미투가 있어서 지원금이 끊겼다'는 이런 이상한 말로 학생들을 협박하면서, 모든 게 학생들 때문이라고 탓을 했다. 학생회나 조금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저 말, 들을 필요가 없는 소리구나' 하고 알지만, 일부 학생들 중에는 동요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런 점에서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해 교수들도 성평등 강의가 필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있다고는 들었는데, 이행을 안 했을 때 어떤 불이익은 없다고 한다. 이런 것도 교육부에서 조금 더 강제해야 한다.

또 교수들이 가진 권력, 본인은 엄청 명예 있고 권력 있는 것처럼 말씀하신다. 물론 훌륭한 분들도 많겠지만, 성범죄를 저지른 분들까지 그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 자신들의 명예를 실추시킨 건 본인들이지 않나. 꼭 성범죄가 아니더라도, 위계질서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도 해소됐으면 한다.

프레시안 : 방금 지적한 것처럼 대학 내 성폭력 문제가 교수-학생 간의 위계, 또 성별간의 위계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사건이다. 따라서 문화의 문제이고 많은 교육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책이 있다면 말해달라.

윤영경 : 남학생들 사이의 익명게시판인 '에브리타임'은 폐쇄해야 한다.(웃음)

학내 문화라는 게, 문과대는 여학생 비율이 높은 편인데 '옛날에는 여교수가 들어오면 연구실 안 주고 조교들과 같이 사무실을 쓰게 했다' 이런 이야기를 아직도 하는 교수들이 있다. 해당 과는 여교수가 한 명도 없었다.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우리 과는 전통적으로 남자가 많아서...'라고 한다.

이런 게 충분히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남학생과 여학생 간 사이에 성인지 인식 차가 상당히 엄청나고, 이런 것들이 여학생들에게는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에브리타임이 아무리 익명 커뮤니티라고 해도, 거기서 페미니즘을 비판하고 성차별적 의견들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내가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 중 하나라는 얘기이지 않나. 그래서 사실 학교에서 몇몇 의식 있는 강사들이 '페미니즘 문화' 이런 수업을 열면 발표를 할 때 저 뒤에서 차가운 눈으로 나를 보는 저 남학생들, 또 자기들끼리 뒷담화로 '쟤는 페미잖아'라고 낙인을 찍고. '성폭력은 나쁘다'라는 말은 남교수도 하는 말인데, 여학생이 이 말을 하면 '페미'로 낙인 찍히고, 여학생들은 점점 더 말을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된다. 남학생보다 훨씬 더 큰 용기를 내야 하고, 그러다보니 남학생들의 발화가 더 많고 권력을 가지게 되고, 이런 학내 분위기가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문아영 : 사실 이 자리도 특정 언론사가 아니라 교육부에서 학교의 미투를 고발한 피해 당사자나 혹은 이렇게 비대위나 총학 등 연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면담 요청을 해서 주최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교수와 학생 간 위계도 있지만, 그보다 원초적인 것은 남성과 여성간 성별 위계인 것 같다. 미투 운동을 통해 우리가 깨닫게 된 현실은 성폭력을 '나쁜 사람, 어떤 괴물 같은 사람'이 일으키는 게 아니라 물론 처음 보는 사람도 있지만 내 옆에 있는 사람, 나와 같이 생활하는 사람도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그 근원은 성별 간 권력 차이고, 여성혐오에 기반한 것이다. 지금 전국적으로 미투를 지지하는 이유가 개인 간 성폭력 사건에 연대하는 것도 있지만, 이게 결국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고 여성혐오에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대해 싸우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학교 측에서는 전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 논의가 확장되지 않는다.

윤영경 : 지금 학교가 길게 못 보고 근시안적으로 숨기기에 급급하다. 학교가 남성중싱적인 학내 문화와 분위기를 재생산하고 강화하는 것이라는 인식 자체가 전혀 없다.

문아영 : 지금은 '동덕여대 H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로 활동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논의한 것은 '이 사건만의 해결을 위해 모인 것이 아니다. 길게 가서 인권센터를 만드는 것까지 가야 한다'고 얘기했다. 인권센터가 있다고 해서 제 역할을 하지는 못하는 학교가 다반수지만, 우리는 그 인권센터조차 없는 학교다.

'미투 이후의 대학'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프레시안 : 개인적으로는 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이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점을 가장 크게 보고 있다. 대학 미투를 포함한 스쿨 미투는 미래 세대에게 한국 사회가 어떤 미래로 다가가느냐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아영 : 지금 일부에서 말하는 게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고등교육을 받고 있고,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사회에 진출하고 있는데 어떤 불평등이 있느냐고 한다. 물론 반박할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대학 내 미투만 봐도 사실 학생들이 입학해서 교육을 받는 동안 이렇게 성추행 당하고, 성희롱 당하고, 성폭력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여성들에게 교육권이 동등하게 보장되느냐 물어야 한다.

윤영경 : 교육기관이라는 것이 학교 건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개별 교수들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징계위원회에 들어갔을 때 딱 교수들의 인식은 학생들은 4년이 지나면 졸업할 것이지만 동료 교수는 영원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교수들 사이에 이런 저런 연계로 다 얽혀 있다면 얽혀 있지 않나. 그러니까 동료 교수에 대한 인식만 공고하지, 교육기관으로서의 학교, 교수에 대한 인식 자체는 부재하다.

문아영 : 사실 같은 위치에 있는 교수가 징계위원이 되는 것이 저희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교수는 그런 일을 조사하고 징계 처벌을 내리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

윤영경 : 재단징계위원회에는 학교 이사들이 들어가는데, 이들이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것도 사실 성인지, 전문성 측면에서 말이 안 된다. 교육부에서 이런 구조적인 모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했으면 좋겠다.

예진 : 처음에 연대체를 구성하고 5.15 기자회견을 통해서 스승의 날에 '가해자들은 스승의 자격이 없으니 파면하라' 이렇게 요구를 하면서 대응 단위를 만나게 됐다. 사실 사회적으로 미투가 엄청 주목된 것과 조금 다르게, 대학 미투는 엄청 많이 제기되고 가시화됐는데도 어떠한 처벌도 내려지지 않고 있는 학교가 대다수인 것 같다.

오늘 이 자리에서도 각 대학마다 유사한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연세대 A교수 하나, 동덕여대 H교수 하나, 이렇게 해결한다고 결코 '끝났다, 우리 학교가 안전해 졌다'라고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을 지금까지 몇 개월의 미투 운동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징계위나 절차들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고 이런 제도 개선이 엄청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투 이후'의 대학을 우리가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를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공동기자회견이나 연속 기고를 기획했던 것도 미투가 하나의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적인 문제이고, 그 중에서도 대학 미투는 모든 대학의 보수 권력과 성별 권력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문제라서, 한 학교의 사건이 해결된다고 학교가 안전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완전한 공동체가 가능할 지도 모르겠으나, 같이 행동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미투 이후에 실질적으로 미투에서 봤던 학교 권력기관의 한계, 인권센터가 있는 곳은 있는 대로의 한계, 없는 곳은 없는 대로의 한계, 징계위 학생 참여를 배제하는 등 학생을 학교의 한 주체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사실 등이 확인됐다. 이런 문제들에 주목하면서 '미투 이후'의 대학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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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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