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미투' 대하는 학교 측의 '천하 제일 궤변 대회'

[당신들을 위한 강의실은 없다] ⑩ '대학 미투' 좌담회 (1)

지난 6월말부터 프레시안은 대학 미투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당신을 위한 강의실은 없다> 기획을 연재했다. (연재 전체 보기)

교수 성폭력에 대한 고발과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하겠다는 목소리는 올 봄부터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지만, 정작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대학은 없다. 프레시안에 실린 8개 대학의 미투 사건도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들은 가해 사실에 대해 부인하고 있고, 동료 교수들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해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가 주어지고 있다. 학교는 형식적인 처벌을 통해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하고, 교육부는 '학교 자율'에 개입할 수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2차 가해에 시달려야 하며 '위드유'를 외치며 연대하는 이들이 바라는 '평등하며 안전한 학교'는 현실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교육의 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당한 현실'에 대해 한국 사회는 계속 눈 감고, 귀 막고, 알아서 잘 해결하라고 있을 것인가? <당신을 위한 강의실은 없다> 연재를 마치며 다시 한번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자 각 대학별로 미투 운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동덕여대 H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의장 문아영, 성균관대 위드유특별위원회 함수민, 연세대 A교수 성폭력 대응을 위한 학생연대체 윤영경, 이화여대 조예대 학생회 공동대표 신혜슬, 동국대 행동하는 페미니스트 '쿵쾅' 예진 등 5명이 참여했다. 지난 9일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진행된 좌담회를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성균관대 위드유특별위원회


징계 결과는 가해교수에게만 통보, 학생들은 '깜깜이'

프레시안 : 이 좌담회는 '당신을 위한 강의실은 없다' 기획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담당한 학생 중 한 명이 연재 기간이 방학이라 걱정이라고 하더라. 여름방학이 지나고 나면 학교도 모른 척하고 학생들 관심도 많이 떨어질 것 같다고 걱정을 했는데, 현재 각 학교 상황이 어떤지 듣고 싶다.

함수민(성균관대) : 성대 미투는 남정숙 교수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학교 측이 이후 자신들의 발언을 번복할까 걱정이 크다.

다만 남정숙 교수 사건을 계기 삼아 '양성평등센터'라 불린 학내 성폭력 관련 일을 처리하던 기구가 '인권센터'로 바뀌었다. 물론 학교 측은 남정숙 교수 사건이 계기가 아니라 원래 바꾸려고 했다고 한다. 교육부 방침이 모든 학교에 인권센터를 설치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에 발 맞춰 인권센터가 생겼는데, 미투에 연대했던 단위들이 이 인권센터의 운영에 대해 관심을 갖고 개입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모든 학교가 다 그런 편인데, 새로운 기구의 설치 등에 대해 잘 홍보가 되지 않는다. 양성평등센터가 인권센터로 바뀐 것을 학우들은 잘 모른다. 인권이라는 이름은 엄청 공허할 수 있다. 이 센터가 어떻게 굴러가고, 어떤 하위 분야가 설치돼 그에 대한 실무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등 정말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내용에 대해 총학이나 총장에게 질문하고 제안하는 내용의 공문을 '위드유특별위원회' 이름으로 발송하는 것에 대해 검토 중이다.

문아영(동덕여대) : 지금 방학기간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지방에 내려가는 경우가 많아 회의를 하기 어렵고 학생들 사이에서 공론화되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여전히 비상대책위원회 중심으로 대응을 계속 하고 있다.

최근 가장 큰 문제는 학교가 비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 안한다는 것이다. 사실 모든 언론사의 취재 요청이 비대위를 통해서 이뤄졌고, 지금까지 언론 기고, 입장문, 대자보를 내는 등 계속 활동해왔다. 우리는 총학생회와도 연계하고 있다 보니까, 학생처장이 총학을 통해 비대위도 만나보고 싶다고 연락을 했고, 6일 처장과의 면담이 이뤄졌다. 그런데 사실상 그 면담이 무산됐는데, 그 이유가 공동의장인 저와 비대위원이 찾아갔을 때 학생처장이 또 다른 공동의장을 전에 만났었다며, 그 의장이 오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반말을 사용해서 바로 제가 '반말을 하지 마시라'고 했더니, '다른 공동의장이 없으면 이 면담을 진행할 수 없다'면서 사실상 면담이 취소됐다. 학생처장과 그 일정을 잡을 때부터 다른 공동의장이 필히 참석해야 한다는 내용을 공지 받은 적이 없었다. 이에 대한 규탄서를 냈다.

윤영경(연세대) : 최근 교원인사위원회가 열렸고, 감봉 1개월 정도의 징계가 결정됐다는 소문이 무성한 상태다. 학교 측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징계 결과는 당사자가 아니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학내 기자들이나, 학생위 대표가 찾아가 얘기해도 '징계 결과를 알려주는 것 자체가 위법이기 때문에 줄 수 없다'고 계속 얘기한다. 최근 외국어대 등 다른 학교는 결과를 공개했다고 반론을 제기하니까, '외대는 위법을 저질러도 우리는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

인사위원회 다음 단계가 재단징계위원회인데, 여기서 결정이 최종 결정이다. 이 역시 계속 소문만 무성하게 퍼지고 있다. (결정이) 나왔다 안 나왔다도 학교가 확언을 해주지 않고 있고, 그냥 시기상 '나왔다'는 심증만 있다. 만약 최종 결정이 감봉 1개월이라면, 저희는 계속 활동을 해야 하는데... 학교에 물어보면 '너희들이 알려면 알 수 있다'고 한다. 더군다나 현재 A교수가 다른 교수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학교 관계자들이 자기가 책임을 지기 싫어서 학생들의 불안감을 방치한다는 게. 교육기관으로 절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혜슬(이화여대) : 해당 과 학생들 사이엔 '그 교수 수업 듣지 말라, MT 가면 같이 있지 말라' 이런 목록이 그 전부터 있었다고 들었다. SNS를 통해 먼저 K교수 비대위가 설립되어서, 학생회 차원에서 함께 대응해도 좋은지 동의를 받고 같이 하고 있다. 조형예술대학 차원에서 기자회견을 가졌고, 그 다음날 음대에서도 미투가 터져 나와서, 현재 음대랑 미대가 같이 '예술계 미투'로 활동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총학생회에서도 같이 대응하고 있고, 그 이후 학생총회나 공동집회 등 많은 것을 함께 했다. 저희는 만족하지 않지만, 다른 학교에 비해 학교 측 대응이 빨랐다고 한다. 성폭력심의위원회도 해당 교수들이 재심의를 신청해 결과 발표가 좀 늦어지긴 했지만 빨리 열렸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 측은 징계절차와 관련해 어떤 내용도 학생들에게 공유하지 않고 있다. 일시, 장소 등에 대해 전혀 알려주고 있지 않다. 성폭력심의위가 끝나고 징계위원회 개최가 늦어져, 학생회나 학생들이 대자보도 쓰고, 기자회견도 하면서 계속 의견 표명을 했다. 마지막에 '빠른 징계위를 촉구한다'는 연대성명서를 모아서 전달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는데, 끝나고 돌아가 보니 관련 기사가 나왔다. 그날 기자회견을 소개하는 기사 마지막에 '학생들의 주장과 달리, 이미 징계위가 끝났다'는 내용이었다. 너무 화가 나서 교무처에 항의 방문을 갔다. '우리가 수없이 많은 공문도 보내고, 정문에서 빨리 열어 달라는 서명운동도 하고 그랬는데, 그걸 보면서 무슨 생각했느냐? 왜 얘기해주지 않았냐?'라고 했더니, '징계위를 빨리 열어달라고 했지, 이미 열렸는지 안 열렸는지를 공개해 달라는 건지는 몰랐다'라고 했다.(웃음)

그래서 '그럼 우리가 징계위가 열 것이냐, 열리냐, 열렸느냐? 라고 어미를 바꿔서 물어봐야 하는 것이냐'라고 따져도 교무처는 홍보팀에 돌리고 홍보팀은 학생처에 돌리고, 계속 회피를 했다. 그래서 3자 대면을 하자고 전화했더니, 칼 퇴근을 하더라.

우리가 '학생들이 먼저 알아야 하지 않느냐. 어떻게 기사를 통해 알게 하느냐'며 사과 요청을 했더니, '지금 이 자리에 온 학생들에게는 사과한다'고 해서 '사과문을 작성해 달라'고 했더니, '여기 있는 학생들에게는 사과하지만, 전체 학생들에게는 할 수 없다'며 사과문 작성을 회피했다.

인권위 결정 나오자 검찰 조사 기다려야 한다는 학교

프레시안 : 현재 미투 폭로가 일어난 뒤 학교마다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다. 과거와 달리 인권센터, 징계위원회 등 이런 문제를 처리하는 형식이나 절차는 갖춰져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징계위원 구성, 조사 방식이나 수준 등 실질적인 내용을 보면 정당성을 보장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학생들이 완전히 배제되며, 그 결과조차 통보되지 않는 것도 큰 문제인 것 같다.

신혜슬 : 학교에 징계위 결과를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법적으로 가해 교수에게만 공개가 되는 거라면서 피해 신고자에게도 공유를 하지 않았다. 그러면 피해 당사자는 가해 교수가 3개월 후에 돌아오는 것인지, 아니면 3년 후에 돌아오는 것인지 알 방법이 없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항의 운동 차원에서 가해 교수 연구실에 포스트잇을 붙여놓았는데 징계위가 끝났으니 떼야하지 않겠냐고 한다. '이미 끝났다'고 가정하고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저희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징계 결과가 공개가 되어야 합당한 결론인지 논의할 수 있다. 그래서 학교 측에 '왜 징계 결과를 적어도 피해 신고인에게는 공유해야 하지 않겠느냐. 언론 기사에서는 결과가 나오면 빠르게 공유하겠다고 얘기하지 않았느냐. 지난 번 항의 방문에서도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징계위가 끝났다는 것을 빨리 알려준다고 약속했지. 언제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느냐'라고 말했다. 그래서 학생들이 결과를 알려줄 때까지 못 나간다고 그 자리에서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그랬더니 총학생회에 따로 연락해서 '자기들도 공유하고 싶지만 공유할 수 없으니 학생들이 우회적으로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하더라.

교육부에 민원도 넣어봤는데, 교육부도 권고는 할 수 있지만 강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행히 피해 신고인은 결과를 공유를 받긴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공유를 못 받았다. 학교 측은 '교수 명패를 뺀다는 것은 인정하고 나가겠다는 뜻이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학생회 입장에서 학생들에게 명패를 뗐으니 안심하라고 얘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결과가 공유돼야 사건이 끝났는지 여부를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문아영 : 앞서 학생처장과 면담이 무산되고 학생처 팀장과 면담을 가졌다. 그 과정에서 학교 측의 말 바꾸기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H교수 사건과 관련해 학교에서 몇 차례 진상조사위원회가 열리다가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이 나와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진상위를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 7월 13일에 인권위에서 결정문이 나왔다. 결정문에 총장에게 가해 교수를 징계를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인권위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검찰로 사건이 넘어갔으므로 그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한다. 앞서 인권위 핑계를 대더니 이제는 검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도 학교에서 얘기를 해준 것이 아니라 언론사 기자가 학교를 통해 취재한 사실에 대한 학생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해서 알게 됐다. 피해 학우도 당연히 모르고 있었다.

또 진상위 조사 과정에 피해학우가 출석해서 진술하고 싶다고 했는데 처음엔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결국 출석해 진술하게 됐다. 그런데 피해학우가 출석한 자리에서 '이런 일이 있으면 학교로서는 불편하다'라는 식으로 부적절한 언행을 했을 뿐 아니라 피해학우가 진술하는 동안 진상위원들이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진상위 조사 과정과 결정에 학생들이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학교 측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의례적인 답변만 받았을 뿐이다.

함수민 : 성대도 미투 사건과 관련해 교무처장과 면담을 가졌다. 원래 총장과 면담하기로 했는데, 교무처장이 들어왔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재학생 대표인 제가 참여하는 것조차 학교 측에선 처음에는 가로 막았었다. 나이 어린 주제에 어른들 대화에 끼는 사람 정도로 폄하하고, 사과를 요구하자 사과도 없었다. 하지만 학교 측이 듣는 척도 하지 않다가 간신히 면담 자리가 만들어진 것인지라, 자리를 깨고 싶지 않은 마음에, '오늘 이 자리의 의의를 잊지 맙시다'하고 엄청 좋은 척하고 그 자리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사실이 확인된 사안이 하나도 없었다. 양측이 이야기하는 바가 여전히 많이 달랐고, 우리가 자료를 요구하니까 그들은 뭉치를 내놓고, 확인하게는 못할망정 '이게 자료야. 됐지?' 이런 식으로 보여줬다.

2차 가해도 엄청 많았다. 남정숙 교수가 정신이 이상하다는 식의 개인적인 음해, 1심에서 가해자에게 징계 처분이 났다고 해도 2심, 3심은 모르니 설레발치지 말라는 등 정말 비일비재했다. 애초에 진상조사위에서 징계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조사위원들의 2차 가해가 너무 심하다'고 피해자가 문제제기를 해도 위원들이 교체되지 않고 징계위원이 됐다. 피해자 중심주의는 애초에 없다. 그러면서 '일사부재리'라는 이유로 '재조사가 불가하다'며 '파면은 하지 못한다. 학교는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피해자가 듣는 앞에서 '이번 미투 사안은 굉장히 쉬운 사건이었다. 일사천리로 해결된 아주 쉽고 간결한 문제였다'라고 이야기한다. 미투에 대한 무게를 전혀 실감하지 않고, '쉽다'라는 표현이 얼마나 폭력적인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정직 3개월'을 내놓고 '최선이다'라고 하면 누가 학교 공간을 신뢰하겠는가.

피해학생에게 직접 전화해 '수치심을 느꼈나요?'

윤영경 : A교수는 오랜 기간 수업 내 성희롱 행보를 해왔고, 해당학과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암암리에 '저 교수 수업 듣지마' 이런 얘기가 전해 내려왔다. 해당 과에서 여학생들이 문제제기를 하자 인사위원회를 꾸렸다. 좀 황당한 게 나이 많은 교수가 인사위원장을 하는 식으로 젠더 감수성과는 완전 무관한 위원회가 꾸려졌다. 피해 여학생들의 진술은 대책위가 직접 걷어서 주겠다. 피해 당사자에게 직접 연락하지 말라고 누누이 얘기했는데, 인사위원회의 교수가 피해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수치심을 느꼈냐?'는 식으로 질문을 했다. 이런 것들이 다 2차 가해인데 전혀 제재가 안 되고 있다. 또 인사위원장이 피조사인인 A교수에게 조사 녹취록 중 일부를 넘겨서 A교수가 자신의 대학원 수업에 이 녹취를 틀면서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등 공모와 결탁의 정황이 있는데도 학교는 계속 조사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면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처럼 가장 문제라고 생각되는 지점은 성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학교의 시스템이 명목상 기구만 있고, 사실상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사건은 1년 전부터 문제가 됐다. 학과 내에서 해결을 하려다가 결국 안 풀려서 학교 본부에 성폭력 사건으로 접수를 했는데, 이 과정도 매우 문제적이다. 지금 A교수는 '자기는 성폭력 의도가 없었으니까 성폭력 교수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성폭력'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대자보를 문제 삼아 다른 교수 한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했다. 학생들에 대한 고소는 아니더라도 나중에 충분히 걸 수도 있는 상황인데, 학교가 성폭력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을 명확히 안 내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성폭력 사건으로 학과장을 통해 대리 제소를 했다. 지난 1년 동안 학생들도 너무 지쳐 있고, 일부 남학생들은 A교수 친위대처럼 '우리 교수님은 그럴 분이 아니다'라며 감싸고 있는 상황이라서 대리 제소를 하게 됐다. 그런데 학생들은 성평등센터의 성폭력심의위원회를 통하려고 했는데, 교무처에서 학과장에게 윤리인권위원회를 통해 신고를 하라고 했다고 한다. 여기의 주 업무는 김영란법 위반, 즉 교원의 윤리 의무 위반에 대한 신고가 이뤄지는 기구다. 그래서 학과장이 그쪽으로 제소를 했다. 저희가 대리 제소를 수락하는 조건으로, '피해 여학생의 진술서를 이미 냈고, 인사위원회를 통해 그 효력을 인정받았으니 가해자 대질 등 추가적인 진술을 요구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국 '원칙'이라면서 계속 피해자들이 출석을 하라고 요구해서 어쩔 수 없이 갔다. 그런데 나중에 학교 교지에서 취재를 해보니 대리 제소일 경우 출석을 하지 않는 게 원칙이었다.

학교가 이런 식으로 거짓말을 하고, 규정을 어기고 있는 상황이다. A교수는 자기가 억울한 교수라며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이런 것들을 2차 가해로 신고를 한번 더 하려고 했는데, 대책위 차원에서 학과장이 제소한 것과 똑같은 메일 주소로 제소를 하자, 답변이 '윤리인권위원회에서는 원칙적으로 홈페이지에 접수된 사건만 처리됩니다'라고 왔다. 그래서 학교에 항의를 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를 하려고 하니, 교수만 로그인할 수 있는 사이트였다. 학생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혔는데, 담당자가 모르고 교수만 로그인이 되는 사이트를 알려줬을까.

우여곡절 끝에 (A교수 사건을 계기로 발족한 여교수회를 통해) 2차 가해에 대한 신고를 접수했다. 그랬더니 답변이 왔는데, 2017년 7차 윤리위원회와 2018년 1차 윤리위원회 의결로 이미 처리된 사건이기 때문에 재심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신고도 하기 전에 무엇을 의결했다는 것인지, 학교 측의 말을 도저히 믿기 힘들다.

프레시안 : 갖춰져 있는 시스템과 절차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의 문제인데 학교가 과연 공정한 중재자인가, 교수와 학생 사이에서 피해자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에 대해 학생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윤영경 : 시스템이 없다면 없다는 이유로, 있다면 그 있는 시스템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학생들을 배제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가 가장 큰 문제다.

문아영 :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사실 전혀 느끼지 못한다. 학교에서는 교수 성폭력 문제가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교 전체 구성원의 성인지가 부족하다고 인식하지는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저희가 성희롱.성폭력 관련 규정을 다른 대학들과 좀 비교해 봤는데, 빠진 내용이 너무 많았다. 특히 피해자 보호와 관련된 내용은 너무 허술하다. 또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가해교수 뿐 아니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다수의 누리꾼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데, 이런 걸 학교가 전혀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함수민 : 동의한다. 저도 사실 시스템을 보면 학교가 만든 것이라는 느낌이 확 든다. 그 의미는 피해자 중심주의, 우리가 흔히 아는 성평등 의식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절차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립시키는 방식으로, 암암리에 쉬쉬하면서 모든 결정이 내려지는 방식으로 시스템이 운영되는 것 같다.

교수도 교육노동자다. 그런데 엄청난 명예직이라고 생각되고, 그 명예를 주변에서 다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 대단한 명예는 '정직 3개월'만 해도 대단히 실추되는 것처럼 말한다. (2편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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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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