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도 '인터넷 은행에 대한 진입 장벽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은산 분리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며 "후보 시절에 했던 공약이나, 어제 현장 발언이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 공약집에도 분명히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를 추진하겠다'고 했고, 국정 과제에도 '인터넷 모바일 기반 금융 서비스 영역 확대' 등이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10일 신년사에서도 '다양한 금융사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진입 규제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가 사실은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은산 분리 완화를 의미하므로 공약 파기가 아니라는 논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경영진을 만나 "인터넷 전문은행이 금융 시장에 정착하는 데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며 "은산 분리도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혁신 IT기업이 자본과 기술 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산업 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 지분을 현행 10%(의결권 지분 4%)에서 34%까지 터주는 특례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공약집에는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 추진'이라는 제목하에 "인터넷 전문은행 등 각 업권에서 현행법상 자격 요건을 갖춘 후보가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라고 적혀 있다. 이는 현행법이 규정하는 '은산 분리' 원칙을 그대로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를 대선 공약집을 근거로 "공약 파기"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 전문은행 지분을 더 가질 수 있도록 규제를 터주겠다는 '혁신 IT' 기업의 범주에 삼성이나 SKT와 같은 대기업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김의겸 대변인은 "제가 그에 대해서 지금 답변 드릴 수 없다"며 "어디까지 제안할 것인가에 대해 앞으로 충분히 논의할 공간과 시간이 열리리라 생각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를 시작으로 삼성 등 재벌의 금융산업 진출을 막아온 은산 분리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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