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산업 경제 효과, 근거 없다

[서리풀 논평] 바이오와 4차 산업혁명, 희망인가 거품인가? <下>

지난주 우리는 바이오-의료 산업이 건강과 삶의 질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다루었다(☞<서리풀 논평> : 바이오와 4차 산업혁명, 희망인가 거품인가? (1), ☞<프레시안> : 바이오 거품, 무엇을 위한 혁신인가?, ☞<라포르시안> : 줄기세포·원격의료 '성공신화'의 허상에 빠진 한국).

이어서 이번에는 경제와 산업 효과가 검토하려 한다. 바이오 또는 이와 연관된 의료산업이 새로 관심을 받게 된 이유가 성장, 일자리, 혁신성장, 규제 완화 등과 떨어지지 않으므로 경제와 산업 측면의 분석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논의에 앞서 용어를 다시 정리한다. 이번 규제 완화 논의는 의료기기에서 시작한 셈인데, 바이오와 다른 산업으로 비약한 이유는 이들 모두가 정확하게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바이오뿐 아니라 신약이니, 원격의료, 4차 산업혁명, 정밀의료 등이 뒤섞여 있고, 이는 다시 과거의 '의료 산업'과 교차한다. 제주도에서 영리 병원 논의가 한창이고, 일부 보수 언론도 영리 병원 다시 꺼내 들었다(☞관련 기사 : 유시민 전 장관, 한나라당에 영리병원 추진 도움 요청했었다). 큰 범위에서 결국 '의료 산업'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온갖 용어가 난무하고 신기루처럼 사람들을 유혹하지만, 이들이 의료산업을 중심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한 가지는 이 모든 기술과 지식, 산업의 목적과 가치가 사람의 건강과 질병을 종착점으로 하며, 다른 하나는 지식과 기술, 그 결과물인 '물질'이 각 개인의 의료 서비스나 건강관리를 통해 상품으로 실현된다는 것이다.

바이오산업의 총아(!) '소비자 의뢰 유전자 검사(DTC)'나 우리 주식시장을 압도하는 바이오시밀러(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하는)를 예로 들어보자. 유전자 검사든 바이오시밀러든 사람의 건강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이자 가치라고 주장한다. 결국은 사람에 적용되고 사람을 매개로 하여 실현된다. 사람의 몸과 마음을 피할 수 없으니, 결국 건강 관리와 의료라는 사회적 행위와 실천을 통한다. 의료산업으로 귀결되는 이유다.

또 한 가지, 물질화된 DTC나 바이오시밀러가 생존하고 번영하려면 시장에서 거래하고 이익을 남겨야 한다. 사람들이 이 '상품'을 직접 또는 다른 대리인과 기관(주로 의료 전문직과 의료기관)을 통해 사고 이용하지 않으면 매출과 이윤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바이오산업과 그 생산물이 시장과 상품으로서의 특성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현실은 좀 더 복잡해서 현재는 이것 말고도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한다(차라리 이쪽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하나는 세금에서 충당하는 국가 연구개발비로 생존하는 것, 다른 하나는 주식시장을 비롯해 투자를 받는 방법이다. 그렇지만 설마(!) 국가와 정부가 이런 산업과 경제 모델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리라 믿는다.

특히 금융자본주의와의 결합은 단순한 가능성이 아니다. 때로 산업 그 자체보다 금융과 주식시장이 더 매혹적이며 혼란스럽다. 2018년 8월 4일을 기준으로 시가 총액이 약 35조 원에 이르는 셀트리온의 비즈니스 실적을 나타내는 최근 소식 한 가지(☞관련 기사 : 셀트리온, 계열사와 내부거래 99%…일감몰아주기 '심각').

"셀트리온의 지난해 매출액 8289억 원 중 국내 매출액이 7974억 원, 해외 매출액은 314억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 바이오시밀러가 유럽에서 선전하는 것과 달리 셀트리온의 해외매출 비중은 3.8%에 불과한데다 국내 계열사로부터 벌어들인 매출은 8256억 원으로 내부거래 비중은 99.6%로 100%에 육박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 아닌가. 내부거래까지 합쳐도 매출 1조가 안 되는 회사의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35조 원에 이르는 조화라니. 그나마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꿈으로 주식시장에서 성공한 회사의 해외 매출이 겨우 314억 원? 아무리 '가상'으로 돌아가는 금융자본주의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산업이고 돈벌이, 비즈니스다.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지금부터 산업으로서의 바이오-의료산업의 특성을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관점과 관심을 요약하면, 이 산업의 경제-산업적 가치가 과장되고 왜곡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은 개별 기업과 경제 주체의 관점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국가 경제의 관점에 기초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국가 수준에서 성장 동력이 되거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는가?"에 답하는 것이 핵심이다.

첫째, 경제 동력이 되기에는 규모가 작다. 벌써 성공 신화가 된 바이오시밀러만 해도 세계 시장 규모가 약 4조5000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관련 기사 : '핫'한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매출 66%가 국내 제품).

유전자 검사 DTC는 2026년이 되어도 세계시장 규모가 6000억 원 정도라고 한다(☞바로 가기). 이게 어딘가 싶지만, 성장과 일자리에 관심을 두는 한국의 국가 경제는 이미 충분히 크다.

참고로, 2017년 기준 한국의 자동차 수출이 약 70조 원 규모다. 라면은 전체 매출이 2조 원에 가깝고 수출만 3천억 원을 넘는다.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하지만, 툭하면 언론을 장식하는 신성장동력이라는 '희망'이 어떤 것인지, 그 실체를 균형 있게 드러내는 데는 이 정도 수치로도 충분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앞으로도 개별 성공사례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세계 몇 등 기업도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어떤 검사기기나 물품, 재료가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산업이 국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래서 경제의 견인차가 될 수 있는 지다. 지금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고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상품이 어떤 것인지, 경제와 산업 전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참조하기 바란다(☞바로 가기).

보건의료에도 교훈이 있다. 몇 년 전 유행한 의료관광과 의료수출, 일부 성공담이 경제 전체에 어떤 효과를 미쳤는지 보라. 부분적으로 가능성과 경쟁력, 성공담이 이어졌던 영상진단기기 사업은 어떤가. 개별 주체의 화려한 성공과 국가 수준의 성취는 전혀 별개다.

둘째, 보건과 의료에서는 경제와 성장의 전제인 상품화와 산업화, 생산,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어렵다. 근본적 문제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신화와 겹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대유행이지만, 바이오-의료산업에서 이들이 어떤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는지 잘 알 수 없다. 성장 동력과 경제적 부가 가치가 발생하는 논리적 고리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의료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 유행을 촉발한 '왓슨'은 어떻게 상품이 되고 어떻게 돈을 버는가? 현재까지는 왓슨을 개발한 회사가 병원에 이 왓슨이라는 상품을 파는 것이 전부다. 병원이 도입 비용을 충당하려면 (현재는 보험에서 따로 보상하지 않으니) 왓슨을 앞세워 더 많은 환자를 끌어들이거나 더 많은 서비스를 받게 해야 한다.

의료 빅데이터와 유전자 분석은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가? 어떻게 상품이 되고 누가 구매할 것인가? 혁신적인 의료기기가 있다 치자. 예를 들어 또 다른 꿈 의료 로봇도 누가 사고 써야 매출과 이익이 생길 터. 원격의료도 마찬가지다. 무엇으로 돈을 벌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국내에서 대부분 산업과 기술은 (얼마나 팔 수 있을지 모르지만) 병원이 쓰고 그것이 건강보험 급여에 들어가는 경로를 꿈꾼다. 아니면 건강식품처럼 수많은 사람이 사는 상품이 되든지. 주류 모델이 이런 정도면, 대부분 바이오-의료기술의 경제성은 턱없이 과장되어 있다.

우리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바이오 산업과 혁신적 신약이 사회적 가치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연구개발 투자를 해야 하는 것도 맞다. 다만, 연구개발과 혁신의 목표와 산출이 대부분 건강과 생명, 삶의 질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산업과 경제 측면의 가치는 있다 해도 2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셋째, 교역과 세계 시장의 가능성이 분명하지 않다. 사람에 대한 서비스는 말할 것도 없지만, 규모가 괜찮고 상품을 만들 수 있다 해도 시장성이 다시 문제다. 한국 경제는 구조적으로 내수 시장에만 의존할 수 없다. 바이오-의료 산업도 국가 수준에서 경제 가치를 가지려면 수출하고 해외 시장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 지금 일부에서 주장하는 의료산업은 수출할 수 있는가?

바이오, 의료기기, 신약 등의 국제 경쟁력은 더 말할 필요가 없지만, 일단 시빗거리에서 제외한다. "해 보지도 않고"라거나 "반도체, 휴대전화, 자동차를 봐라" 식의 개발국가형 구호(또는 각오)로 대응할 것이 뻔하다. "그러니 투자해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투자론'도 빠지지 않으리라.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전제할 때, 정책 대상은 국내가 아니라 외국이다. 수출과 해외 시장을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 어떤 발전 전략도 무의미하다. 규제 혁신만 해도 그렇다. 국내 규제가 아니라 외국 규제가 더 중요하다. 외국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할 수는 없을 테니,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이 말하듯 규제에 '대응' 또는 '순응'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관련 기사 : [건강에세이] 4차산업혁명 이끌 의료기기 강국 되려면).

작은 규모의 국내 시장에서, 거의 전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의존하고자 할 때, 그 경제와 산업의 결과와 의미는 무엇일까? 건강효과는 잠시 제쳐 놓자. 산업효과는 미미하면서 국민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커지는, 더 상업화, 영리화된 보건의료와 건강보험 아닐까? 이제는 1991년 시작한 G7 프로젝트(신약 개발이 포함된다) 이후 거의 30년 동안 무엇을 해 왔고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교훈을 얻을 때다.

여러 군데서 다른 명분을 내세워 반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당장은 어렵지만 기초와 토대가 필요하다는 '토대론'과 '투자론', 의료산업을 키우면 연관 산업이 커진다는 '파급론', 가장 어려운 것에서 출발해서 다른 영역까지 효과를 미치자는 '물꼬론' 등등, 명분과 논리는 한둘이 아닐 것이다. 딱 한 가지, 모호한 예상과 희망, 각오가 아니라 과학적 근거와 논리적 설명을 부탁한다.

우리는 앞서 말한 몇 가지 조건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지배한 여러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더라도, 보건의료는 그리고 보건의료 산업은 국가 수준에서 경제 가치 창출의 원천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무리하면 엄청난 의료비 추가 부담을 토대로 경제를 조금 키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전략이라면 우리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누구의 어떤 경제를 어떻게 키운다는 것인가? 누가 어떤 일자리를, 누구 얼마나 많은 이익을 누구에게 보탤 수 있나? 그 예외적 시나리오에서 우리는 "이익의 사유화, 부담의 사회화"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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