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인간관계 버거운 경기 청년들…마음 속 불안·우울 쌓였다

경기도미래세대재단, '경기청년 마음상담소' 접수 19~39세 청년 상담 652건 분석 결과

경기도 청년들이 취업과 진로, 인간관계 등 일상적인 고민을 넘어 불안과 우울, 무기력 등 마음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신의 어려움을 외부 환경보다 스스로의 탓으로 돌리는 ‘자책’이 두드러지면서 청년들의 정서적 부담을 덜어줄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미래세대재단은 올해 3월부터 10월까지 ‘경기청년 마음상담소’에 접수된 19~39세 청년 상담 신청 652건을 분석한 결과를 8일 발표했다.

▲‘경기청년 마음상담소’ 상담 내용 ⓒ경기도미래세대재단

분석 결과 청년들이 가장 많이 호소한 고민은 정신건강으로 전체의 54.8%를 차지했다. 이어 취업(29.3%), 인간관계(26.5%), 진로(25.3%), 연애·결혼(17.9%), 가족관계(15.3%) 순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정신건강 문제를 단독으로 호소하기보다 취업이나 인간관계 등 현실적인 어려움과 함께 언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정신건강만을 고민으로 선택한 비율은 4.8%에 그쳤다. 청년들의 마음건강 문제가 개인의 정서적 어려움에 국한되지 않고 일자리와 관계 등 삶의 여러 영역과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상담 청년들이 가장 많이 표현한 마음 상태는 불안(51.5%)이었다. 우울(42.9%)과 막막함(42.3%)이 뒤를 이었다.

상담 현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상담사들은 지난해에는 취업이나 인간관계 등 자신이 처한 상황을 먼저 설명하는 청년들이 많았지만, 올해는 자신의 감정 상태를 먼저 이야기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전했다. 문제의 원인을 설명하기에 앞서 불안하고 우울하다는 감정을 직접 호소하는 청년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청년들의 상황에 따라 호소하는 감정도 달랐다. 취업 준비생 10명 중 6명(60%)은 불안을 경험한다고 답했으며, 직장인도 불안(48.2%)과 우울(47.7%)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았다. 반면 쉬고 있는 청년들은 막막함(49.1%)과 무기력(43.5%)을 가장 많이 이야기했다.

상담 사례에는 장기간 취업을 준비한 끝에 면접 연락만 받아도 복통과 손 떨림이 나타나 면접을 포기한 청년이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과 임금 체불을 겪거나 경력 단절에 대한 걱정으로 퇴사와 이직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직장인도 있었다.

상담사들이 올해 상담의 특징으로 꼽은 또 다른 키워드는 ‘자책’이다. ‘자책’, ‘내 잘못’, ‘예민’, ‘버티지 못함’ 등 자기 비난과 관련된 표현이 상담 내용에 포함된 비율은 21.9%에 달했다. 취업 실패나 관계 갈등 등 외부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그 원인을 자신의 부족함으로 받아들이는 청년들이 적지 않았다는 의미다.

마음건강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고위험 상담도 늘었다. 자신이나 타인을 해치고 싶다는 내용의 상담이 접수됐으며, 부모에 대한 극심한 분노뿐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소음을 내는 사람이나 상담사를 해치고 싶다는 사연도 확인됐다. 타인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고위험 사례는 서비스가 시작된 2021년 이후 연간 1~2건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5건으로 증가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상담이 보편화되는 가운데 AI에 먼저 고민을 털어놓은 뒤 사람 상담사를 찾는 사례도 나타났다. AI가 청년들의 첫 고민 상담 창구 역할을 하고 있지만, 비슷한 답변이 반복되면서 한계를 느끼거나 잘못된 자가 진단, 치료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상담사들은 정확한 정보 제공과 전문 상담기관 연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상담자 가운데 전문기관으로 연계된 사례는 모두 188건이었다. 이 중 140건(74.5%)은 자살예방상담전화(109),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경기청년마인드케어 등 정신건강 관련 기관으로 연결됐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임금 체불처럼 제도적 보호가 필요한 사례에는 노동권익센터 등 관련 기관을 안내했다.

취업난과 관계 갈등, 직장 내 어려움이 청년들의 마음건강을 위협하는 현실이 상담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청년들의 불안과 우울을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로만 바라보기보다 일자리와 노동환경, 사회적 관계 등 삶의 조건을 함께 살피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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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구

경기인천취재본부 김재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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