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청한 태권도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권고’를 받으면서, 올해 말 남북 공동 등재를 기대했던 전북특별자치도의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
전북도는 무주 태권도원을 기반으로 태권도의 문화유산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문화·관광·교육 산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으로 등재 준비에 참여해왔다.
2036 하계올림픽 유치를 추진하는 전북으로서는 태권도를 매개로 지역의 스포츠·문화적 위상을 높이려던 기대를 당장 실현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북한이 신청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의 대표목록 등재를 권고했다. 최종 등재 여부는 오는 11월 30일 부터 12월 5일 까지 중국 샤먼에서 열리는 제21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북한은 2024년 3월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국은 올해 3월 신청서를 내고 공동 등재를 추진했지만, 국가유산청은 남북 관계 등 여러 여건으로 공동 등재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한국의 신청이 최종 불허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선행 단독 등재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전북도는 이번 등재 추진에 행정·재정 지원을 맡아 참여했다.
도는 지난 4월 1일 국가유산청, 태권도진흥재단과 협력해 전날 ‘태권도: 한국의 도장 공동체 수련문화’의 등재 신청서와 관련 영상을 유네스코에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도는 북한과의 협의 방식과 유네스코 심의 절차에 따라 공동 등재는 이르면 올해 말, 확장 등재는 2027년 이후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2018년 씨름의 남북 공동 등재 사례를 바탕으로 태권도에서도 협력 가능성을 기대한 것이다.
전북은 현재 서울과의 공동 개최를 포함해 2036 하계올림픽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원택 도지사는 지난 3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나 공동 개최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유네스코 등재와 올림픽 개최지 선정은 별개 절차이지만 태권도 수련·교육·국제교류 시설인 무주 태권도원을 보유한 전북이 스포츠 기반과 문화유산의 가치를 함께 알리려던 구상에서는 이번 공동 등재 차질이 아쉬운 지점으로 남는다.
전북도의회 유송열 의원(무주군 선거구)은 "관계당국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하면서 "태권도가 우리나라 국기(國技)로 지정돼있고 또 올림픽 종목인데 이번 일련의 사태를 보고 너무나 안일하게 대처한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특히 "전북도 올림픽 유치 추진단에게 전 세계에 나가 활동하고 있는 우리 태권도 1세대 지도자들하고 연대를 해서 2036하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좀 심혈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이런 주문을 하기도 했다"면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정부의 초기 대응도 쟁점이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4일 공식 입장문에서 북한이 2024년 신청서를 제출한 뒤 당시 정부가 별다른 대응이나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다만 북한이 먼저 등재하더라도 태권도에 대한 배타적·독점적 권리를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국가유산청은 한국 태권도의 단독 등재 또는 기존 목록에 한국의 유산을 추가하는 확장 등재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확장 등재에는 당사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전북도에도 정부·태권도진흥재단과 함께 후속 등재 경로와 지원 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제가 남았다. 올해 공동 등재를 기대했던 준비를 향후 어떤 일정과 방식으로 이어갈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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