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시행할 예정이던 가상자산 소득과세를 2년 더 유예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진보 시민단체에서 "정부의 준비 부족은 추가 유예를 정당화하는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정부와 국회의 책임을 물어야 할 사유"라는 비판이 나왔다. 세 차례 유예로 과세 시행을 6년이나 늦춘 상황에서 또다시 준비 부족을 이유로 과세를 미루는 것은 조세형평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5일 성명을 내고 "세 차례 유예하고도 또 준비 부족, 정부여당은 그동안 뭐했나"라며 "조세형평성을 훼손하고 자산불평등을 심화하는 정부의 거듭된 과세 후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유예 근거로 제시한 해외 거래정보 확보 문제에 대해 "해외 거래에 대한 과세정보 확보의 어려움은 신고·검증 체계를 강화해 해결할 문제"라며 "일부 소득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단 이유로 모든 가상자산 투자소득에 과세하지 않는 것이 어떻게 납세자 간 형평성을 높이는 방안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디지털자산법 제정도 소득과세의 선결조건이 아니다"라며 "투자자 보호와 시장규율은 강화하되 투자소득에는 예정대로 과세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손실 이월공제나 과세기준 보완 역시 과세 시행과 병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가상자산 과세는 투자 원금이 아닌 투자소득을 대상으로 하며, 현행 법률상 연간 250만 원의 기본공제도 마련돼 있다는 점을 짚었다. 참여연대는 "가상자산 과세는 투자자 모두가 아니라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소득을 얻은 이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과세 유예의 직접적인 혜택도 투자 손실을 입은 사람이 아니라 과세 대상 이익을 실현한 사람들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에 과세 유예를 공식 요청한 점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정부의 과세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제도적 미비를 바로잡아야 할 집권여당이 그동안의 준비 부족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커녕 또다시 유예부터 요구하고 나섰다"며 "반복된 유예에도 과세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경위에 대한 점검이나 책임 규명 없이 과세 시행부터 미루자는 것은 입법·감독 책임의 방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은 시장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를 조세특혜의 명분으로 삼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며 가상자산 소득과세의 예정대로 시행과 금융소득 과세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 제시를 촉구했다.
앞서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가상자산 과세관련' 브리핑에서 "내년으로 예정했던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거래소 이용자의 거래정보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외 투자자 간 과세 형평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과의 가상자산 과세정보 교환이 2029년부터 시작하는 점도 유예 근거로 제시했다.
정부는 과세 유예와 함께 가상자산 투자 손실을 이후 3년간 발생한 이익에서 공제하는 '손실 이월공제' 도입을 추진한다.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현행 체계에서는 손실 이월공제를 허용하지 않지만, 가상자산의 높은 가격 변동성을 고려해 예외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과세 유예안과 손실 이월공제 도입안을 함께 처리할 방침이다.
과세 시행 이전에 매수한 가상자산의 취득가액 산정 기준도 설명했다. 정부는 2029년 과세 시행 시 2028년 12월 31일 시가를 취득가액으로 인정하되, 실제 취득가액이 더 높다면 투자자가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과세 시행 이전에 이미 매도해 확정한 손실은 이월공제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
정부는 전문가와 업계,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디지털자산 과세 민관합동 워킹그룹'을 구성해 스테이블코인과 무기한 선물 등 새로운 거래 유형의 과세기준도 검토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2027년 정기국회에 제출하고, 2028년 상반기에는 세부 과세기준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전문가와 업계,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디지털자산 과세 민관합동 워킹그룹'을 구성해 스테이블코인 등 새로운 거래 유형의 과세기준과 신고 절차 등을 정비할 계획이다. 해외가상자산거래소에서 하는 무기한 선물은 과세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만큼 과세 여부를 금융위원회와 별도로 협의하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2027년 정기국회에 제출한다. 2028년 상반기에는 세부 과세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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