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년 대가야 왕실의 역사를 기리는 제례가 엄숙하게 봉행되고, 한 장인이 70여 년 동안 흙과 불로 빚어온 전통 백자의 예술세계가 전시장을 통해 공개됐다.
경북 고령군이 대가야의 역사적 정체성과 전통 도예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문화행사를 잇달아 개최하며 지역 고유의 역사문화 자산을 계승하기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한쪽에서는 서기 42년부터 562년까지 이어진 대가야 왕실의 역사를 제례로 기렸고, 다른 한쪽에서는 3대째 가업을 이어온 한 도예 장인의 인생과 작품을 통해 전통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조명했다.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지역의 역사와 전통기술을 다음 세대에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자리였다.
◆ 520년 대가야 왕실의 역사...추계 대가야종묘대제 봉행
고령군은 지난 4일 오전 대가야 종묘에서 2026년 추계 대가야종묘대제를 봉행했다.
대가야종묘대제는 서기 42년 건국해 562년까지 16대에 걸쳐 520년간 이어진 대가야 왕실의 역사를 기리고 역대 왕들에게 제례를 올리는 전통 의례로서, 이날 제례는 정광호 고령군수 권한대행 부군수가 초헌관, 나영완 고령군의회 의장이 아헌관, 김영덕 고령성주축협조합장이 종헌관을 맡아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제례를 봉행하며 대가야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지역 발전과 군민의 안녕을 기원했다.
대가야는 가야 여러 나라 가운데 독자적인 정치·문화적 기반을 형성하며 발전한 고대 국가다. 특히 고령은 대가야의 중심지였다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관련 유적과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역사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이어오고 있다.
대가야종묘대제는 이러한 역사적 기반을 오늘날의 의례로 연결하는 상징적인 행사다.
◆ 70년 도자 인생의 결실...백영규 사기장 구순 기념전
대가야의 역사적 전통을 기리는 행사에 이어 고령에서는 전통 백자의 맥을 이어온 한 장인의 예술 인생을 조명하는 전시회도 마련됐다.
앞서 지난 3일 고령군은 경북도 무형유산 사기장 백영규 선생의 구순을 기념하는 전시회 '토인 백영규 도예가 구순 기념 전시회-유종의 미'를 개최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통 도자기 제작에 헌신해 온 백영규 사기장의 작품과 예술세계를 소개하고 전통 도자 기술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마련됐으며, 백 사기장은 조부 백용준 선생에 이어 부친 백암이 선생으로부터 도예를 배워 3대째 가업을 이어온 전통 도예가로서, 지난 2009년 경북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됐으며, 2021년에는 옥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아울러 백 사지장은 일본과 경주, 서울 등 국내외 여러 지역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며 한국 전통 도자기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려왔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단순히 구순을 기념하는 자리가 아니라 한 장인이 평생 쌓아온 기술과 예술적 성취를 돌아보고 전통 백자의 계승 의미를 되새긴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개막식에서 백 사기장은 70년 도자 인생의 작품을 선보이게 된 데 대한 소회와 함께 그동안 성원해 준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 전통을 지키는 것에서 미래로 잇는 것으로
대가야종묘대제와 백영규 사기장 기념전은 서로 다른 문화행사지만 공통된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고대 왕실의 역사와 의례를 보존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장인의 손끝에서 이어져 온 전통기술을 지키는 일이다.
특히 고령이 보유한 대가야 역사문화 자산과 전통 공예를 연계한다면 역사교육과 문화관광을 함께 발전시키는 기반이 될 수 있으며, 이번 두 행사는 고령이 지닌 역사와 전통기술을 현재의 문화적 자산으로 이어가려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통은 과거의 유산으로만 남아 있을 때보다 현재의 삶 속에서 활용되고 미래 세대가 직접 경험할 때 더 큰 가치를 갖는다.
역사는 기억하는 데서 시작하고, 전통은 이어가는 데서 완성된다. 고령의 두 문화행사가 지역의 정체성을 넘어 미래 세대에게 전해지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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