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역사는 누구의 기억인가...계명대, 여성의 시선으로 냉전과 역사 재조명

오는 6일 대구YMCA서 '전쟁과 여성, 기억과 역사' 학술대회...제15회 대구여성영화제 연계 특별상영

▲계명대 '전쟁과 여성, 기억과 역사-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기대하는가'학술대회 안내문ⓒ계명대

전쟁과 냉전의 역사는 누구의 관점에서 기록되고 기억되는가. 국가와 정치, 군사 중심으로 서술돼 온 기존 역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여성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재조명하는 학술대회가 대구에서 열린다.

계명대학교 국제학연구소와 여성학연구소는 오는 6일 오후 4시 대구YMCA 청소년회관 1층에서 '전쟁과 여성, 기억과 역사—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는가'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고 4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제15회 대구여성영화제와 연계해 마련됐으며, 전쟁과 냉전의 역사가 학교 교육과 사회적 기억 속에서 어떻게 전달되는지, 그 과정에서 누구의 경험이 기록되고 누구의 목소리가 배제되는지를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역사적 사건을 국가와 이념의 대립이라는 틀로만 이해하는 데서 벗어나 디아스포라와 젠더, 생태적 기억, 여성의 삶과 경험을 통해 역사를 다시 읽겠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학술대회는 유정원 계명대 국제학연구소장의 개회사와 안숙영 여성학연구소장의 환영사로 시작한다. 황지희 계명대 스페인어중남미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아 세 가지 주제 발표를 진행한다.

첫 번째 발표에서는 우상준 복현중 교사(대구역사교사모임)가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역사인식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역사교육의 현실을 짚는다. 학생들이 전쟁과 역사적 갈등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학교 교육이 다양한 역사적 관점과 당사자의 경험을 충분히 전달하고 있는지가 주요 논점이 될 전망이다.

두 번째 발표자인 안민화 숙명여대 인문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냉전의 프레임을 횡단하기: 디아스포라·젠더·생태적 아카이브의 교차에서'를 주제로 발표한다. 냉전을 단순한 국가 간 이념 대립이 아닌 이주와 정체성, 젠더, 생태적 경험이 교차하는 역사로 살펴본다.

장지은 계명대 여성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여성의 역사는 어떻게 기억되는가—〈거류〉에서 〈포탈 바리: 생명수〉까지, 김소영의 영화적 기억과 귀환'을 주제로 영화가 공식 역사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여성들의 경험을 어떻게 기록하고 재구성하는지 분석한다.

이번 학술대회가 던지는 핵심 질문은 역사적 사실의 존재 여부를 넘어 어떤 경험을 역사로 인정하고 기록할 것인가에 있다.

전쟁의 역사는 흔히 국가의 승패와 정치적 결정, 군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정리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여성과 민간인, 이주민 등 전쟁과 냉전의 영향을 직접 겪은 사람들의 일상과 상처는 상대적으로 주변화되기 쉽다.

역사교육 역시 특정한 서술 틀에 머물 경우 학생들이 다양한 역사적 경험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과거의 사건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을 넘어 서로 다른 기억과 해석을 어떻게 교육 현장에 반영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다.

학술대회에 앞서 같은 날 메가박스 프리미엄 만경관 4관에서는 특별상영도 진행된다.

오전 10시 30분에는 양영희 감독의 '수프와 이데올로기'가 상영되며, 오후 1시 40분부터는 김소영 감독의 '눈의 마음: 이후'와 '포탈 바리: 생명수', 제인 진 카이젠 감독의 '여자, 고아, 호랑이'가 관객과 만난다.

상영 이후에는 김소영 감독이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GV)로, 안민화 숙명여대 인문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가 진행을 맡아 영화가 담아낸 여성의 기억과 역사적 경험을 관객들과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영화 상영과 학술대회를 연결한 이번 프로그램은 연구와 교육, 예술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역사적 기억을 기록하고 전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문헌과 공식 기록만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개인의 경험과 침묵된 기억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어떻게 드러낼 수 있는지가 주요한 논의 대상이다.

유정원 국제학연구소장은 "여성의 경험을 통해 역사를 돌아보고, 무엇이 누구의 목소리로 기록되는지,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묻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안숙영 여성학연구소장도 "공적인 기록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못한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역사를 더 넓고 깊게 이해하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계명대학교 국제학연구소가 주관하고 여성학연구소가 공동 주최하며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한다.

다만 이번 논의가 학술대회와 영화제라는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으려면 발표와 토론에서 제기된 문제를 실제 역사교육과 공공기록, 지역사 연구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여성의 역사를 조명한다는 선언을 넘어 누락된 기록을 발굴하고, 당사자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수집·보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이번 행사의 또 다른 과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박용

대구경북취재본부 박용 기자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