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문재서 박경리·박인환·한용운·이상화 등 주요 작품 세계 조명
오세영 시인 특별강연·유성호 평론가 기조강연…시 낭송·공연도 마련
인송문학관 사립문학관 지정 기념…문학의 본질과 인간성 회복 모색
한국 근대문학의 발자취를 되짚고 문학의 가치와 미래를 함께 모색하는 특별한 자리가 전남 해남 땅끝에서 열린다.
3일 인송문학관에 따르면 해남군이 주최하고 인송문학관이 주관하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한국문학 탄생 100년 작가, 땅끝에서 만나다’ 심포지엄이 오는 14일 오후 3시 해남 땅끝 인송문학관 토문재에서 개최된다.
이번 심포지엄은 박경리 소설가와 박인환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비롯해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 초간본 출간과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발표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한국 근대문학의 주요 작품과 작가들이 남긴 문학적 성취를 되짚고, 한국문학의 세계적 위상과 미래 가치를 조명하는 자리다.
특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문학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지난 100년간 한국문학이 축적해 온 정신과 시대적 의미를 살펴보고 문학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을 함께 나눌 예정이다.
심포지엄 좌장은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박병두 인송문학관 토문재 관장이 맡는다.
박 관장은 이번 행사가 2021년 창작 집필 공간으로 문을 연 토문재가 개관 5주년을 맞고, 지난 4월 28일 사립문학관으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근대문학의 지난 100년에는 격동의 역사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유를 지키려는 치열한 질문이 담겨 있다며, 물질적 풍요와 문화·복지 수준은 높아졌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황폐해지고 인간적 가치가 흔들리는 시대에 문학의 본질을 통해 인간성과 공동체의 질서를 회복하는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땅끝은 지리적으로 끝이지만, 문학적으로는 새로운 만남과 사유가 시작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한국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네 작가의 작품세계와 문학적 의미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1926년 태어난 박경리 작가는 한국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대하소설 ‘토지’를 통해 개인의 삶과 민족의 역사를 폭넓고 깊이 있게 담아냈다. 시인 지망생으로 문학을 시작한 그는 첫 시집 ‘못 떠나는 배’를 발표했으며, 타계 이후 출간된 유고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홀가분하다’에는 평생 이어 온 생명 사상과 삶에 대한 마지막 통찰이 담겼다.
같은 해 태어난 박인환 시인은 한국 모더니즘 문학을 이끈 대표적인 인물이다. ‘남풍’, ‘인천항’ 등을 통해 현실과 시대의 모습을 담아내는 한편,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등에서는 전쟁과 근대 문명의 그늘 속 인간의 고독과 상실을 낭만적인 언어로 표현했다. 30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작품은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은 불교적 사상과 민족의 현실을 예술적으로 승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승려이자 불교 개혁가,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던 한용운은 이 작품을 통해 사랑과 이별, 상실과 희망의 의미를 깊이 있게 담아냈다. 초간본 출간 100주년을 맞아 작품에 담긴 시대정신과 문학적 가치를 다시 살펴본다.
이상화 시인은 1920년대 한국 근대시를 대표하는 민족시인이다. 1926년 발표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일제강점기 민족의 현실과 독립에 대한 염원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나의 침실로’ 등 낭만주의적 경향의 작품 역시 한국 근대시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특별강연과 기조강연, 주제발표도 이어진다.
먼저 오세영 시인(전 서울대 국문과 교수)이 ‘바보야 문학교육이 문제다’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한다. 오 시인은 문학교육이 국어교육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현재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짚고, 문학이 인간의 사고력과 상상력, 창조력을 키우는 핵심적인 교육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어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가 ‘침묵과 노래, 수난과 사랑, 한국 근대문학 100년을 돌아보며’를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선다.
주제발표는 네 명의 문학 전문가가 맡는다. 박해현 한국문학 편집위원 겸 문학전문기자가 ‘박경리의 마지막 인터뷰’를, 나희덕 시인(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이 ‘박인환의 전쟁 체험과 문명 비판’을 발표한다. 최두석 시인(전 한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은 ‘님의 침묵에 대한 단상’을, 김재홍 시인 겸 문학평론가(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는 ‘빼앗긴 들에서 부르는 봄의 노래’를 주제로 각각 발표할 예정이다.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공연도 마련된다.
식전 공연에서는 가수 김창훈이 시를 노래로 만든 작품들을 선보인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을 시작으로 고(故) 이어령 시인의 ‘정말 그럴 때가’, 송소영 시인의 ‘천변 길에서’ 등 1천31곡의 시 노래 가운데 대표곡을 들려준다. 이와 함께 ‘회상’, ‘독백’ 등도 공연할 예정이다.
식후 공연에는 박무강 성악가의 가곡 ‘내 맘의 강물’, 이병채 명창의 ‘수궁가’ 중 단가, 오영묵 담소의 고정희·김남주 시 노래가 이어진다. 땅끝 오케스트라는 ‘나 홀로 집에’, ‘드래곤 길들이기’ 등을 연주하며, 그린나래 난타 공연도 펼쳐져 참가자들에게 다채로운 문화예술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행사가 열리는 인송문학관 토문재는 2020년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에 2400평 규모의 부지를 마련하고 전통 한옥으로 조성한 작가 창작 집필 공간이다. 인문주의 정신을 되살리고 작가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시인 곽재구·나기철·문태준·손택수·송소영·정끝별·유자효, 소설가 전경린·임철우·이승우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입주 작가를 선정하며, 선정된 작가에게는 창작 공간을 전액 무료로 제공한다.
2022년부터 현재까지 김나정·고(故) 송기원·정찬 소설가 등 369명의 작가가 이곳을 거쳐 갔다. 토문재는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지역 문학 거점이자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병두 관장은 "문학은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며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한국 근대문학 100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문학의 본질과 인간성 회복에 대해 함께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범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도 한국문학의 뿌리와 축적을 살피는 일이 세계 독자들과 만나는 한국문학의 오늘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역 문학 공간이 작가에게는 창작에 몰입할 기회를, 독자에게는 문학을 가까이 만나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인송문학관 토문재가 작가와 독자, 지역과 세대를 잇는 창작·교류 거점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했다.
심포지엄 참가 희망자는 오는 11일까지 해남군청 문화예술과 또는 인송문학관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신청은 이메일로 접수하며, 자세한 사항은 인송문학관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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