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경제망>(中国经济网)에 눈길을 끄는 기사가 실렸다. "工厂、商超都在用!年产量冲刺10万台!"(공장과 대형마트에서도 사용하는 제품! 연간 생산량 10만 대 돌파 임박!)
공장과 대형마트에서 활용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연간 생산량이 10만 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내용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량은 4만 대를 넘어섰으며, 연간 생산량은 1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축적해 온 제조업 공급망과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하면서 로봇의 생산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 기사를 읽으며 20년 가까운 세월 저편의 기억이 떠올랐다. 필자가 베이징에서 유학하던 2007년, 시내버스에는 버스 안내원(售票员)이 있었다. 교통카드가 보급된 이후에도 안내원은 한동안 버스에 남아 있었다. 표를 판매하던 일이 카드 사용을 확인하고 승하차를 안내하는 일로 바뀌었을 뿐, 사람의 자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당시에는 의문이 들었다. 기계가 요금을 받을 수 있는데도 왜 여전히 사람이 필요할까? 물론 교통카드 보급 수준과 대중교통 운영 여건 등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풍경은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성장하던 중국 경제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노동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못지않게 수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한 시대였다.
그런 중국이 이제는 사람의 일을 대신할 로봇의 대량생산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불과 20년도 지나지 않아 중국의 산업 현장에서 노동과 기술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실로 격세지감이다.
중국은 왜 이렇게까지 자동화에 속도를 내는 것일까? 우선 인구구조가 달라졌다. 오랫동안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했던 중국은 이제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통제와 공급망 재편 압력까지 더해졌다. 중국으로서는 핵심 기술의 자립도를 높이면서 새로운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중심에 시진핑 정부가 강조하는 '신질생산력(新质生产力)'이 있다. 과학기술 혁신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인공지능과 로봇, 첨단 제조업은 이를 실현하는 핵심 분야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중국이 강점을 지닌 부품 공급망과 제조업 생태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질생산력을 상징하는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더 이상 값싼 노동력에만 의존해 세계의 공장으로 남으려 하지 않는다. 이제는 로봇과 인공지능을 앞세워 세계의 공장을 다시 설계하려 한다.
중국의 산업 현장에서는 로봇과 인공지능의 활용 가능성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반면 청년 고용시장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023년 6월 16~24세 도시 청년실업률은 21.3%에 달했다. 이후 통계 발표가 일시 중단되었다가 재학생을 제외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재개되었지만, 청년 고용 문제는 여전히 중국 경제의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청년들 사이에서는 경쟁을 포기한다는 의미의 '탕핑(躺平)'이나 부모와 함께 생활하며 가사와 돌봄 등을 담당하는 '전업자녀(全职儿女)'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그렇다면 로봇이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국경제망 보도에 인용된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서는 조사 대상 고객 기업 중 로봇을 실제 생산 현장에 도입한 비율이 1.64%에 불과했다. 이는 중국 전체 기업의 보급률을 뜻하지는 않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의 생산 확대가 곧바로 산업 현장의 광범위한 활용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중국의 청년 고용 부진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민간기업의 채용 위축, 대학 졸업자 증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렇다고 자동화와 고용 문제가 무관한 것은 아니다. 자동화가 확대될수록 '구조적 실업'에 주목해야 한다. 구조적 실업은 일자리가 단순히 부족해서 발생하는 실업이 아니다. 산업과 기술이 변화하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능력과 구직자가 보유한 능력 사이에 불일치가 발생할 때 나타난다. 과거에는 공장에서 제품을 조립하고 물류창고에서 상품을 분류하는 인력이 필요했다면, 앞으로는 로봇을 운영하고 생산 데이터를 분석하는 인력이 더 필요해질 수 있다.
중국 로봇 산업의 현장에서도 이러한 인력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홍콩중문대(선전) 쉬양성(徐扬生) 총장은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에 가장 부족한 것은 제조 역량이나 자금이 아니라, 범용 기술과 실제 산업 현장의 응용을 결합할 수 있는 핵심 인재라고 지적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반면, 첨단산업에서는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더라도 구직자들이 그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 발전의 속도와 노동시장의 적응 속도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과제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역시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한국도 저출생과 고령화 속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을 통한 제조업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첨단산업의 투자 규모와 생산능력, 수출 실적에 집중하는 만큼 기술이 바꿔 놓을 노동시장의 미래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제 산업정책은 로봇을 얼마나 많이 만들 것인가를 넘어 자동화로 어떤 일자리가 달라지고 노동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로 어떻게 이동할 수 있는지까지 고민해야 한다. 산업별 직무 변화를 예측하고, 청년들이 새로운 산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직업훈련을 연결하는 일도 중요하다.
기술혁신의 진정한 성과는 로봇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 효율성을 높이느냐가 아니라 변화하는 산업 속에서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주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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