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 "공공기관 2차이전 양적 균등배분은 공멸하자는 것"

국회혁신도시발전 토론회서 혁신도시 밖 '개별이전'에도 강력 경고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 발표가 임박하며 각 지자체의 유치전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공공기관을 정치적 전리품처럼 쪼개어 배분하는 낡은 방식을 멈춰야 한다는 뼈아픈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건물과 주소만 옮기는 식의 물리적 분산을 넘어, 이제는 지역에 본사의 핵심 권한을 이양하고 사람과 경제활동이 깊숙이 뿌리내리는 '성장회로'를 완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전국혁신도시 선거구 국회의원 15명이 주최하고 전국혁신도시(지구)협의회와 혁신도시정책연구원이 공동 주관한 '공공기관 2차 이전의 성공적 추진과 혁신도시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치적용 숫자 채우기 식의 이전을 경계하고, 기존 혁신도시의 지속가능한 자족기능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정책 궤도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채워졌다.

발제를 맡은 이민원 혁신도시정책연구원 원장(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1차 공공기관 이전을 실패가 아닌 '미완성'으로 규정했다. 1차 이전이 기관의 이동에 그치며 혁신도시라는 하드웨어 조성에 머물렀다면, 제2차 이전은 지역기업과 대학, 인재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묶어내는 실질적인 질적 도약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제2차 공공기관 이전 관련 토론회에서 이민원 혁신도시정책연구원 원장(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비등하고 있는 '혁신도시 밖 분산배치(개별이전)' 확대 요구에 대한 강도 높은 경고였다. 이 원장은 "공공기관을 일반 행정단위처럼 다뤄 지역별로 기관 수를 똑같이 나누려는 접근은 균등배분일 뿐 진정한 균형발전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모든 지역에 조금씩 공공기관을 나눠주는 방식은 어느 곳에서도 산업적 임계규모를 창출하지 못하며, 결국 유치 경쟁과 정치적 동원만 무한 반복하는 '자기강화 위기'를 낳는다는 분석이다.

그는 혁신도시법에 명시된 '혁신도시 중심 집적 원칙'을 강조하며, 핵심 업무의 장소종속성이 객관적으로 확인되거나 현장 기능이 불가피한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개별이전을 허용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이러한 예외 배치 결정 역시 지자체의 자의적 판단이 아닌 중앙정부의 책임 있는 심사 아래 이뤄져야 함을 못 박았다.

기관이 지역에 실질적으로 안착했는지를 묻는 성과 평가 기준의 전면적인 전환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전 기관들이 수도권에 핵심 시설이나 인력을 남겨두는 꼼수를 막기 위해, 단순한 이전 기관 수나 협약 체결 건수가 아닌 더 엄격한 지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원장은 "이전의 완결성은 기관장과 핵심 부서, 투자결정 등의 본사 권한이 실제로 이전했는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지역 조달 실적, 공동 R&D 및 기술이전, 그리고 자회사·출자회사 등 400여 개에 달하는 관계회사의 혁신도시 동반 정착 실적을 핵심 평가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평균 28.6개월에 달했던 1차 이전의 사업 지연을 반면교사 삼아 속도감 있는 '선도이전'을 추진하되, 임시 청사를 활용하더라도 기관장을 비롯한 본사 핵심 기능이 조기에 둥지를 틀어야 생태계 확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논의의 또 다른 핵심은 철저히 배제되어 온 '사람'의 문제였다. 이 원장은 공공기관 직원과 그 가족을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임의로 배치할 수 있는 물적 자원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진정한 정착을 위해서는 가족동반 이주 의향, 배우자의 지역 내 취업 연계, 자녀 교육 지원 등을 점검하는 '정주영향평가'를 이전 계획서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지역 인재 육성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날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황태규 우석대 미래융합대학장(전북혁신도시발전위원회 위원장)은 22일 <프레시안> 기고를 통해 "혁신도시의 미래는 건물이나 기관이 아닌 사람에게 있다"며 전국 혁신도시를 통합 관리할 가칭 '혁신도시청'의 설립과 함께 지역 아이들이 해당 산업에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철저한 교육생태계 구축을 촉구해 발제에 힘을 실었다.

결국 공공기관 2차 이전의 성패는 '어디에 몇 개를 나눠줄 것인가'라는 소모적인 정쟁을 끝내고, 어느 혁신도시의 어떤 성장회로를 '권한과 사람'으로 완성할 것인지 묻는 국가적 결단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치적을 위한 파편화된 이전논의가 계속된다면, '국가 대전환'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는 또다시 공허한 메아리로 남게 될 것이라는 준엄한 경고인 셈이다.

한편 이날 '공공기관 2차 이전의 성공적 추진과 혁신도시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전문가 등 1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이민원 혁신도시정책연구원 원장의 주제발표를 시작으로 조진상 동신대 명예교수(광주환경운동연합회 의장)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이어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 이기원 한림대 명예교수, 엄창옥 경북대 교수, 고영구 지역의전환연구소 소장, 황태규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장이 패널로 나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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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홍

전북취재본부 김대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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