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일, 정부·여당은 3대 메가프로젝트를 뒷받침할 '초광역특구법'을 발의했다. 2026년 9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은 '메가프로젝트 제3차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메가프로젝트가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주고, 또 지역에는 다시 성장할 희망을 주고, 국민에게는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주는 프로젝트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과 지혜를 함께 모아야 한다"며 회의에 참석한 부처 장관 및 기업 인사들에게 "3대 메가프로젝트 성공 여부에 따라서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바로가기).
대통령의 발언만 봐도 알 수 있듯, 메가프로젝트는 고용 창출, 지역 균형 발전, 국가 경쟁력 강화 등 '대한민국 대도약'을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하는 국책사업으로 부상했다. 메가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AI' 글로벌 시장점유율 선점을 위해 누구보다도 빨리 반도체 제조 시설을 증설하고, AI 사용에 필요한 토큰을 생산・수출하기 위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7년 예산에 21조 3천억 원을 편성하였고, 여기에 막대하게 들어가는 전력・용수를 제공하기 위해 발전설비, 송전망, 고압 변전소, 댐, 관로 등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밝혔다(☞바로가기).
이에 전국 지자체는 반도체 클러스터 및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반도체', '데이터센터'를 검색해 보라). 이들은 기존에 소외된 지역에 대기업의 투자 유치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인프라 확충, 어마어마한 세수 확보를 기대한다. 그런데 이러한 낙관은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보면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우리보다 앞서 일본 정부는 글로벌 반도체산업을 통해 소외된 규슈 지역을 성장시키겠다며 1조 엔이 넘는 보조금을 지원했다. "지역에 10년간 4조 엔을 넘는 경제효과와 7천 명이 넘는 고용을 낳는다"며 지자체는 반도체 공장 유치에 힘썼고, 농촌 지역이던 구마모토 지역에는 대만의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 들어섰다. 공장이 건설될 당시에는 약 5천 명의 건설 인력으로 인해 잠깐 소비가 늘어 세수도 증가했지만, 완공 이후에는 다시 감소했다. 실제 고용 인원도 1700명밖에 되지 않았고, 이마저도 대다수가 지역 외부에서 셔틀버스로 출퇴근하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공장 부지를 중심으로 급등한 땅값으로 인해 기존에 살던 주민들이 쫓겨나는 등 부정적 영향이 나타났다(☞기사 바로가기).
미국도 이와 비슷하다. 리치랜드패리시에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처음 발표할 때 "500개 이상의 직접 일자리와 1000개 이상의 간접 일자리가 추가로 창출될 것"이라 홍보하였으나 건설 과정 중 4000~7500명의 한시적 고용을 제외하고 건립 이후 실제 데이터센터에 고용된 인원은 100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기사 바로가기). 이마저도 클라우드 운영이나 사이버보안 같은 고부가가치 IT일자리는 원격 운영도 가능해 지역 주민 일자리로 연결되지 않았고, 청소와 보안, 시설관리에 쓰는 일자리가 주를 이뤘다. 500억 달러라는 투자금액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을 위한 일자리를 거의 창출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데이터센터의 입지로 인해 토지 평가액이 천정부지로 치솟음에 따라 높은 세수를 걷을 수 있었던 것은 맞으나, 마찬가지로 지역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실제 재산세·임대료와 데이터센터가 엄청나게 사용하는 전기·물 때문에 주민들의 생활비 상승을 상쇄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했다(☞논문 바로가기). 한편, 한국의 경우 고양시에서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의 세수 기여액은 2025년 기준 약 8억 원으로 전체 시 세수의 0.1% 수준에 그쳤다(☞기사 바로가기).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은커녕 경제적 실익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메가프로젝트가 지역 주민들의 삶과 환경을 바꿔놓는 거대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반발과 의견은 제대로 수용되지 않은 채 단순히 '님비'로 치부된다. 에너지 단지 조성으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어 농업, 어업 등 생계를 꾸리기가 어려워진 노동자는 물론(☞기사 바로가기), 반도체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문제(☞기사 바로가기), 데이터센터의 전자파와 소음, 열섬 현상, 고압선 매립에 따른 건강 문제 등은 지역 주민들에게 실제적인 위협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노동·건강·환경문제들은 '국가 간 경쟁의 생존문제'라는 거대한 기술·산업 인프라 형성 논리 속에서 비가시화되며, 부정적인 파급효과와 그 비용은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이에 두 편의 논문을 통해 반도체산업과 AI 데이터센터가 실제 지역사회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환경이 지역 주민들 건강에 어떤 문제를 불러일으키는지에 관해 설명하고자 한다(☞논문 바로가기1: 반도체산업, 노동자 환경주의와 기후정의, 바로가기2: 버지니아주 데이터센터의 급속한 증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탐색적 평가).
반도체 제조 시설과 AI 데이터센터 모두 토지와 대기, 용수, 전력 등 막대한 자원을 필요로 한다. 특히나 물은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든,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든, 데이터센터를 냉각시키기 위해서든 엄청난 양을 소비한다. 이에 따라 담수량이 급격하게 감소하여 수변·수생 서식지가 파괴되어 지역 주민들이 사용할 물이 부족해지는 것은 물론, 수생태계가 회복되기 어려운 수준으로 교란될 수 있다. 특히나 가뭄이 지속되면 수온을 상승시키는데, 여기에 반도체와 데이터센터가 배출하는 고온의 폐수가 더해지면 겨울철에도 하천 온도가 20도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고, 이는 병원균 증식을 촉진하여 수인성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실제로 2022년 한국에서 낙동강 주변 공기에서 간에 손상을 주는 마이크로시스틴을 검출하기도 했다(☞기사 바로가기).
또한 이 폐수는 유해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지역 주민의 건강 및 환경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반도체 생산·가공과 데이터센터 냉각 과정에는 수많은 종류의 유해화학물질이 사용된다. 특히나 반도체의 경우 국내 사업장에서 활용되는 화학물질 중 '영업비밀'이라는 명분 아래 정보가 비공개되고 있는 비율은 평균 50%에 달하는데, 이 때문에 건강·안전 규제 및 관리 체계가 수립되기가 어렵다. 물론 폐수가 수질 개선 작업을 거쳐 방류되지만, 이 방류수에서 검출된 과불화화합물(PFAS)은 물과 토양 등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아 잔류하여 지역 주민의 인체에 축적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용수 및 토양에 흘러든 PFAS가 농작물과 그것을 먹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PFAS는 암, 간 손상, 갑상샘 질환, 생식기능 및 면역력 저하 등과 연관되어 있으나 규제 체계가 전무한 점 역시 큰 문제다.
전력의 경우 주로 석탄, 천연가스(LNG) 등 화석 연료에 기반한 발전소를 통해 생산된다.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조기사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뇌졸중, 당뇨병 등 만성적인 건강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더 큰 문제는 대기 중 화학반응으로 만들어진 2차 초미세먼지가 기류를 타고 전역으로 퍼진다는 사실이다. 이에 더해 데이터센터의 경우 정전을 대비해 배터리 저장장치나 비상용 발전기 등을 이용한 비상 전력 공급 체계를 갖춰야 한다. 수십 대에서 수백 대에 달하는 이 비상용 발전기 역시 기존 전력 발전기처럼 대기질을 악화시킨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비상용이란 이유로 오염물질 배출 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있으며, 연간 운전 시간 등 기준도 없다(☞기사 바로가기).
또한 가동되는 비상용 발전기는 데이터센터의 냉각 시스템과 함께 끊임없는 소음을 발생시켜 지역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이 된다. 24시간 가동되는 데이터센터는 지속적으로 윙윙거리는 소음을 발생시키는데, 이는 가정용 에어컨 소리를 증폭시킨 것과 유사한, 매우 큰 저주파 소음으로 묘사된다. 이러한 소음은 수면 장애, 심혈관 질환, 인지 기능 및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이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가 배출하는 폐열은 지표면 온도를 상승시켜 그 지역을 '열섬'으로 만들어 건강상의 위험을 더욱 가중할 수 있다. 극심한 더위는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악화시킨다. 원래도 가중된 전력망에 더위로 인한 냉방 수요의 증가는 폭염 시 정전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여기에 발전기가 내뿜는 높은 초미세먼지와 결합하면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 위험 또한 증가시킬 수 있다. 데이터센터 가동에 반대한 주민이 "숨이 막힌다"고 호소한 말이 사실인 셈이다.
해외뿐만 아니라 이미 국내에서도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 전력발전소 때문에 생존과 건강을 위협당하고 있다. 2025년 기준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약 2,326조 원에 이른다. 우리는 더 이상 해외의 원조에 의존해 근근이 먹고사는 국가도 아니고, 예전과 같이 수많은 노동자와 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발판 삼아 '성장'을 쫓아야 하는 국가도 아니다(그리고 사실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런데도 여전히 지역 고유의 산업과 삶을 무시하면서 '낙후된 지역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이 프로젝트를 '속도전'으로 밀어붙임으로써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환경, 지역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것이 옳은가?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추진되는 메가프로젝트가 과연 국민의 삶과 건강에 얼마만큼 기여할지 의문스럽다. 폭우, 가뭄, 병충해 등 기후위기로 인해 주민뿐만 아니라 농작물 역시 피해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 기사 인터뷰에서 농민이 한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반도체 씹어 먹고 살 건가?"(☞기사 바로가기) 노동·건강·환경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이를 미뤄두기만 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 서지정보
Gour, N., Ortiz, L., & Maibach, E. (2026). Health implications of the rapid rise of data centers in Virginia: an exploratory assessment. Frontiers in Climate, 8, 1648912.
김상현. (2025). 반도체산업, 노동자 환경주의와 기후정의. 환경사회학연구 ECO, 29(1), 1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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