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이 아닌 사람을 키워라: 혁신도시 2차 이전의 성공 조건, '혁신도시청'과 교육생태계 [특별기고]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수도권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는 정책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토를 보다 넓게 활용하고, 수도권 집중을 극복하며, 국가의 성장거점을 전국으로 확산하는 새로운 균형성장 전략이다.

1차에 이어 2차 이전까지 추진되면 국가의 주요 공공기관들이 전국 혁신도시와 지역 거점에 폭넓게 배치된다. 이는 국가의 공공기능과 인적·물적 자산이 전국적으로 재편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렇게 형성된 국가적 자산을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발전시킬 것인가.

이제는 전국 혁신도시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발전시킬 국가 전담조직, 가칭 '혁신도시청'의 설립을 검토해야 할 때다.

이미 우리에게는 유사한 국가적 경험이 있다. 세종시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다. 2006년 1월 설립된 행복도시건설청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총괄해 왔으며, 2026년 현재도 운영되고 있다. 행복도시 건설사업은 2030년 완성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하나의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도 별도의 중앙행정기관을 설치해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 왔다. 그렇다면 전국에 분포한 혁신도시와 수많은 이전 공공기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전담조직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도 국토교통부의 혁신도시발전추진단과 지역별 발전지원센터 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공공기관 2차 이전을 계기로 필요한 것은 기존의 이전·개발 관리기능을 넘어, 관계부처의 예산과 사업을 1차로 통합적으로 조정하고 혁신도시의 장기적인 성장을 책임지는 실행체계다.

특히 혁신도시청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는 이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관련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그 기반이 되는 산업교육생태계를 완성하는 일이다.

공공기관 1차 이전이 혁신도시라는 공간을 조성했다면, 2차 이전은 그 공간에서 산업이 성장하는 구조를 완성해야 한다. 공공기관과 지역기업, 대학, 연구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지역인재가 그 산업에서 일하고 창업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산업생태계는 공공기관과 기업을 한곳에 모아놓는다고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해당 산업을 이해하고 연구하며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인재가 지속적으로 양성되어야 한다. 결국 산업생태계의 출발점은 산업교육생태계다.

전북혁신도시의 농생명산업을 하나의 예시로 생각해 보자. 농촌진흥청 등 농생명 분야 공공기관이 집적된 전북에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리틀 우장춘 스쿨'을 운영하여 농생명산업에 대한 호기심과 꿈을 키울 수 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청소년 반려동물 건강식품 연구모임', '우리 농산물 미래식품 개발 동아리', '청소년 스마트팜 연구회', '발효식품·푸드바이오 탐구모임' 등을 구성하고 지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 건강식품 연구모임에서는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반려동물 간식과 영양식품을 탐구하고, 미래식품 개발 동아리에서는 지역의 쌀과 과일, 콩 등을 활용한 새로운 건강식품과 간편식을 기획해 볼 수 있다. 스마트팜 연구회에서는 인공지능과 센서를 활용한 작물 재배환경을 실험하고, 발효식품 연구모임에서는 전통 발효식품의 미생물과 식품바이오 기술을 탐구할 수 있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자신의 관심에 따라 연구모임을 구성하고, 관련 공공기관의 연구자와 기업인이 멘토로 참여하며,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창업 아이디어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대학에서는 이러한 활동이 전문교육으로 이어지도록 농생명·식품바이오 관련 학과를 개편하거나 융합학과와 전문대학원을 신설하고, 공공기관과 공동교육·연구·취업·창업 연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해당 산업이 지역의 문화이자 국제적인 브랜드로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북혁신도시에서 '대한민국 청소년 농생명산업 아이디어 대상'을 제정하고, 세계 각국의 농업과 생명과학, 식품바이오 분야 석학과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세계 농생명·식품바이오 연구자대회' 또는 '세계 농생명산업 연구자대회'와 같은 국제학술대회를 창설하여 정례적으로 개최할 수 있다.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국제 공동연구와 기술교류, 청년 연구자 육성, 기업의 사업화 협력이 이루어지는 국제적 플랫폼으로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나아가 세계적 권위의 농생명 과학기술상을 개발하거나 기존 국제학술상과 시상행사를 유치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세계의 농생명 연구자들이 정기적으로 전북혁신도시를 찾고, 새로운 연구성과와 산업의 미래가 이곳에서 논의된다면 그 자체가 지역의 중요한 산업적 자산이자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것이다.

이는 전북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에너지, 해양, 정보통신 등 전국 혁신도시의 특화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발전모델이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국가재정의 투자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국토교통부와 산업 관련 부처가 도시와 산업의 물리적 기반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교육부 중심의 '혁신도시 특화산업교육생태계 구축사업'을 핵심 국가재정사업으로도 추진해야 한다.

초등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연결되는 산업교육체계를 구축하고, 공공기관과 지역대학,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혁신도시청은 이러한 부처별 정책과 예산을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성과평가도 달라져야 한다. 이전기관 수나 시설투자 실적뿐 아니라 혁신도시별 산업교육과 문화의 특화 정도, 지역인재의 성장과 정착, 관련 산업의 국제적 위상 등을 국가 차원의 지표로 관리해야 한다.

▲황태규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학장. ⓒ

공공기관 2차 이전은 새로운 국가 균형성장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기관의 이전만으로 혁신도시는 완성되지 않는다. 공간에 산업이 뿌리내리고, 그 산업을 이끌 인재가 성장하며, 산업이 지역의 문화로 정착해야 한다.

이제는 공공기관을 옮기는 정책에서 공공기관을 통해 지역을 성장시키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전환을 국가 차원에서 책임질 조직이 혁신도시청이다.

혁신도시의 미래는 건물이나 기관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 지역의 아이들이 혁신도시 공공기관 관련 산업에서 자신의 미래를 꿈꾸고 실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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