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윤의 미식관광 산업 읽기] ④ 맛집은 많은데, 팔 수 있는 상품은?

외국인 78%가 개별여행…식당과 관광객 사이를 잇는 사업자가 비어 있다

▲ 하노이의 에그 커피. 전쟁 시기 귀했던 우유를 달걀로 대신했다는 이야기가 함께 전해지면서 한 잔의 커피는 하노이를 대표하는 관광 경험이 됐다. 지금은 에그 커피 만들기 체험도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상품으로 판매된다. 지역 음식의 역사와 이야기를 상품으로 엮어 내는 사람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프레시안(문상윤)

한국 여행을 앞둔 외국인 친구가 서울 말고 지방의 음식을 제대로 맛보고 싶다며 무엇을 예약하면 되느냐고 묻는다면 선뜻 답할 수 있을까? 서울이라면 어렵지 않다. 쿠킹 클래스와 시장 투어, 셰프의 코스 요리까지 휴대전화로 몇 번 누르면 예약이 끝난다. 그런데 금강 변의 도리뱅뱅이 식당이나 제천의 빨간 어묵 골목을 일정에 넣으려 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식당은 분명히 있는데 외국인이 미리 사서 일정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없다.

이름난 식당이 곧 관광 상품은 아니다. 도리뱅뱅이를 잘하는 식당은 미식관광의 '자원'이다. 이것이 '상품'이 되려면 몇 가지가 더 필요하다. 정해진 가격과 일정, 외국어로 된 설명, 미리 예약하고 결제할 수 있는 창구, 그리고 이 음식이 왜 이 지역에서 나왔는지를 들려줄 사람이다.

예를 들어 '금강 변 마을 반나절 미식 투어, 1인 5만 원, 영어 해설, 온라인 예약'이라고 적혀 있어야 외국인 관광객은 그것을 사서 일정에 넣을 수 있다.

문제는 자원을 상품으로 바꾸는 일을 누가 하느냐다. 식당 주인은 요리를 하고 관광객은 정보를 찾는다. 그 사이에서 식당과 농가와 양조장을 묶어 일정을 짜고 가격을 정하고 예약을 받고 해설을 붙이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지방 미식관광에서 가장 비어 있는 자리가 바로 여기다.

예전에는 여행사가 이 역할의 상당 부분을 맡았다. 단체관광객을 모아 식당을 정하고 일정을 짰다. 그러나 여행의 방식이 바뀌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78.4%가 개별여행을 했고 단체여행은 13.1%에 그쳤다. 중국 단체관광객을 받는 전담여행사는 2023년 5월 216곳에서 올해 7월 말 130곳으로 40%가량 줄었다.

개별여행객은 스스로 정보를 찾고 스스로 예약한다. 그런데 그들이 살 수 있는 상품은 많지 않다.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 가운데 여행 중 단기 투어 상품을 이용한 비율은 9.3%였다. 첫 글에서 본 것처럼 외국인 열 명 중 여덟이 식도락을 즐기지만 투어 상품을 이용한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도 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도 개별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 입장권이나 항공권 정도로 제한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수요는 있는데 그 수요가 살 수 있는 상품이 부족한 것이다.

이 문제는 경제학의 거래비용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농가 20곳과 음식점 50곳이 직접 거래하면 최대 1000개의 거래 관계가 생기지만 그 사이에 중간 조직이 하나 있으면 관계는 70개로 줄어든다. 관광도 같다. 관광객이 식당 다섯 곳, 시장 한 곳, 양조장 한 곳에 각각 연락하고 예약하고 결제해야 한다면 대부분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이를 하나로 묶어 주는 사업자가 있을 때 비로소 지방의 미식이 관광객이 살 수 있는 형태가 된다.

이런 사업자를 흔히 지역관광추진조직(DMO)이나 지역 전문 여행사, 미식 투어 운영사라고 부른다. 일본에는 관광청에 등록된 DMO가 지난해 3월 기준 323곳이다. 우리는 한국관광공사가 2020년부터 지원한 DMO가 49곳이고 올해 지원 대상인 기초 단위 DMO는 10곳이다. 국비 지원도 단계에 따라 한 곳당 연 1억~2억 원 수준이다. 조직의 수와 규모 모두에서 차이가 크다.

제도적 제약도 있다. 현행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외국인을 대상으로 여행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려면 종합여행업으로 등록해야 하고 자본금 5,000만 원 이상을 갖춰야 한다. 작은 미식 투어로 창업하려는 청년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일본은 2013년 '지역한정여행업'을 만들어 사무소가 있는 시정촌과 인접 지역 안에서만 여행 상품을 운영하는 사업자에게는 기준자산을 100만 엔으로 낮췄다. 지역 안의 체험과 미식을 상품으로 만드는 작은 사업자를 제도로 인정한 것이다.

식당이 직접 상품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식당 운영자의 여력은 크지 않다. 지난 글에서 본 것처럼 음식점 매출에서 식재료비와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1.6%에 이르고 영업이익률은 8.7%에 그친다. 요리와 운영만으로도 벅찬 식당에 외국어 예약, 해설, 정산까지 맡기기는 어렵다. 식당은 음식의 품질에 집중하고 상품화는 다른 사업자가 맡는 분업이 현실적이다.

여행 플랫폼이 이미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플랫폼은 상품을 파는 창구일 뿐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플랫폼에 올릴 상품을 기획하고 현지에서 운영할 사업자가 지역에 있어야 한다. 플랫폼 수수료를 감당하면서도 남는 가격 구조를 짜는 일 역시 그 사업자의 몫이다.

그렇다면 공공이 직접 나서면 어떨까? 지자체가 여는 체험 행사는 의미가 있지만 대개 예산이 있는 동안만 운영되고 횟수도 적다. 관광객이 언제든 예약할 수 있는 상품이 되려면 그것으로 수익을 내는 민간 사업자가 있어야 한다. 공공은 기반을 만들고 운영은 민간이 맡는 구조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할 일은 해설을 직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음식은 설명이 붙을 때 가치가 커진다. 농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은 지난해 K-미식벨트 사업의 하나로 첫 미식해설사 양성 과정을 열었다. 문화관광해설사, 전통주 소믈리에, 발효음식 전문가, 향토요리연구가 등이 교육생으로 참여했다. 의미 있는 출발이다. 다음 단계는 이들이 봉사 활동이 아니라 정당한 보수를 받는 전문 직업인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유료 상품과 연결하는 일이다.

작은 미식 사업자를 위한 등록 기준도 검토할 때가 됐다. 일본의 지역한정여행업처럼 활동 지역을 한정하는 대신 자본금 요건을 낮춘 업종을 두면 지역의 청년과 해설사, 농가가 직접 미식 상품을 만들어 외국인에게 팔 수 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보증보험 같은 장치는 유지하되 진입 요건은 완화할 수 있다.

DMO를 지원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조직 운영과 홍보 실적보다 실제로 판매된 상품 수, 판매액, 그리고 그 가운데 지역 식당과 농가에 정산된 금액을 핵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 지난 글에서 말한 '지역에 남은 돈'을 DMO 평가에도 적용하자는 것이다.

식당 쪽의 부담을 덜어 주는 일도 필요하다. 소규모 단체 예약을 받을 때의 정산 주기, 노쇼 발생 시 보상, 사고에 대비한 보험을 지역 단위로 표준화하면 작은 식당도 안심하고 미식 상품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여름 「로컬푸드 이야기」에서 나는 로컬푸드 창업이 꼭 식당일 필요는 없으며 지역의 좋은 것을 발굴하고 이야기를 쓰고 연결하는 일도 창업이라고 썼다. 미식관광에서 그 '연결하는 사람'의 자리가 가장 비어 있다. 이 자리를 채우는 일은 관광 정책이면서 동시에 지역 청년의 일자리 정책이기도 하다.

다음 글에서는 이 상품들이 실제로 팔리는 창구, 곧 예약 앱과 여행 플랫폼이 미식관광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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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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