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충전소 문이 열립니다. 문에서 멀리 떨어져 주세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월계동. 16일 오후 6시 30분이 되자 빨간 경고등이 번쩍거리고 파란 컨테이너 문이 열리면서 경고 안내가 흘러나왔다. 이윽고 소형자동차처럼 생긴 로봇이 출입구를 나섰고 눈처럼 달린 조명도 번쩍 켜졌다.
한동안 멈춰있던 로봇은 이내 몸을 돌려 순찰길에 나섰다. 머리에는 빨간 경고등이 번쩍거리며 돌아갔고 마치 주변을 살피듯 두리번 거리며 천천히 움직였다. 사람을 마주하면 스스로 멈췄고 도보에 정차된 전동킥보드는 유연하게 피해갔다.
네 바퀴에 큰 양철 박스가 얹어진 듯한 모양새, 간단하게 생겼지만 이 로봇은 자율주행하며 범죄, 화재, 위험상황을 감지하고 경찰상황실에 직접 신고도 하는 AI 순찰 로봇 '패트로버'다.
범죄자를 쫓고 신속하게 제압하는 공상과학 속 '미래 AI 로봇'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패트로버는 이미 수원 등 다른 지역에서 순찰 실증을 마치고 전남광주의 밤길에 합류한 로봇이다.
패트로버 제작사 '도구로보틱스'에 따르면 무게 120㎏인 몸체에는 카메라와 각종 센서가 들어 있다. 카메라로 주변을 살피고 열화상 카메라와 불꽃 감지 센서로 화재를 감시한다. 쓰러진 사람을 알아보고, 비명이나 유리 깨지는 소리도 구분하도록 만들어졌다. 위험을 감지하면 제작사 관제요원에게 정보를 보내고, 요원이 상황을 확인해 경찰에 알리는 방식이다.
순찰도 충전도 알아서 한다. 광산구에 배치된 패트로버의 예정된 '근무시간'은 오후 6시 30분부터 자정까지다. 시간이 되면 스스로 충전소를 나와 순찰을 돌고, 충전이 필요하면 제 발로 돌아간다.
실제로 이날 순찰을 돌던 패트로버는 오후 6시54분 충전소로 들어갔다가 약 30분 뒤 다시 나와 순찰길에 올랐다. 활동보다는 충전시간이 더 길어 향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 순찰로봇이 이곳에 배치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어린이날이던 지난 5월5일, 월계동의 인적 드문 보행로에서 집으로 귀가하던 이채원양(16)이 장윤기(23)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사건 이후 인적이 드문 밤길의 순찰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로봇 도입이 추진됐다. 광산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임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거 당시 '안심할 수 있는 우리동네, AI 생활지킴이'를 1호 생활밀착형 공약으로 내걸었다. 패트로버 도입은 이 공약의 첫 실행 사업으로, 광산경찰서와 광산구청 등 관계기관이 함께 추진했다.
이날 패트로버가 거리를 순찰하고 있는 동안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안전한 느낌을 받는다면서도 실증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늦은 저녁시간대 자주 운동하러 나온다는 한 시민은 "여기가 차는 많아도, 인적이 드문 곳이라 옛날부터 으슥하고 위험했다"면서도 "이제 이 로봇이 왔다갔다 하고 번쩍번쩍 불도 들어오고 하니까 조금은 든든하지 않겠느냐"고 웃었다.
다만 로봇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는 안심하기 어렵다는 시민도 있었다.
슬하에 딸 둘을 키운다는 한 시민은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는 확실한 대책이나 방범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작은 로봇이 실제로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떤 조치를 해줄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근 대학교에 재학중인 20대 여대생은 "이 로봇이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게 너무 귀엽긴 한데 실질적으로 강도나 괴한이 접근했을때 나를 지켜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남부대학교 주차장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패트로버는 장애물을 피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화재 감지에서 가스 토치의 불꽃을 감지하지 못했다. 흉기를 든 사람이나 쓰러진 사람, 비명 등을 감지하는 기능도 별도 시연 없이 제작사 설명으로 대체됐다.
당시 제작사 측은 실제 순찰에 투입하기 전까지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패트로버는 최근 약 2주간 월계동 현장에서 시범운행을 이어가고 있다. 당초 지난달 28일로 예정됐던 정식 투입은 기술 보완과 순찰 구간 지도 작성 등을 이유로 미뤄졌으며, 오는 20일부터 첨단 일대와 황룡친수공원에서 각각 1대씩 정식 순찰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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