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대구·경북 18곳 인구감소지역 재지정...5년간 쏟아부은 예산, 지역은 달라졌나

고령·봉화 등 경북 15곳, 대구 남구·군위군 등 3곳...예천·칠곡은 관심지역 새로 지정

▲박용 기자ⓒ본인 제공

정부가 대구·경북 인구감소지역을 다시 지정하면서 지방소멸 대응 정책의 실효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인구감소지역으로 분류된 지역이 상당수 유지되면서, 그동안 투입한 예산과 각종 인구 유입 정책이 실제 지역의 변화를 이끌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전국 92개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재지정했다. 지난 2021년 처음 지정한 이후 5년 만이며, 이번 지정에서 경북은 15곳, 대구는 3곳이 포함됐다.

경북에서는 고령군, 문경시, 봉화군, 상주시, 성주군, 안동시, 영덕군, 영양군, 영주시, 영천시, 울릉군, 울진군, 의성군, 청도군, 청송군, 대구에서는 남구와 군위군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고, 서구는 인구 여건 개선에 따라 인구활력플러스 지역으로 분류됐다.

◆ 예산은 투입됐지만,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어디에 있나

이번 재지정은 단순히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을 다시 분류한 행정 절차로만 볼 수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난 5년간 추진한 인구정책의 성과를 따져볼 계기이기도 하다.

지방소멸 대응 정책은 청년 일자리와 주거, 교육, 의료, 돌봄, 교통 등 정주 여건 전반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시설을 짓고 사업을 시행했다는 사실만으로 인구 감소를 막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특히 사업에 얼마를 썼는지뿐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정착했고, 청년층의 유출과 출생아 감소 추세가 달라졌는지를 살펴야 한다.

고령군을 비롯한 농촌 지역에서는 일자리 부족과 교육·의료 접근성, 대중교통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귀농·귀촌 지원금이나 주거 지원만으로 정착을 유도하기 어려운 이유다.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일자리와 자녀 교육, 생활 편의시설이 함께 마련되지 않는다면 인구 유입 정책은 단기 사업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 예천·칠곡은 관심지역 새로 포함...지역별 맞춤 대책 필요

인구감소지역과 별도로 경북 예천군과 칠곡군은 인구감소관심지역에 새롭게 포함됐다. 경북의 인구 문제는 일부 농촌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생활권과 산업구조, 주거 여건에 따라 서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지역에 비슷한 사업을 반복하기보다 지역별 인구 이동과 산업 기반을 분석해 대책을 달리해야 한다. 청년층 유출이 큰 지역은 양질의 일자리와 주거 지원을,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은 의료·돌봄과 교통망 확충을 우선 과제로 삼는 방식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과 각종 정부 지원사업도 집행률이나 시설 준공 실적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사업 이후 실제 정착 인구가 얼마나 늘었는지, 지원이 끝난 뒤에도 주민이 남아 생활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 지방소멸은 통계가 아니라 주민의 삶에서 드러난다

인구감소지역 재지정이 곧 해당 지역 정책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구 변화에는 전국적인 저출생과 고령화, 수도권 집중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정이 반복되는 상황이라면 기존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는 인구정책에 투입한 예산과 사업별 성과, 청년층 순이동, 전입 이후 정착률, 지역 일자리 증가 등 핵심 지표를 주민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의회 역시 예산이 얼마나 집행됐는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사업이 실제 생활 여건을 바꿨는지 따져야 한다.

인구감소지역이라는 이름표를 다시 붙이는 것만으로 지역이 살아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지정 이후 무엇이 달라졌느냐다.

◆ 정부와 지자체가 답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주민이 떠나는 이유를 해결하지 않은 채 예산과 사업 명칭만 바꿔 반복한다면, 지방소멸 대응은 행정의 실적을 쌓는 일로 전락할 수 있다.

지난 5년 동안 얼마를 투입했는가가 아니라, 그 돈으로 주민의 삶을 얼마나 바꿨으며 앞으로 무엇을 바꿀 것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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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

대구경북취재본부 박용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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