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존치' 입장이던 국가인권위원장 명의로,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0일 제24회 '세계 사형 폐지의 날'을 맞아 낸 안창호 위원장 명의의 성명에서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내년이면 사형집행이 중단된 지 30년이 된다"며 "이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형제도의 법률적 존치 여부에 관한 논의를 한 단계 더 진전시켜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이미 한 세대에 가까운 기간 동안 사형 집행 없이 형사사법제도를 운영해 왔다"며 "이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실상 사형 폐지'라는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인지, 법률과 제도의 변화로 이어갈 것인지에 관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는 그간 축적된 우리 사회의 경험과 국제인권기준, 범죄피해자 보호 및 국민 안전에 관한 다각도의 관점을 토대로 사형제 폐지에 관한 입법적·제도적 방향을 검토하고, 아울러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사형폐지 의정서)' 가입에 관한 논의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원회는 지난 2005년 사형제 폐지 의견을 표명한 이래 줄곧 폐지 입장을 견지해왔다. 반면, 안 위원장은 사형제 존치 입장이었다. 그는 지난 2012년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사형제 존치 입장을 밝혔다. 또 지난해 자신 명의의 성명에서는 "사형은 모든 이에게 살인을 금지하면서, 국가가 공익적 목적 달성을 위해 생명권을 부정한다는 모순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사형제 폐지를 명시적으로 주장하지는 않았다.
관련해 안 위원장은 <한겨레>에 "지난해에도 사형제 폐지 찬성 입장이었다"며 "(이번 성명은) 사형 집행 중단 30주년을 앞두고 사형제 폐지를 더 강하게 주장하는 취지"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전 세계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활동하는 대표적인 국제 연대기구인 세계사형폐지운동연합(World Coalition Against the Death Penalty, WCADP)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사형제도 폐지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자"고 촉구했다.
단체는 "사형제도 폐지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전 세계적 흐름"이라며 "전 세계 114개국은 모든 범죄에 대해, 9개국은 전시범죄를 제외한 일반 범죄에 대해 사형제도를 폐지했다. 또한 대한민국과 같이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국가도 23개국에 이른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사형을 집행하는 국가는 10여 개국 정도다.
단체는 "대한민국은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에 여섯 번이나 선출되어 현재도 그 임기 중에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도 수 차례 역임한 국가"라며 "정부, 국회, 헌법재판소에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사형제도 폐지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것"을 호소했다.
현 22대 국회에는 열 번째 '사형제도폐지특별법'이 발의되어 있지만, 해당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에는 세 번째 사형제도 헌법소원이 진행 중이다. 지난 2022년 공개변론이 열렸지만, 이후 4년이 넘도록 어떤 결정도 나오지 않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도 사형제 폐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교황은 자신의 엑스(X)에 사형제 폐지를 뜻하는 해시태그 (#NoDeathPenalty)와 함께 "사형은 인간의 불가침성과 존엄성에 대한 공격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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