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혁의 세무 이야기] AI에게 세금을 묻기 전에

AI에게 세금을 묻기 전에요즘 세금을 문의하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 인공지능에 먼저 물어 답을 얻은 뒤, 그 답을 들고 세무사를 찾아와 이게 맞느냐고 되묻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궁금한 것을 스스로 찾아본다는 점에서 반가운 변화다.그렇게 가져온 답을 함께 살펴보다 보면, 두 가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하나는 좋은 답을 얻으려면 묻는 사람이 최소한의 기초는 갖추고 물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금이란 일이 끝난 뒤보다 시작하기 전에 살펴야 손쓸 것이 많다는 것이다.먼저 뒤의 이야기부터 해 보자. 세금에는 조금 이상한 구석이 있다. 같은 법 아래에서도 결과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온다. 거래의 내용과 요건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거래를 하기 전에 무엇을 미리 확인했느냐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여지가 달라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 미리 살필수록 고를 수 있는 여지가 넓다

세금을 아끼는 방법은 크게 몇 갈래로 나눠 볼 수 있다. 흔히 드는 것이 셋이다. 소득이나 재산을 나누는 것, 받는 형태나 담는 그릇을 바꾸는 것, 팔고 물려주는 시기를 고르는 것. 다만 나눈다는 것은 이름만 옮긴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실제 귀속과 거래의 실질이 따라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전부도 아니다. 공제나 감면처럼 법이 따로 마련해 둔 방법도 있다.이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대체로 거래를 하기 전에 살펴볼 때 고를 수 있는 폭이 넓다는 것이다. 집을 팔기 전이라면 시기나 방법을 조정할 여지가 있지만, 팔고 난 뒤에는 그 여지가 줄어든다. 재산을 물려주는 일도 비슷하다. 미리 따져 두면 고를 것이 여럿이지만, 일이 끝난 뒤에는 손댈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 열려 있는 듯하지만, 똑같이 열려 있지는 않다

세금을 아끼는 일 자체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법이 허용한 테두리 안에서 세금을 아끼는 것은 정당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도 당연하다. 여기까지는 이견이 없다.문제는 그다음이다. 이런 판단에 대단한 재주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거래를 하기 전에 무엇을 언제 확인해야 하는지, 그것만 미리 알아도 된다. 그런데 그 앎이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미리 확인할 데가 있는 사람은 거래를 시작하기 전에 한 번 멈춰 설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일이 끝난 뒤에야 세금을 마주한다. 같은 법이 어떤 이에게는 선택지가 되고, 어떤 이에게는 청구서가 된다.이 차이를 개인의 게으름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세금은 우리가 배울 기회가 많지 않았던 언어다. 학교에서도, 사회에 나와서도, 대개 일이 닥쳐서야 처음 들여다보게 된다. 게다가 세법은 해마다 바뀌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어도 보통 사람이 읽어 내기에는 어렵게 쓰여 있다. 미리 챙긴 사람이 특별히 영리했다기보다, 마침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던 경우가 적지 않다.

◆ 인공지능도 알려 준 만큼 답한다

이제 처음의 이야기, 곧 인공지능으로 돌아가 본다. 인공지능은 분명 쓸모가 크다. 되물어 가며 빠진 대목을 채워 주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을 처음부터 빠뜨린 채 물으면, 답의 정확성도 내 경우에 들어맞는 정도도 떨어진다. 더 곤란한 것은, 그렇게 나온 답이 정말 내 상황에 맞는지를 스스로 가려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하고 싶은 말은 단순하다. 인공지능에 묻더라도 기본은 내 쪽에서 갖추고 물어야 하고, 큰 거래일수록 끝난 뒤가 아니라 앞두고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집을 사고팔 때, 재산을 물려줄 때, 잠깐 멈춰 서서 확인하고 설명을 구할 곳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물론 이것이 개인의 부지런함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세금의 원리에 닿는 문턱을 사회가 함께 낮춰야 하고, 그 문턱이 낮아진 다음에는 우리 스스로도 큰일을 앞두고 세금을 한 번쯤 떠올리는 관심을 보태야 한다. 매일 내며 살아가는 세금이니, 사회가 문을 넓히고 우리가 조금 더 들여다볼 때, 세금은 덜 억울하고 조금 더 가까운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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