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값만 중요? 집 없어도 집 걱정 없는 사회는 어떻게 가능한가

[노회찬재단 함께맞는비 포럼] 민간임대시장에 대한 강력한 개입이 필요하다

주거/부동산 문제가 또 다시 더불어민주당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묘하게도 매번 범민주당 세력의 집권 주기는 경기가 호황일 때와 겹쳤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시점과도 겹쳤다. 덕분에 '성장률 회복'을 치적으로 내세울 수 있었지만, 동시에 호황의 또 다른 얼굴인 자산 가격 급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는 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이미 두 차례(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나 주거/부동산 문제 때문에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경험이 있으므로 뭔가 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쏟아내는 강경 발언이나 "주거 문제 해결은 계곡 정비보다 쉽다"는 호언장담도 그런 기대를 부풀렸다.

하지만 '계곡 정비'만큼 시원한 해법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 동안은 서울 강남 아파트 값이 다시 들썩이면서 정부가 상황에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아직은 이재명 정부가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뒤를 '이었다'고 '최종' 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르다. '실용주의'라는 표어에 어울리게 최근 정부가 금융 규제부터 공공주택 신축에 이르는 여러 정책을 병용하기 시작하자 시장의 요동은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종일관 아쉽게만 느껴지는 대목도 있다. 그것은 여전히 서울 강남-한강변-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가 모든 정책 대응의 거의 유일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기준을 중심으로 '1가구 1주택' 원칙을 추구하다 보니 커다란 사각지대가 생긴다. 정부 대책에서 늘 존재를 부정당하는 거대한 '투명인간' 집단이 발생한다. 바로, 매매가가 아니라 전월세가 변동에 가슴을 졸이는 무주택 세입자들이다. 실제로 매매가가 진정될 조짐을 보임에도 전월세가는 앞으로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회찬 의원의 유명한 '6411번 버스' 비유는 다름 아니라 이러한 '투명인간'이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호소였다. 그렇다면 난마처럼 얽힌 한국의 주거/부동산 현실에서 '6411 정신'을 구현하는 대안은 과연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회찬재단은 9월 30일에 제21차 '함께맞는비' 포럼의 발표자로 <어쩌면, 사회주택>(자음과모음, 2024)의 저자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隨處作住)의 최경호 소장을 초대해 주거 문제의 현황과 대안에 관해 토론했다. 지정 토론자로는, 주택 임차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 중 하나인 민달팽이유니온의 서동규 위원장이 함께 했다.

▲최경호 소장 ⓒ노회찬재단

최경호 소장은 한국갤럽의 8월 둘째 주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 조사에서 "주택 시장이 어떤 상태가 되면 안정화됐다고 느낄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에 30%의 응답자가 "서울 아파트 가격 전반적 하락"을 선택했고, 24%가 "집값이 급등락하지 않을 때"를, 33%가 "장기임차 거주 가능"을 선택했다. 정부 정책 기조처럼 서울 아파트 값 하락을 '주거 안정'으로 이해하는 이들도 많지만, 임차 가구가 이사할 걱정 없이 사는 상태를 '주거 안정'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최 소장은 세 가지 답변이 다 상당수의 지지를 받으면서 비등한 양상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한국 사회에서 주거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절반 넘는 사람들이 매매가 추이를 보며 정부 주거 정책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평가한다. 하지만 전체의 1/3에 해당하는, 또 다른 만만치 않은 다수는 매매가보다 전월세 임대료 변동에 더 눈길을 둔다. 어떤 정부도 이렇게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팽팽히 대치하는 상황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처방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논의를 풀어가야 할까? 최경호 소장은 우선 UN의 관련 문헌 등을 바탕으로 우리 시대에 맞는 '주거권'의 내용을 되짚어보자고 제안했다. '안정적 거주', '주거 품질', '적절한 비용', 이 세 가지가 주거권의 필수 구성요소라 할 수 있다. 최 소장은 주택을 소유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모든 이가 이런 내용의 주거권을 보장받는 상태가 '주거 안정'이라 정리했다. '주거 안정'이 계층적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르게 이해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되, 주택 소유 여부를 넘어선 '보편성'이 전제되어야 함을 확인하자는 것이다.

이런 기준으로 역대 정부의 주거 정책을 돌아보자. 박근혜 정부는 당시 주택시장 경기가 침체되자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펼쳤다. 문재인 정부는 이 기조를 조금 바꾸어 "다주택자가 집 내놓으면, 집 사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재명 정부는 그 연장선에서 "다주택자가 집 내놓으면. (세입자가) 집을 사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모두 실거주 1주택 소유를 '정상' 상태로 보는 '1가구 1주택'주의에 바탕을 두었고, 주택을 소유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 계층의 주거권은 기껏해야 부차적 문제 정도로 다뤘다.

하지만 자가 소유율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뿐더러 자가 보유 가구가 많아진 사회에는 나름의 또 다른 모순이 있다. 집을 소유한 가구는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길 기대한다. 한 여론조사(한국리서치, 2023. 3. 22)에서는, "집값이 전반적으로 비싸다"는 데 동의한 응답자가 70%로 나오고 "내 집값이 비싸다"는 데 동의한 응답자가 42%로 나왔다. 두 수치 사이의 차이는 집값이 전반적으로 고평가됐다고 여기면서도 내 집값은 더 오르길 기대하는 심리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이런 기대대로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 결국 미래 세대가 집을 사거나 임차하기 힘들어진다. 자가 소유율을 높였다는 역사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주택 문제가 새롭게 불거지고 세대 간 갈등이 벌어진다.

최경호 소장은 이 점에서 "청년의 주거사다리가 끊어졌다"는 진단에 토를 달았다. 이런 진단은 이미 모든 가구가 주거사다리를 '올라가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임대는 청년기의 일시적 주거 형태일 뿐이고 누구나 나이 들면 자기 집을 소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주택이라는 '비싼', 아니 '계속 비싸져가는' 상품을 구매하려면, 대출과 같은 금융 상품이 끼어들어야 하고, 그럴수록 주택의 상품화, 금융화는 더욱 심해진다. '주거사다리'론은 이런 현실을 마치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최 소장은 이런 현실에 강박되지 않으려면 '주거사다리 복원'이 아닌 '주거중립성 실현'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기에서 '중립성'이란 집을 소유하는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주거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임대가 '지극히 정상'적인 주거 형태라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하며, 자가주택, 공공주택, 사회주택, 민간임대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주택재고가 공존하면서 주거 안정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일정한 균형을 이루는 주거 체제를 설계하고 구축해가야 한다. '1가구 1주택'주의의 좁은 상상력으로는 결코 이런 체제를 열 수 없다.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최경호 소장은 '6411 정신'을 담은 주거 대안의 윤곽을 제시했다. 대원칙은, 높은 곳부터 물을 채워 아래로 흘려보내는 '낙수 효과'가 아니라 낮은 곳부터 물을 채워 위로 떠오르게 만드는 '부상 효과'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서울 강남 아파트 값에 과도하게 쏠려 있는 관심의 방향을 무주택 세입자로 돌려야 한다.

최 소장은 무주택 세입자를 위한 주거 정책은 세 가지 정책 요소로 구성된 '회로'로 표현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첫째 정책 요소는 '공공/사회주택 공급'이다. 공공/사회주택에서는 비시장적 방식으로 안정적 점유, 주거 품질, 적절한 비용 등 주거권의 내용들을 보장할 수 있다. 따라서 공공/사회주택의 장기 임대는 무주택 가구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단기간에 모든 임차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공공/사회주택을 공급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따라 공공/사회주택 임차를 원하는 이들에 비해 공공/사회주택 물량이 항상 부족한 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으며, 그래서 현재 공공/사회주택에 입주해 있는 가구와 입주를 원하지만 대기해야 하는 가구 사이에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두 번째 정책 요소인 '주거비 보조'다. 국가는 공공/사회주택 재고(현물 지원)의 양적 한계 때문에 민간임대시장에서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는 가구에게 주거수당(현금 지원)을 지급할 수 있다. 주거수당을 지급받은 세입자는 좀 더 나은 품질의 민간임대주택을 좀 더 안정적인 조건으로 임차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세입자에게 주거비를 보조하면, 민간임대시장에서 임대료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세입자의 임대료 지불 능력이 늘어났다는 기대로 인해 집 주인들이 전보다 인상된 임대료를 요구하고 나서기 때문이다. 전세대출제도가 전세가를 높게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과 비슷한 부작용이다.

이 부작용을 제어할 수단이 세 번째 정책 요소인 '임대료 규제'다. 규제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공정임대료나 표준임대료를 정하는 방식도 있고, 전월세 상한제를 실시할 수도 있다. 이런 직접적 가격 통제 외에, 임대주택 품질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집 주인들을 규제하는 것도 중요하며, 계속거주권이나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장기 임차를 보장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다시 문제가 생긴다. 민간임대시장을 강력히 규제하면 민간임대주택 공급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현재 민간임대주택에 입주해 있는 가구의 주거 안정은 보장하지만 새롭게 임대주택 입주를 원하는 가구의 주거 안정은 책임지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런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대처하려면 첫 번째 정책 요소인 '공공/사회주택 공급'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공공/사회주택 재고를 일정하게 확보해놓고 있다면, 혹은 일정한 비중까지 늘리기 위해 계속 확충해나간다면, 이는 민간임대주택 부문에 대한 강력한 균형추 역할을 하게 된다. 민간임대시장의 물량 부족을 보완할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민간임대주택의 임대인들이 국가의 임대료 규제 정책에 맞서 사보타주를 하기 힘들게 만든다.

이로써 하나의 커다란 '회로'가 완성된다. 최 소장은 이런 공공/사회주택 공급-주거비 보조-임대료 규제의 '회로'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것이 현재 한국 주거 정책의 최대 문제라 정리했다. 달리 말하면, 뒤늦게라도 이 '회로'를 완비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그러려면 해야 할 일이 많다. 일부 저소득층에 한정된 주거수당을 보편화해야 하고, 공급 주체가 난립해 있는데다 형태도 잡다한 공공주택들을 되도록 통합해야 하며, 사회주택 부문이 활성화되도록 금융제도 등을 정비해야 하고, 임대차3법 도입 이후의 거센 반발로 잔뜩 위축된 분위기에 맞서 민간임대시장에 대한 적극적 개입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

토론에 나선 서동규 위원장은 최 소장의 발표에 모두 동의한다고 밝히면서, 문제는 이런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실천 방안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자가주택 평균 거주 기간은 11.6년인 반면 서울 임차 가구의 평균 거주 기간은 3.7년이다. 주거 안정 측면에서 자가 보유 가구와 임차 가구 사이에 엄청난 격차가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한국의 세입자 가구는 주거 영역의 '비정규직 노동자'나 마찬가지다. 이 격차에 어떻게 도전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서동규 위원장은 주거 약자들을 조직하고 힘을 모으는 것이 대원칙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세입자 운동이 이제 막 첫 걸음을 떼고 있지만, 그래도 주거권 운동을 통해 축적된 역사적 경험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주택 소유자 중심 재개발 사업에 맞섰던 철거민 투쟁이 있고, 가깝게는 전세사기 피해에 대처하는 운동을 통해 쌓인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서 위원장에 따르면, 특히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경매를 중단시킨 것에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 경매 중단은 곧 은행의 재산권 행사를 규제했다는 의미이며, 임차인의 주거권과 은행의 재산권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주거권을 일정하게 보장하는 '좋은' 선례를 남긴 셈이다. 서 위원장은 이 성과를 어떻게 더 발전시켜나갈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호 소장은 이에 공감을 표하면서, 사회주택이 발전한 네덜란드에서는 임차 가구의 평균 거주 기간이 서울 자가주택 평균 거주 기간보다 더 긴 13년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대차보호3법을 둘러싼 논란이 낳은 민간임대시장 규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극복해야만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무한' 연장하거나 임대료를 '행복주택' 수준으로 묶어두는 방안 등으로 상상력을 넓혀야 한다. 최 소장은, 공공주택 정책 측면에서 보더라도 민간임대주택 임대료가 행복주택 임대료와 연동돼야 행복주택 입주가 '로또'로 치부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토론 과정에서 빌라 등 비아파트 주거 형태에 대한 대안이나 도시 재개발 문제에 관한 질문들도 있었는데, 최경호 소장은 용적률 완화를 통한 수익 확보에 의존하는 현행 재개발 방식은 더 이상 지속되기 힘들다고 있다고 답했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만 하며, 공공과 민간이 책임을 분담하는 공유지분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에너지 효율 주택으로 전환하는 것을 조건으로 정부가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강조된 것은 주거권 측면에서 자가주택, 공공/사회주택, 민간임대주택의 차이를 최소화하는 정책 기조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그러려면 공공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적극적으로 민간임대시장에 개입해야 한다. 최 소장은 임차 가구의 주거권이 최대한 보장되는 탓에 오히려 '임대인보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현재 한국뿐만 아니라 스페인, 독일, 영국,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주거권 보장'의 외침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여러 영감과 교훈 그리고 숙제를 던져주는 발언이었다.

ⓒ노회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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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을 공부했고, 진보정당 운동의 정책 · 교육 활동에 참여해왔다.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기획위원, 정의당 부설 정의정책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배곳 산현재 기획위원, 노회찬재단 노회찬비전포럼 운영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 <장석준의 적록서재>, <사회주의>, <신자유주의의 탄생>, <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지도>(공저) 등이 있고, 번역서로 <민주주의인가 보나파르트주의인가>, <포식하는 자본주의>, <좌파의 길>, <길드 사회주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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