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에 1000조(兆) 담기] ⑯ '현대차 9조' 다음은 '공장→산업 생태계'…로봇 부품기업 모으고 전북 공급망 키워야

새만금청 "로봇 부품사 임대공장·물류창고 추진"…전북도 "지역 제조기업의 로봇 공급망 참여 지원"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9조 원 투자는 향후 얼마나 많은 후속 투자를 끌어낼 수 있을까. 로봇공장과 AI데이터센터, 수소산업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넘어 전북 기업의 납품과 일자리로 이어지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프레시안>의 '새만금에 1000조 담기'기획 질의에 전북특별자치도와 새만금개발청이 보내온 답변에는 이 질문에 대한 두 기관의 방향이 담겨 있다.

먼저 새만금개발청은 앵커기업의 로봇공장 투자와 연계한 로봇 부품기업의 집적화를 통해 새만금에 로봇 클러스처가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 주도로 부품사의 임대공장·물류창고 구축 등 입주 기반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북도는 기존 자동차·특장차·농기계·기계부품 기업의 로봇산업 진입을 지원해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외 로봇기업의 공급망에 참여시키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새만금에 다수의 협력기업이 들어올 기반을 마련하고, 전북의 기존 기업이 새로운 산업에 진입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이로써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를 산업 생태계로 확장하려는 방향은 확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할 수 있다. 과제는 이 구상을 실제 투자와 지역기업의 수주로 연결할 사업·예산·일정을 구체화하는 데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전북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로봇·수소·AI 시티 투자협약식에서 MOU 서명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부 장관,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이재명 대통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윤덕 국토부 장관. ⓒ연합뉴스

로봇 부품사 임대공장 추진…동반 입주 기반 마련

새만금개발청 답변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로봇 부품기업의 입주 기반 조성'이라고 할 수 있다.

개발청은 현대차의 로봇공장 주변에 부품 전문단지나 협력업체 집적단지를 조성할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정부 주도의 로봇 부품사 임대공장 및 물류창고 구축 등 입주 기반 조성 추진 중"이라고 답했다.

앵커기업의 로봇공장 투자와 연계해 부품기업을 집적하고, 새만금에 로봇 클러스터가 조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현대차 생산시설과 연관기업을 함께 모으겠다는 구상이기도 하다. 로봇 생산에 필요한 부품기업이 인근에 자리 잡으면 제조·물류·기술 협력의 연결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이번 답변에는 임대공장과 물류창고의 위치, 규모, 사업비, 예산 확보 여부, 착공·입주 일정은 제시되지 않았다.

협력기업 유치 전략에 대해서는 현대차그룹의 세부 투자 일정과 연관 산업수요가 가시화되는 시점에 맞춰 맞춤형 유치 전략을 본격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협력기업의 투자 문의에 대응하면서 투자 동향과 잠재수요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북 제조기업, 로봇산업으로 진입할 수 있나

전북도는 새로 들어올 기업의 유치와 함께 기존 '지역기업의 산업 전환'에 무게를 뒀다.

도는 자동차·특장차·농기계·기계부품 기업들이 로봇산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와 로봇은 모터·감속기·센서·제어기·전장부품 등에서 기술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많다는 판단이다.

기존 기업의 제조역량을 활용해 로봇 핵심부품과 모듈을 생산하고,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외 로봇기업의 공급망에 참여하도록 돕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피지컬AI 연구개발과 K-로봇 실증공유센터 등을 연계해 핵심기술 개발부터 시제품 제작, 산업현장 실증, 시험·인증, 양산까지 전북 안에서 이어지는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현대차 투자가 전북의 산업 성장으로 이어지는지를 가늠할 핵심 지점도 여기에 있다. 지역기업이 새로운 생산시설에 부품과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어야 투자 효과가 지역의 매출과 고용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답변에서 현대차의 지역 부품 조달 약속이나 전북 기업의 납품 계약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도가 제시한 것은 공급망 참여를 위한 지원 방향이다. 어떤 기업이 어떤 부품을 생산하고, 필요한 기술과 인증을 확보해 구매기업과 연결될 것 인지가 실행 과제로 남게 됐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왼쪽부터), 김정관 산업부 장관,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윤덕 국토부 장관,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27일 전북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로봇·수소·AI 시티 투자협약식에서 투자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 계열사와 논의…직접 연계 기업 수는 미제시

전북도는 로봇·그린수소 분야의 타깃기업을 선정하고 유치활동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로봇 분야에서는 완성형 로봇, 핵심부품, 피지컬AI 기업 등 공급망 전반에 걸쳐 접촉하고 있으며, 수소 분야에서는 그린수소 생산의 핵심 설비인 수전해 기업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도 접촉 대상에 포함돼 있다. 도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와는 그룹 측과 함께 미팅을 갖는 등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기업의 경영 전략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이유로 "투자 확정 전 기업명 공개는 어렵다"고 밝혔다. 질의에서 요청한 접촉·투자협의 기업 수도 제시하지 않았다.

새만금개발청은 국가산단 입주계약 기업이 현재 78개사라고 밝혔다. 수소·연료전지, 전기차, 태양광, 이차전지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입주·가동 중이며, "현대차와 협력해 로봇 부품기업과 AI데이터센터 고객사 등의 투자협의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데이터센터, 건설부터 운영까지 연관기업 유치

AI데이터센터와 관련해서는 전북도가 비교적 구체적인 추진 일정과 유치 대상을 밝혔다.

도에 따르면 현대차 AI데이터센터는 지난 9월 건축허가를 신청해 현재 건축심의가 진행 중이며 2027년 상반기 착공 예정이다.

전북도는 행정절차를 지원하면서 현대차와 함께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설비 수요와 협력기업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건설 단계에서는 변압기·공조기 등 전력·냉각설비 기업을, 장비 구축 단계에서는 서버·네트워크 기업을, 운영 단계에서는 설비 유지보수 기업을 중심으로 유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데이터가 드나드는 통신 관문인 육양국도 연계 기반으로 제시했다. 도는 드림라인과 새만금산단 2공구 육양국 건립 투자협약을 체결했다며, 이를 AI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핵심 기반시설로 설명했다.

새만금개발청은 현대차가 중장기 수요를 고려해 AI데이터센터의 단계적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현대차 외에도 데이터센터 입주와 관련한 여러 기업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착공 일정이 제시된 만큼 연관기업 유치 역시 단계별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전력·냉각·통신·운영 분야에서 어떤 수요가 발생하고, 그 가운데 전북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 다음 과제다.

새만금 안의 4개 거점, 전북 전체의 산업 전환

산업 배치에 대해서는 새만금개발청과 전북도가 서로 다른 공간 범위의 구상을 제시했다.

새만금개발청은 기본계획 변경안에 4개의 산업 거점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1산단은 로봇·AI, 2산단은 지역 특화 첨단기계, 3산단은 수소 특화산업, 4산단은 RE100 전후방 산업 거점으로 구축한다는 방향이다.

각 거점은 주변 도시의 산업 기반과 연계해 균형 있게 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구역별 산업용지의 구체적인 개발계획은 기본계획 변경안 확정 이후 새만금개발공사 등이 마련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전북도는 새만금에서 시작된 투자를 도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구상을 내놨다.

새만금은 AI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 등 핵심 인프라의 거점으로 육성하고, 전주·익산·완주 등 기존 제조업 권역에는 AI팩토리와 자율제조 전환을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남원·임실·순창 등 농생명 권역에서는 농업·식품 분야의 피지컬AI 실증과 현장 적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도는 시군별 연계 분야가 현재 제안 단계라고 명시했다. 앞으로 시군과 협의해 주력산업과 기업, 대학·연구기관, 인력·입지 여건을 살펴 필요한 사업을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새만금 내부의 산업 거점 조성과 도내 기존 산업의 전환이 연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권역별 방향을 넘어 시군별 사업과 기업 참여 방식, 예산과 추진 일정을 구체화해야 한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24일 전북 군산 새만금개발청에서 현대차 등 새만금 국가산단 입주기업 대표들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의 현대차’ 추가 유치 의지

두 기관은 현대차 이외의 앵커기업과 연관기업을 추가로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북도는 현대차 투자를 피지컬AI·로봇산업 도약의 마중물로 삼겠다며, 현대차 외 앵커기업과 타깃기업도 선정했다고 답했다.

새만금개발청 역시 현대차에 상응하는 제2·제3의 대규모 앵커기업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AI·로봇·수소 등 미래 첨단산업을 핵심 대상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추가 유치 기업 수와 투자액, 고용인원 등의 정량적 목표는 두 기관 모두 구체적으로는 밝히지 않았다.

전북도는 현대차의 세부 투자계획과 기업별 투자 가능성, 지역 공급망·고용 파급효과를 분석해 단계적인 전략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목표 수치부터 앞세우기보다 실제 투자와 지역기업의 참여로 이어지는 성과를 만들어가겠다"고 답했다.

새만금개발청은 추가 투자기업과 투자규모가 기업의 의사결정과 입주심사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무리한 목표 수치를 앞세우지 않겠다는 입장은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실제 성과를 확인할 기준도 필요하다. 협력기업 입주가 얼마나 늘었는지, 지역기업이 공급망에 얼마나 참여했는지, 투자와 고용이 어떻게 확산되는지를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새만금개발청은 기업이 들어올 공간과 기반을, 전북도는 연관기업 유치와 기존 제조기업의 전환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

'현대차의 9조원'이 더 큰 투자와 일자리로 이어지려면 협력기업이 들어올 기반과 지역기업이 납품할 경로가 함께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새만금의 다음 성과는 투자 발표 이후 그 연결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이뤄지는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새만금 내부 남북도로의 설경 ⓒ새만금개발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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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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