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측이 동방경제포럼에 주러시아대한민국대사뿐만 아니라 해양수산부 차관도 초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포럼 참석자의 급을 대사로 높이며 일정 부분 러시아와 관계를 관리하려는 행보를 보였으나, 중앙부처의 고위 당국자 참석과는 무게감이 다르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참석을 검토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실이 해양수산부로부터 받은 답변자료에 따르면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는 지난 9월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Eastern Economic Forum, EEF) 초청과 관련 "8월 27일 주러시아연방대한민국대사관으로부터 해양수산부 차관 앞 초청장을 보안문서 시스템으로 접수한 바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수부 차관은 포럼에 참석하지 않았다. 초청장을 받았는데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해수부는 "당시 일정상 참석이 여의치 않아 외교부를 통해 유선으로 참석이 어려움을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포럼을 닷새 남겨둔 상황에서 초청 의사가 전달되어 일정 조정이 어려웠을 수 있는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초청 사실을 인지하기 이전에 러시아 측과 포럼 참석 여부를 포함한 관련 논의를 진행한 바 있느냐는 질문에 해수부 관계자는 별도의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동방경제포럼에는 이석배 주러시아대사가 참석했다. 지난 8월 31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해 경우 주러시아 대사가 공석이었고 올해 동방경제포럼에는 제반사항을 고려하여 대사가 참석하게 됐다"며 주러대사 참석이 "(2022년) 전쟁 이후 가장 높은 급"의 인사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정부 고위급 인사가 아닌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관계자를 보냈었다. 지난해에도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가 참석하면서 예년과 유사한 행보를 보였다.
다만 2015년 포럼 출범 직후에만 해도 한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등 고위급 인사가 포럼을 찾았다. 2016년에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 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포럼에 참석해 북방정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고 2018년엔 이낙연 국무총리, 2019년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참석했다. 2020년은 코로나 19 여파로 포럼 자체가 열리지 않았으며, 2021년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화상으로 참석했다.
이렇듯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고위급 인사들이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것은 포럼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영향력 측면뿐만 아니라 상징성도 크기 때문이었다. 해당 포럼은 러시아 정부가 주관해 극동지역의 투자 유치 및 개발 활성화를 목적으로 연례 개최되고 있는데, 각국에서 정상급 및 고위 당국자들이 참석하고 있어 아시아에서 주요한 외교 무대로 간주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이 독자적인 대(對)러시아 제재를 하는 등 서방과 보조를 맞추면서 러시아와 관계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포럼에 고위급 인사를 보내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전쟁 이후 북한과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가 한국의 고위급 인사 참석을 부담스러워했다는 후문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북핵 문제 해결을 포함한 한반도 안정 및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이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러시아가 외교 안보 부처가 아니라 해수부 차관을 초청한 것이 정치적 사안보다는 북극항로 등 상대적으로 비정치적이고 경제적인 부문에서 논의를 진행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라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안보와 같이 해결이 어려운 사안보다는 접근하기 쉬운 주제부터 다루는 것이 한러 관계 개선의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준형 의원은 "대사를 보낸 것으로 생색을 낼 일이 아니다"라며 "러시아는 중앙부처 차관의 참석을 원했고, 외교부는 그 신호를 읽지 못했거나 읽고도 외면했다"고 짚었다. 김 의원은 "북극항로도, 북핵 문제도 러시아와의 소통 없이는 풀리지 않는다. 대화 채널을 스스로 닫아 놓고 외교 다변화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외교부는 주러시아 대사와 해양수산부 차관 외에 러시아가 한국 정부의 다른 인사를 초청했는지, 해양수산부가 초청 의사를 인식하게 된 27일 이전에 러시아 측으로부터 초청장이 접수됐는지에 대해 "러측과의 협의를 포함, 제반 사항을 고려하여 올해 동방경제포럼에는 주러시아대사가 참석했다"는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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