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축제와 관광정책을 둘러싸고 일회성 행사의 한계와 재정 효율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전 동구가 지속가능한 야간경제와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관광정책 전환에 나섰다.
민선 7기 당시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 축제’를 기획해 대청호 일대를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알린 데 이어, 민선 9기 행정을 이끌고 있는 황인호 대전 동구청장의 관광·경제 정책 구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황 구청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유명 가수를 불러 예산을 소진하는 일회성 축제는 지양해야 한다”며 “지역 고유의 확실한 콘셉트와 기업 스폰서십, 연중 지속되는 ‘신 야간경제’를 통해 주민의 세금 부담은 줄이고 지역 상권은 살리는 실질적인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황인호 대전 동구청장과의 일문일답.
프레시안: 최근 지역 축제의 방향성과 관련해 ‘혈세 낭비’에 대한 지적이 많다.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현안과 동구 축제의 방향은.
황인호 동구청장: 기본적으로 중앙의 유명 가수를 불러 많은 예산을 쓰고 도로를 통제하면서 일회성으로 끝나는 축제는 지양해야 한다. 보령머드축제, 금산인삼축제, 진주 남강유등축제처럼 그 지역만이 가질 수 있는 독보적이고 명확한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
민선 7기 때 기획했던 ‘대청호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 축제’ 역시 철저한 사전조사와 현장점검을 통해 독자적인 이름과 정체성을 확립했고, 전국에서 관광객이 찾아오는 성과를 냈다.
지역 고유의 자산을 활용한 명확한 방향성과 콘셉트가 없으면 축제는 결국 주민의 세금으로만 충당되는 일회성 이벤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축제의 예산 구조를 면밀히 점검하고 지속가능한 관광자원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프레시안: 동구 재정 여건 진단 및 운용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가.
황인호 동구청장: 당선 직후 인수위원회를 구성해 동구의 재정 여건을 면밀히 점검했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었다.
민선 7기 종료 당시에는 약 400억원 규모의 재정안정화 기금을 조성해 재정의 안전판을 마련해 놓았다. 그런데 불과 4년 만에 그 기금이 모두 소진됐고,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에서는 필수경비만 70억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새로운 사업을 무리하게 확대하기보다 재정을 정상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그래서 민선 9기는 ‘선택과 집중’을 재정 운영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투자 대비 효과를 철저히 따져 꼭 필요한 사업에 예산을 우선 투입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자체 재원만으로 동구의 미래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국·시비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지방정부의 핵심 경쟁력이다. 민선 7기 당시에도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많은 국비를 확보했던 경험이 있다. 그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정부 공모사업과 국가예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프레시안: 대전역세권 개발 및 야간경제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황인호 동구청장: 대전역세권 개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동구 최대 현안이다. 오랜 시간 많은 기대를 모아온 사업인 만큼 이제는 계획보다 실행이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정동 쪽방촌 공공주택지구 사업은 여러 행정 절차와 관계기관 협의가 맞물리면서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사업이 어느 단계에서 지연되고 있는지 원인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해결 가능한 과제부터 신속히 풀어나가겠다.
이를 위해 대전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의체계를 구축하고 필요한 경우 중앙정부와도 적극 협의해 행정절차를 최대한 앞당기겠다.
역세권 개발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사업이 아니다. 대전의 관문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도시의 경제와 문화, 관광을 함께 살리는 미래성장 프로젝트다.
대전역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KTX 이용객을 보유한 교통 관문이지만 저녁 7~8시만 되면 주변 상권이 한산해지는 야간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 핵심은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신 야간경제’를 원도심에 접목하는 것이다.
역세권 개발이 원도심 부활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현장의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는 동시에 대동천과 중앙시장 야시장 등을 연계해 대전역을 찾는 외래 관광객이 밤까지 머무를 수 있는 체류형 야간 관광거점을 책임 있게 완성하겠다.
프레시안: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민간기업과의 협업도 강조했는데.
황인호 동구청장: 대전의 대표브랜드인 ‘성심당’과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 건물을 CNCITY마음에너지재단이 2년여에 걸쳐 보수·복원해 고품격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킨 ‘헤리디움(HERIDIUM)’, 그리고 철도관사촌의 문화예술공간 등은 우리 원도심이 가진 강력한 자산이다.
한쪽은 육체의 양식을, 다른 한쪽은 마음의 양식을 채워주면서 대전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기업과 재단이 이처럼 대전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면 지방정부와 행정도 적극적으로 호응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민간 따로, 행정 따로 겉돌아서는 지역경제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
프레시안: 대전을 대표할 신규 랜드마크로 ‘빵타워’ 조성을 제안하셨다. 구체적인 구상과 기대효과는 무엇인가.
황인호 동구청장: 에펠탑이 파리를 대표하고 오페라하우스가 시드니를 대표하듯 대전에도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독보적인 랜드마크가 필요하다. 저는 그 상징이 바로 ‘빵타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전은 이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빵의 도시’다. 특히 성심당이 만들어낸 ‘빵의 도시’ 브랜드를 이제는 동구와 대전 전체의 성장동력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제가 구상하는 빵타워는 대전을 대표하는 빵 문화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베이커리 복합문화공간이다. 성심당을 비롯해 전국 각 지역의 유명 빵집과 지역 제과업체, 청년창업 베이커리 등이 함께 참여해 대한민국의 다양한 빵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조성할 계획이다.
단순히 빵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제빵체험과 교육, 전시, 축제 등이 어우러지는 체류형 관광콘텐츠로 발전시켜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동구에 머물며 소비하고 지역상권도 함께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
또 다양한 입점 공간을 조성해 제빵사와 판매인력, 청년창업가 등 여러 분야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제과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지역경제 플랫폼으로 만들어 나가겠다.
프레시안: 마지막으로 동구 구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황인호 동구청장: 대청호 명상정원처럼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는 독보적인 명소를 지속적으로 가꾸고 알리는 것이 수억 원의 예산을 일회성 축제에 사용하는 것보다 꾸준히 관광객을 불러들이는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동구는 대전의 관문이자 원도심의 중심이다. 민선 7기에 이어 민선 9기 구정을 맡으면서 일회성 이벤트에 의존하지 않고 먹거리와 볼거리, 문화예술이 지속적으로 어우러지는 환경을 만들어 대전 동구를 ‘스쳐 지나가는 곳’이 아닌 ‘언제든 찾고 싶고 오래 머물고 싶은 명품 관광도시’로 만들겠다.
아울러 구청장의 자리는 책상 앞이 아니라 늘 구민의 곁에 있어야 한다. 집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회의실이 아닌 골목길에서 구민의 목소리를 듣는 현장 중심 행정을 펼치겠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청년이 돌아오는 도시, 어르신이 편안한 도시를 만들어 구민의 삶을 실제로 변화시키겠다.
앞으로 4년은 동구의 미래를 결정할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구민 여러분의 참여와 지혜를 바탕으로 새로운 동구의 미래를 열고, ‘대전의 중심을 다시 동구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실천으로 증명하겠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