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에 1000조(兆) 담기] ⑯ "현대차 투자는 눈 앞인데, 사람을 키울 '시간표'는 준비됐나"

송현진 완주 수소에너지고 교장 "공장 완공 뒤 사람 찾으면 늦어…인재 양성 협의체 구성 제안"

현대자동차그룹이 새만금에 투자할 9조 원은 전북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규모 투자'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7월 16일 새만금개발청 등의 업무보고에서 현대차의 새만금 9조 원 투자를 "엄청난 대규모"라고 평가했다. 특히 "9조 원은 초기 투입비용을 예상한 것이고, 사업이 성공적으로 확장되다 보면 몇 배, 몇십 배 투자가 이뤄지지 않겠나"라며 후속 투자 확대 가능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이 전망한 '몇 배, 몇십 배의 투자'를 현실로 만들려면 공장과 기반시설 뿐 아니라 그 산업을 실제로 움직일 사람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현대차의 투자가 확장될수록 생산·조립·설비운영·품질관리·시험평가를 담당할 숙련 기술인력 수요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완주 수소에너지고등학교를 비롯한 전북 직업계고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로봇과 인공지능(AI), 수소산업을 아우르는 이번 투자는 새만금의 산업 지형은 물론 전북의 미래까지 바꿀 기회로 평가된다. 그러나 공장과 연구시설이 들어서는 것 만으로 투자의 성과가 온전히 전북에 남는 것은 아니다.

공장을 움직일 사람, 자동화 설비를 운용할 사람, 생산라인의 이상을 찾아내고 고칠 사람, 제품의 품질과 안전을 책임질 사람이 필요하다.

"전북 청년 길러 낼 '인재 양성 시간표'는 마련됐나"

문제는 지금, 현대차가 새만금에서 필요로 할 구체적인 직무와 인원, 채용 시기와 요구 기술이 아직 전북의 직업교육 현장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공장 건설 계획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그곳에서 일할 전북 청년을 길러낼 '인재 양성 시간표'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북 완주 수소에너지고등학교

송현진 완주 수소에너지고등학교 교장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현대차의 새만금 투자를 "대기업 공장 하나가 들어오는 차원이 아니라 전북의 산업구조와 직업교육 체계를 함께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하면서 '필요한 직무,인원,채용시기,요구 기술 등 관련 정보가 가장 먼저 교육현장에 제공돼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또 "학생 한 명을 제대로 된 기술인력으로 양성하려면 최소 2~3년이 필요한데, 공장을 완공한 뒤 인력을 찾기 시작해서는 이미 늦는다"며 선제적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구개발 인력 만으로 공장은 움직이지 않는다. 현대차의 새만금 투자가 발표된 뒤 인재 양성을 둘러싼 논의는 주로 대학과 연구기관, 석·박사급 연구개발 인력에 집중돼 왔다.

지난 7월, 전북도와 전북대학교, 현대차그룹은 피지컬AI와 로봇, 수소 분야의 계약학과 개설과 공동연구,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산업현장에서는 제품을 생산하고 설비를 운전하며, 고장 난 기계를 복구하고 공정과 품질을 관리할 숙련 기술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송 교장은 현대차 새만금 사업장에서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이 담당할 수 있는 직무로 '자동화 생산설비 운용과 완성품·부품 조립, PLC 및 자동화설비 관리, 설비보전, 공정관리, 품질검사, 시험·평가, 전기·전자설비 유지관리, 기계조립, 용접, 안전관리' 등을 꼽고 있다.

수소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연료전지 스택 제조와 시험·평가, 수소 생산·공급설비 운용, 수소저장용기와 모빌리티 부품 생산·검사, 공정 유지보수 인력도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생산현장에 AI와 자동화 기술이 확대될수록 단순 조립 인력보다 설비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이상 여부를 판단해 유지·보수할 수 있는 기술인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소에너지고등학교

'대학과 특성화고' 역할 분담 필요

송 교장은 "대학과 특성화고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역할이 다르다"며 "대학이 연구개발 인력과 고급 엔지니어를 양성한다면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는 생산현장의 숙련 기술인력을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가 추진하는 교육의 핵심은 '기업최적화 교육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완주 수소에너지고는 현대차의 새만금 투자 발표 이전부터 이미 '기업 최적화 교육과정'을 통해 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인력을 배출해오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수소산업과 스마트팩토리 분야'의 현장 기술인력을 준비해 왔다.

1학년 때 학생과 기업을 연결하고, 2학년부터 기업이나 전문기관에서 현장수업과 산학수업을 받도록 한다. 3학년에는 대학·기업·연구기관과 함께 산업현장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시제품까지 제작하는 연구개발·교육 연계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구조다.

학교가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가르쳐 졸업시키고, 기업은 필요할 때 사람을 뽑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사람을 학교와 기업이 입학 단계부터 함께 길러내겠다는 것이다.

▲지난 1일 유희태 완주군수(사진 가운데)를 비롯해 한국가스공사, 우석대학교,한국수소협회 관계자들이 모여 맺은 '수소 미래 인재양성 업무협약 식ⓒ

실제로 수소에너지고는 2025년 '협약형 특성화고'에 선정됐는데 같은 해 2월에는 국회와 전북대학교, 완주군, 현대차와 수소인재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현대차 전주공장과는 학생 견학과 교육 지원, 연료전지 관련 기자재 지원 등을 통해 협력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학교는 그동안 91개 기관과 업무협약을 추진했고, 중소·중견기업 181명과 대기업 13명 규모의 채용약정도 확보했다.

협약을 실제 채용으로 연결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LS엠트론은 연간 5명 안팎의 채용약정을 맺은 뒤 2025년 3명, 2026년 2명을 실제 채용했으며 일진하이솔루스도 연간 3명의 채용약정을 이행했다. 한솔케미칼은 2026년 재학생 6명을 채용후보 장학생으로 선발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고졸 채용제도를 신설했으며 일진하이솔루스는 고압수소탱크를 학교에 기증하고 학교장 추천 특별전형을 운영하고 있다. 비나텍과 정석케미칼 등도 기자재와 장학금 지원, 기업 현장교육과 도제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송 교장은 "전북 전체로 이런 체계를 확대해야 한다"면서 "기업 유치 계획을 발표할 때 부지와 기반시설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에 필요한 사람을 전북에서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라는 인력 양성 계획도 함께 발표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짚는다.

▲2025 '완주수소장학회'가 실천한 장학금 수여식 ⓒ수소에너지고등학교

"준비는 돼 있다...하지만 현대차의 직무 수요가 없다"

완주 수소에너지고는 현대차가 필요한 직무와 기술 수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면 기존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기업맞춤형 인력 양성에 즉시 착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직은 현대차 새만금 사업장에 어떤 직무가 필요한지, 직무별 채용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언제부터 채용할 계획인지, 학생들이 어떤 자격과 기술을 갖춰야 하는지에 관한 결정적인 정보가 없다.

송 교장은 "현대차와 협력할 기반은 마련돼 있지만 새만금 투자와 관련해 어떤 직무에 몇 명이 필요하고, 언제부터 채용하며, 어느 수준의 기술과 자격을 요구하는지에 대한 세부적인 인력 수요 자료는 학교가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공장 설립 계획이 구체화되는 동안 학교에는 인력 수요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다면 교육과 산업현장의 시간표는 어긋날 수밖에 없다. 학생을 모집하고 학과 이름을 바꾸는 것 만으로 새로운 산업에 대응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교원을 확보해야 하며 기존 교사들에게 산업기술을 교육하고, 실습실과 기자재를 갖춰야 한다. 기업과 학교가 직무를 공동으로 분석하고 학생들이 실제 설비와 공정을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소에너지고는 2023년부터 교원 한 명당 연간 200시간을 목표로 수소 분야 직무연수를 추진하고 있다. 대학 교수와 산업체 전문가를 활용한 팀티칭도 병행하고 있다.

송 교장은 "지금 준비하면 늦었다기보다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확하다"며 "공장 건설과 인력 양성이 동시에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업은 학과 이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전북의 신산업 인재 양성 정책이 단순히 새로운 학과를 만들거나 학교 이름을 변경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 교장은 기존 수소·에너지·스마트팩토리 교육과정에 산업용 로봇 운용과 AI 기반 품질관리, 스마트 생산설비 유지보수, 산업데이터 활용 교육을 신속히 접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산업은 학과 이름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신속하게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이 더 중요합니다."

현대차의 새만금 투자는 로봇과 수소, AI가 각각 분리된 산업이 아니라 하나의 생산현장 안에서 융합되는 구조다.

현장 기술인력도 기계만 알아서는 부족하고, 전기만 알아서도 부족하다. 자동화설비와 로봇, 센서, 데이터, 품질관리와 설비보전을 함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전북의 직업계고도 학교와 학과별 칸막이를 넘어 현대차 새만금 사업장에서 실제 필요한 직무를 기준으로 교육과정을 다시 짜야 한다.

완주 수소에너지고의 교육과정은 '피지컬AI 산업이 요구하는 중간 기술인력은 어떻게 길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전북 직업교육이 참고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수소에너지고등학교

'새만금 산업인재 양성 협의체' 즉시 구성해야

송 교장은 현대차 새만금 투자에 대응하기 위해 가칭 '새만금 산업인재 양성 협의체'를 즉시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북도와 전북교육청, 현대차와 협력업체, 특성화고·마이스터고, 대학,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이 참여해 기업의 인력 수요와 학교의 교육계획을 정기적으로 공유하는 구조다.

이 협의체가 단순히 회의와 협약을 반복하는 기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앞으로 5년 동안 어떤 기업이 언제 공장을 가동하고, 어떤 직무에서 몇 명을 채용하며, 어느 학교가 어떤 교육과정을 통해 그 인력을 양성할 것인지까지 담은 직무별 인력 양성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역할도 분명하게 나눠져야 하는데 현대차와 협력기업은 필요한 직무와 기술 수준, 채용 규모와 시기를 제시하고 현장설비와 기술자를 교육에 개방해야 한다. 교원 연수와 실습 기자재 구축에 참여하고, 교육을 이수한 학생에게 실질적인 채용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전북교육청은 학교가 산업 수요에 맞춰 교육과정을 신속하게 편성할 수 있도록 교원 확보와 시설·기자재 투자를 지원해야 하며 전북도는 기업과 학교를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취업한 청년들이 전북에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와 교통, 장기근속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자격증만 보유한 인력이 아니라 직업기초능력과 전공기술, 인성,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현장 기술인력으로 성장하도록 책임져야 한다.

취업 이후에도 성장하는 '전북형 기술인재 고속도로'

좋은 일자리를 얻는 것 만으로 지역 정착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고졸 취업자가 현장에서 경력을 쌓고 전문학사와 학사학위를 취득해 고숙련 기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속교육 체계가 필요하다.

완주 수소에너지고는 이와 관련해 "'지역기업 취업–P-Tech–계약학과–고숙련 기술인'으로 이어지는 성장경로'를 만들어 왔다"고 밝힌다.

대학이 고급 연구인력을 양성하고 특성화고가 생산현장의 기술인력을 배출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졸 취업자가 일하면서 배우고 대학과 기업을 통해 더 높은 단계의 기술인력으로 성장하도록 연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송 교장은 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원칙은 지역에서 필요로하는 인력을 지역에서 길러내고 그 인재가 지역기업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밝힌다.

<프레시안>이 '새만금에 1000조(兆) 담기' 기획을 통해 제안해 온 '새만금 인재 고속도로'이자 '전북형 인재공급망'이 바로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

중학교에서 직업계고로, 직업계고에서 새만금 기업으로, 다시 전문대학과 대학의 계약학과로 이어지는 하나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 취업과 교육, 성장과 지역 정착이 끊기지 않아야 현대차 9조 투자가 전북 청년의 삶을 바꾸는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9조 원보다 중요한 숫자

현대차의 새만금 투자가 외지 협력업체와 외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질 경우 전북에 남는 실질적인 고용 효과는 제한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지역인재 채용 비율만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고용구조를 만들기 어렵다.

지역 학교는 기업이 실제로 채용하고 싶은 인재를 길러내고, 기업은 지역 청년들에게 교육과 채용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전북도와 교육청은 그 사이를 연결하고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 투자와 인재 양성이 각각의 정책으로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직업계고 현장에서는 앞으로 전북도가 대규모 기업 유치계획을 발표할 때는 "부지와 전력·용수·도로 같은 기반시설 뿐 아니라 ‘그 기업에 필요한 사람을 전북에서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라는 인력 양성계획도 함께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현대차가 새만금에 9조 원을 투자한다는 숫자는 크지만 정작 중요한 숫자는 따로 있다.

송현진 교장 역시 "'현대차 9조 투자의 성과는 투자액이나 공장규모 만으로 평가돼서는 안되며 전북에서 자란 청년 몇 명이 좋은 일자리를 얻었고 그 중 몇 명이 5년, 10년 후에도 전북에서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가?"가 나중에 중요한 평가 지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현대차의 투자가 완료된 다음에 인력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함께 사람을 길러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러면서 수소에너지고의 목표는 "학생을 단순히 취업시키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꼭 필요한 사람, 지역에 꼭 남아야 할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송현진 교장은 "현대차의 이번 투자가 전북의 산업을 바꾸는데 그치지 않고 전북 청년들의 삶까지 바꾸는 투자가 될 수 있도록 직업교육이 그 역할을 다 하겠다"며 말을 맺었다.

▲ⓒ수소에너지고등학교 전경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