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후보 시절' 천 교육감, 현직 교사 거명하며 "오더도 주고"…선거법에 문제없나

<프레시안> 올 3월 현직 교사 캠프 관여 의혹 최초 보도에 "정책자문 역할일 뿐…캠프와 무관" 해명

KBS 녹취 보도에는 "여러 사람한테 체크…오더도 주고" 현직 교사 여러 명 거론해 관련성 주목

천호성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이 지난 교육감 선거를 1년 가량 앞둔 시점에 현직 교사 여러 명을 직접 거론하며 정책과 관련해 "오더(order)도 주고"라고 말한 육성 녹취가 공개되면서 현직 교사들의 선거 관여 여부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녹취는 지난 3월 <프레시안>이 현직 초등학교 교사의 천호성 당시 교육감 예비후보 캠프 관여 의혹을 처음 제기했을 당시 천 후보 측이 "정책자문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선거캠프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던 것과 맞물리면서 당시 현직 교사들의 실제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확인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KBS>전주는 16일 '[단독] "정책은 걱정하지 마"…천호성, 교사들에게 선거 지원 받았나?'라는 보도를 통해 민선 9기 전북교육감 선거를 약 1년 앞둔 시점의 천 교육감 육성 녹취를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전주교대 교수였던 천 교육감은 측근과 정책 준비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정책은 걱정하지 마, 진짜로. 왜 그러냐면 내가 체크하고 있고 여러 사람한테 체크하고 있어. 오더도 주고."라고 말했다.

이어 현직 교사들이 포함된 여러 사람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이거는 다 하고 있으니까. 정책은 또 그쪽 분야는 그림이 좀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KBS>는 당시 천 교수가 거론한 사람 가운데 현직 교사들이 여럿 포함돼 있으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지난 7월 천 교육감 취임 이후 주요 간부로 중용된 인물들의 이름과 일치한다고 보도했다.

더구나 <KBS>가 확보한 녹취에서는 천 교수와 대화하던 측근이 이 모임에 대해 "정책을 가장한 조직"이라고 부연 설명하고 천 교수도 이에 동의하는 정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현직 교사들에게 정책과 관련해 천 교수가 '오더'를 주고 결과물을 받았다면 공직선거법상 문제가 없는 것일까.

<프레시안>은 지난 3월 초, 이같은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지난 3월 2일, 천호성 예비후보가 전주H초등학교에서 전문상담교사들과 함께 학교 현장의 고민과 해법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프레시안이 처음 기사화했다. 파란색 점퍼를 입은 천호성 예비후보 옆자리 명패에는 '천호성예비후보 캠프 000' 라는 현직 교사의 이름이 적혀 있다. ⓒ천호성 예비후보 SNS

<프레시안>은 지난 3월 2일 천호성 당시 교육감 예비후보가 전문상담교사들과 가진 간담회에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참석해 천 후보 바로 옆에 앉아 있었고, 해당 교사의 자리에는 '천호성 교육감예비후보 캠프'라고 적힌 명패가 놓여 있었던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다. 이 사진은 당시 천 예비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놓았다가 기사화가 되자 이를 바로 삭제했다.

당시 <프레시안>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서면/인터넷 질의보기'에 공개돼 있던 현직 교사의 교육감 후보 정책·공약 개발 참여에 관한 질의·답변을 근거로 선거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다.

해당 사례별 질의에는 "교육감 후보가 정책과 공약을 개발하기 위해 현장을 아는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이에 응해 교사가 정책과 공약을 개발하거나 검토하는 것이 정치적 중립 의무에 위배되는지와 교사가 선거캠프에 합류하면 선거법에 저촉되는지"를 묻는 두 가지 질문 내용이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교사가 특정 (예비)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개발·검토하거나 선거캠프에 참여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제9조, 제60조, 제86조, 제254조 위반"​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현직 교사의 단순한 정책 의견 제시와 특정 후보를 위한 정책·공약 개발 참여는 법적으로 달리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앙선관위는 다른 질의에서 "공무원이 예비후보자에게 SNS나 문자메시지, 편지 등을 통해 단순히 공약을 제시하거나 덕담을 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상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단순한 의견 개진이나 의사표시의 범위를 벗어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거나 선거운동에 이르는 경우에는 공직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으며, 구체적인 판단은 공약 등의 제시 목적과 표현방법, 전후 문맥, 후보자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논란 당시, 천 후보 측은 해당 현직 교사의 캠프 관여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천 후보 측은 3월 5일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교사가 천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학술단체에서 '정책자문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선거캠프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또 전문상담교사 간담회에서도 해당 교사는 일체의 발언 없이 경청만 했고 자신의 앞에 놓여 있던 '천호성 교육감예비후보 캠프' 명패의 내용도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천 후보 측은 이 같은 의혹을 최초 보도한 <프레시안>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그러나 전북선거관리위원회는 현직 교사의 천 후보 캠프 관여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경찰에 통보했고 경찰도 관련 내용을 검토했다.

이어 지난 5월,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는 천 후보 측 '비공개 텔레그램 대화방'에 현직 교사와 교장, 교육청 공무원 등이 참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상대 후보 측은 이들이 전략기획과 홍보, 여론조사 대응 등에 관여했다면 단순한 정책자문으로 보기 어렵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천 후보 측은 상대 후보 측 주장이 사실 개연성이 떨어지고 일고의 가치도 없는 사안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지 석 달여가 지난 현재, 당시 천 후보가 직접 현직 교사 여러 명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정책과 관련해 "여러 사람한테 체크하고 있어. 오더도 주고"라고 말한 육성이 <KBS>보도로 공개된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발언 만으로 현직 교사들이 불법 선거운동을 했거나 천 교육감이 이를 지시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핵심은 천 당시 교수가 말한 '오더'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느냐​에 있다.

단순히 학교 현장의 문제점이나 필요한 교육정책에 대해 의견을 요청한 것인지, 아니면 교육감 선거에서 사용할 구체적인 정책과 공약을 개발·검토하도록 요구한 것인지에 따라 법적 평가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더'를 받은 것으로 거론된 현직 교사들이 어떤 자료를 만들었는지, 그 자료가 천 후보의 선거공약이나 토론회·인터뷰 자료, 홍보전략 등에 활용됐는지 여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북 교원단체는 일제히 천 교육감의 책임있는 태도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는 천 교육감에게 선거 관련 의혹과 공개된 육성 녹취에 대해 책임 있는 설명을 요구하면서 "선거 당시 제기된 비공개 대화방 '천사랑' 관련 의혹이 다시 불거진 데 이어 선거자금 마련과 당선 이후 보상을 언급한 천 교육감의 육성 녹취까지 공개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북교총도 15일 성명을 내고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은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몫이지만 도민과 교육가족에게 설명하는 것은 교육감의 몫"이라며 "천 교육감은 도민과 교육가족 앞에 직접 나서 사실관계를 명확히 설명하라"고 요구했고 전북교사노조도 성명에서 "최근 KBS 전북의 연속 보도를 통해 천호성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을 둘러싼 불법 선거자금 조성 및 사전선거운동 의혹이 제기되며 전북 교육계 전반에 큰 충격과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며 "천 교육감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책임을 다해 직접 답변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KBS> 녹취 보도로 지난 3월부터 이어져 온 '현직 교사의 선거 관여' 의혹이 다시 불거지게 됐다.

천호성 교육감이 예비후보 당시 현직 교사들에게 줬다는 '오더'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이들이 실제 수행한 역할이 단순한 '정책자문'에 그쳤는지, 아니면 특정 후보의 '정책·공약을 개발·검토'하는 데까지 관여했는지, 사법당국과 선거관리위원회가 당시 주고받은 자료와 구체적인 활동 내용 등을 토대로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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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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