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특성화고, 교직원 워크숍 참석 명부를 공모사업 서명 동의자료로 활용

남부경찰서, 불송치 결정에 수사심의위 재수사 의결…교육단체 "철저한 수사 촉구"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남구에 위치한 A특성화고등학교 전경 ⓒ인터넷 갈무리

광주지역 한 특성화고가 다른 용도로 작성된 교직원 서명부를 약 4억 원 규모 국가보조금 사업의 동의자료로 사용한 사건을 경찰이 피의자 조사 없이 불송치했으나, 광주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15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광주 남구에 위치한 A고등학교는 지난해 1월 고용노동부의 '미래유망분야 고졸인력양성사업' 공모에 신청해 사업 대상에 선정됐다.

A학교는 사업 신청서에 교직원들의 서명이 담긴 명단을 첨부했다. 그러나 해당 학교 교사였던 B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 사업에 동의한 것으로 처리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A학교는 지난해 7월 사업 철회했다가 이를 번복했다. B씨는 관련자들을 경찰에 고발하자 다시 사업 철회를 약속했고, B씨는 학교 측의 요청을 받아 고발을 취하했다. 그러나 경찰이 사건을 각하한 뒤 학교는 사업 재개를 통보했다.

B씨의 감사 청구를 받은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A학교에 대한 현장감사를 시행했다. 감사 결과 다른 용도의 서명부를 전체 교직원이 사업에 동의한 것처럼 제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공모사업 심사업무를 방해한 성실의무 위반으로 판단하고 올해 1월 학교와 학교장, 담당 부장교사에게 경고 처분했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이 감사 결과 등을 첨부해 지난 2월 관련자들을 다시 고발했다. 하지만 광주남부경찰서는 "새로운 증거가 없는 동일 사건"이라며 피의자 조사 없이 불송치했다.

광주경찰청 수사심의위는 고용노동부 감사 결과와 관계기관 회신자료가 최초 고발 당시 제출되지 않은 새로운 증거라고 판단했다. 또 당사자의 동의 없이 서명부를 다른 사실을 증명하는 데 사용한 행위에 대해 사서명부정사용 및 행사 혐의를 검토해야 한다며 재수사 의견을 의결했다.

시민모임은 입장문을 내고 "감사로 비위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경찰이 피의자 조사조차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며 "광주남부경찰서는 수사심의위 의견에 따라 즉각 철저한 재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전남광주교육청은 비위 사실이 확인된 학교 관계자를 엄정하게 징계해야 한다"며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고 강제전보 등 피해를 회복할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B씨는 공익제보 이후 동료교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신고됐고 지난 2월 다른 학교로 전보됐다. 해당 동료교사는 B씨를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B씨는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누명을 입었으며, 강제 전보로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사업에 동의하지 않았는데 신청서를 확인하니 내 서명이 들어가 있었다"며 "내부에서 해결하려고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고, 사업 철회 약속을 믿고 고발도 취하했지만 사업은 다시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공익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쓴 글과 칼럼이 직장 내 괴롭힘의 근거로 사용됐다"며 "결국 다른 학교로 전보됐고 형사고소와 손해배상 소송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A학교 교장은 서명부를 무단 사용했다는 주장에 대해 "위조된 서명이 아니라 교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워크숍 참석 서명"이라며 "워크숍을 비롯해 여러 차례 해당 사업을 논의했고 그 과정에서 작성된 서명부를 신청자료에 넣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제전보에 대해서는 "학교장이 직접 조사한 것이 아니라 외부 노무법인이 한 달 동안 조사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한 결과에 따른 조치"라며 "사업은 고용노동부의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도 높다"고 해명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강병석

광주전남취재본부 강병석 기자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