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사지 않고 직접 만든 공무원…‘IT변방’ 전북에서 일어난 작은 반란

전북도 윤성호 주무관, 외부업체 손 빌리지 않고 오픈소스 기반 ‘전북AI’ 구축

3억 원 들여 99종 행정기능 구현…대통령상 수상하며 지방정부 AI 혁신 사례로

과학과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변방으로 취급받아온 전북에서 한 공무원이 외부업체의 도움 없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직접 만들었다.

전북특별자치도 행정정보과 윤성호 주무관(45·전산6급)의 이야기다.

그가 만든 ‘전북AI’는 한글 문서 작성과 자료 검색은 물론 회의 녹음·요약, 이미지·영상 생성 등 행정에 필요한 99종의 기능을 갖췄다. 지난달 말 기준 9240명이 가입해 약 27만 건의 질문을 주고받았다.

행정기관의 정보화 사업은 그동안 전문업체에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필요한 시스템이 생기면 용역을 발주하고, 개발이 끝나면 유지·보수를 다시 외부에 의존하는 방식이다.

▲윤성호 전북특별자치도 주무관. ⓒ

윤 주무관은 이 익숙한 방식을 뒤집었다. “이 정도는 우리가 직접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자신감과 도전의식이 출발이었다.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필요한 기술을 찾아 붙이고, AMD GPU 8개를 탑재한 서버를 구축했다. 새로운 AI 모델이 나오면 외부업체에 다시 개발을 맡기지 않고 담당자가 직접 검증해 교체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조도 설계했다.

여기에 전북도가 투입한 비용은 약 3억 원. 결과적으로 상당한 AI 구독료 절감 효과까지 거둘 것으로 예상되지만, 윤 주무관이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따로 있다.

기술을 외부에서 사오는 지방정부가 아니라 직접 기술을 만들어내는 지방정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윤 주무관은 2006년 임실군청에서 공직을 시작해 2010년 전북도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전산직 공무원으로 모바일 행정포털과 교육생 근태관리 시스템 등 여러 행정정보시스템을 직접 개발해왔다.

하지만 이번 AI 개발은 성격이 달랐다. AI는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특정 기술이나 업체에 종속될 경우 지속적인 비용과 관리 부담이 발생한다.

그래서 그는 처음부터 ‘누가 개발했느냐’보다 ‘누가 이어갈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개발 과정과 작업 내용을 기록하고 연구회를 만들었다.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후임자가 시스템을 이해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윤 주무관은 이를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조직의 역량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신이 만든 기술을 자신의 성과로 남기는 대신 조직의 자산으로 넘겨주겠다는 의미다.

윤 주무관에게는 또 하나의 선택이 있었다. AI 구축으로 발생한 예산 절감 효과에 따라 성과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는 자신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의 상당 부분을 포기했다.

전북도의 재정 여건을 생각하면 개인이 받는 것보다 조직과 도민을 위해 쓰이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이 대목 역시 ‘25억 원을 아낀 공무원’이라는 식으로 소비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가 보여준 것은 액수보다 공공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공직자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의 아내 정미리 씨 역시 임실군청 홍보팀장으로 근무하는 부부 공무원이다.

가족과 함께할 시간을 줄여가며 개발에 매달렸던 시간이 있었지만, 윤 주무관은 자신의 노력을 특별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에게 AI 개발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행정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10일부터 이틀간 제주도에서 열린 ‘제43회 지역정보화(지방정부 AI)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대통령 상을 받은 '전북AI'팀.가운데가 윤성호 주무관. ⓒ

그런 노력이 빛을 발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0~11일 제주에서 개최한 ‘제43회 지역정보화(지방정부 AI)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윤 주무관의 전북AI는 대통령상을 받게 된 것이다.

전국 15개 시·도가 제출한 24개 사례 가운데 본선에 오른 8개 사례 중 최우수였다.

전북도는 오는 11월까지 14개 시·군을 포함해 약 2만4000명의 지방공무원이 전북AI를 활용하도록 확대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한 전산직 공무원이 시작한 작은 실험은 전북 지방행정 전체의 업무방식을 바꾸는 플랫폼으로 커지게 된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이 시스템을 다른 지방정부도 활용할 수 있도록 열어놓았다는 점이다.

윤 주무관은 “GPU 서버만 구매하면 어느 지자체나 기관이든 가져가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했다”고 말한다.

AI 시대에 지방정부의 경쟁력은 반드시 거대한 기업이나 연구소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닐 수 있다.

때로는 행정 현장에서 불편을 발견한 한 명의 공무원이 컴퓨터 앞에 앉는 것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는 것을 윤성호 주무관은 이번 일을 통해 증명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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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홍

전북취재본부 김대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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