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공무원들이 도의회 예산 심사를 앞두고 의원실을 찾아다니며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예산 반영을 요청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내부에서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청 공무원들이 도의회의 예산 심사에 앞서 관련 사업을 설명하고 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통상적인 행정 절차다. 하지만 교육감과 도의회 사이에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실무 공무원들이 예산 삭감을 막기 위해 의원실을 찾아가 사업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실무자들이 기관 간 갈등의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예산 심사를 앞두고 의원들에게 사업의 필요성과 추진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공무원의 업무 중 하나"라면서도 "사업을 담당하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예산이 삭감될 경우 학교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업을 제대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과 공무원이 예산을 살려달라고 계속 부탁해야 하는 상황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적인 판단이나 기관 간 갈등의 문제까지 실무 공무원들이 감당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도의회의 예산 심사 권한을 부정할 수는 없다. 도의회는 교육청이 편성한 예산을 심사해 사업의 타당성과 효과, 예산의 적정성을 따지고 필요할 경우 삭감하거나 조정할 수 있다.
교육청 역시 예산을 편성한 기관으로서 의원들에게 사업의 필요성과 기대효과를 충분히 설명하고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다만 교육계에서는 예산 심사가 교육정책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 기관 간 갈등이나 정치적 관계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교육단체 관계자는 "도의회가 교육청 예산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당연하지만 예산을 심사할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해당 사업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며 "교육감과 도의회가 갈등하고 있다면 그 문제는 정치적·정책적 차원에서 풀어야지 실무 공무원들이 의원실을 찾아다니며 부담을 떠안는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예산 삭감의 결과가 학생과 학교 현장에 직접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교육환경 개선사업이나 학생 지원사업 등이 조정될 경우 교육감이나 도의원보다 실제 영향을 받는 쪽은 학생과 학부모, 일선 학교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교육계 관계자는 "예산이 불필요하거나 효과가 낮은 사업이라면 과감하게 삭감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의회의 역할"이라면서 "반대로 사업에 문제가 없다면 삭감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청도 의회가 납득할 수 있도록 사업의 효과와 예산 집행 계획을 충분히 제시해야 한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예산을 지키느냐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필요한 예산을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느냐"라고 강조했다.
교육청 내부에서도 소통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예산 심사 직전에 의원실을 찾아 사업을 설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평소 정책을 수립하는 단계부터 의회와 충분히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해야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사업의 필요성과 예산 규모를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의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교육청도 효과가 낮거나 중복되는 사업은 정리하는 등 스스로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교육청과 도의회 모두 예산 심사의 본래 취지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의회는 도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를 감시하고 교육청은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두 기관 사이에 이견이 있다면 사업의 타당성과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놓고 논의해야지, 실무 공무원들이 의원실을 찾아다니며 '예산을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방식으로 갈등이 표출돼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교육단체 관계자는 "교육예산은 교육감의 돈도 도의원의 돈도 아닌 도민의 세금"이라며 "기관 간 힘겨루기가 교육예산으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 교육청과 도의회가 학생과 학교 현장을 중심에 놓고 예산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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