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에 1000조(兆) 담기] ⑫꼬꼬무 '분쟁'…"최종 병기가 활이듯 최종 책임은 전북 도민 몫"

새만금특자체 등 대안도 진척 없어 한탄 목소리

또 분쟁이 우려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야말로 '꼬꼬무 관할권 다툼'이다. 이번엔 새만금 신항만 관할권을 둘러싼 전북자치도 군산시와 김제시·부안군이 한판 붙을 모양이다.

발단은 행안부의 중앙분쟁조정위가 새만금 신항만의 관할권을 군산시로 결정하면서 김제시와 부안군의 불복이 예고되는 등 전운이 감돌고 있다.

군산시는 적극 환영의 뜻을 표하며 상생을 제안했지만 김제시는 '불공정'을 주장하며 대법원 제소를 예고했다.

▲바다에서 바라본 새만금 신항만 공사 현장 모습 ⓒ프레시안

김재준 군산시장은 7일 기자회견을 갖고 "26만 시민의 오랜 염원에 대한 응답"이라며 "군산의 새로운 100년을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군산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군산·김제·부안갑)도 "상식적인 결론"이라고 말했지만 김제시와 같은 당의 박지원 의원(군산김제부안을)의 반발은 수위가 높은 상황이다.

김제시는 "중앙분쟁조정위의 심의과정에서 위원들의 이해충돌 소지가 있어 기피신청을 냈지만 충분한 숙의나 해명 없이 결정됐다"고 반발했다.

"오랜 염원의 응답" vs " "미래에 제동 건 결정"

초선의 박지원 의원은 7일 '행안부 중분위의 의결에 대한 유감 성명서'를 발표하고 "관할 선부터 그어 합의의 여지를 좁혔다"며 "전북의 미래 구상에 제동을 건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신항만 관할권 다툼은 단순히 지도에서 선을 하나 긋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신항을 관할하게 되면 항만을 중심으로 한 지방세·일자리·기업 유치·배후산업 개발 등 장기적인 경제적 주도권과 연결된다. 이번 갈등이 기존 새만금 매립지 관할권 다툼보다 훨씬 큰 지역의 미래 주도권 경쟁으로 번진 이유이기도 하다.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인 새만금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 가장 격렬한 분쟁의 지역이기도 하다.

바다와 땅을 길고 긴 선으로 그어 갈르는 '1·2호 방조제' 분쟁은 김제시·부안군과 군산시의 2차 법정다툼까지 갔다.

정부가 1호와 2호 방조제 관할을 각각 부안군과 김제시로 결정하자 군산시가 반발하고 나섰다. 공방은 10년 넘게 지루하게 이어졌다.

대법원이 2021년에 1호 방조제는 부안군, 2호 방조제는 김제시 관할이라는 정부 결정을 유지하면서 1호 부안군에 2호 김제시, 3~4호 군산시 관할로 분쟁을 마무리했다.

▲갈등과 마찰의 서막에 불과했다. 방조제 권할이 종지부를 찍자 이번엔 '매립지'로 전선이 이동하는 등 새로운 다툼이 이어졌다. ⓒ

그러나 이것은 갈등과 마찰의 서막에 불과했다. 방조제 권할이 종지부를 찍자 이번엔 '매립지'로 전선이 이동하는 등 새로운 다툼이 이어졌다.

방조제 안쪽에 새로 만들어진 땅은 어느 시·군의 영토인가?

이 질문은 산업단지와 농생명용지 등을 놓고 답을 요구했다. 결국 새만금 산단 1·2공구는 군산시가, 농생명용지 5공구 일부는 김제시가 각각 관할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일부 관광·환경생태용지와 잼버리 부지는 부안군으로 관할이 결정됐다.

이때부터 분쟁의 성격은 기존의 "방조제가 어느 시·군 소유냐"에서 "새로 만들어진 땅을 어느 시·군이 차지하느냐"의 영토 분할로 이동했다.

방조제와 내부토지 이후의 전선은 방수제였다.

방조제와 방수제는 물의 유입을 막는 제방에 해당한다. '방조제'는 바닷물이 간척지로 넘어오지 못하게 바다 쪽에 설치하는 둑인 반면에 '방수제'는 방조제 안쪽에 담수호나 홍수 시 물이 넘치지 않도록 쌓는 제방을 말한다.

동서도로 갈등은 판 키운 일대 사건

만경7공구 방수제를 놓고 관할권 다툼이 벌어졌고 2024년 8월 중앙분쟁조정위는 김제시의 손을 들어줬다. 만경강의 위치와 매립지 이용의 효율성, 행정 효율성, 주민 편의 등이 고려된 결정이었다.

새만금 동서도로는 관할권 갈등을 다시 크게 키운 일대 사건이었다. 동서도로는 새만금 신항과 김제 진봉면을 연결하는 약 16.4㎞의 도로를 말하는데 지난 2020년 개통됐다.

군산과 김제가 이 도로의 관할권을 놓고 대립각을 형성했고 중분위는 지난해 2월 김제시 관할로 결정했다.

하지만 군산시가 불복해 소송을 예고했고 이후 새만금 관할권 문제가 다시 법원으로 넘어가는 양상이다.

2025년에는 스마트 수변도시가 새로운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그해 4월 중분위는 새만금 2권역 복합개발용지 가운데 스마트 수변도시 6.6㎢를 김제시 관할로 결정했고 군산시와 부안군은 행정 효율성과 주민 편의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며 대법원으로 가져갔다.

새만금개발청에 따르면 약 6.25㎢ 넓이의 수변도시 내 계획인구는 약 2만1000명이며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약 2조원의 사업비를 투자하게 된다. 한쪽에서는 도시의 주택용지를 분양하고 다른 쪽에서는 지자체가 싸움을 하는 양상이다.

새로 생기는 땅과 각종 시설물의 관할권 다툼은 지자체 입장에서 보면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

전북 서해안의 대역사인 새만금은 군산·김제·부안 등 3개 시·군 앞바다를 메워 땅을 만든 409㎢ 규모의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국비를 투입해 방대한 땅을 조성하는 사업인 만큼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경제적 몫'이 달라질 수 있다.

국립군산대의 이양승 교수(무역학과)는 "수도권 과밀화로 인해 비수도권 지자체는 성장의 한계라는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며 "새만금은 군산과 김제, 부안 등 세 지자체 입장에서 기존 도시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꿈의 성장공간이란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꼬리에 꼬리는 무는 영토전쟁에 새만금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진 상태이다. 갈등과 마찰은 전북의 미래를 옥죄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되고 말았다.

이양승 교수는 "새만금과 관련해 그동안 '언제쯤 날개를 펼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아왔다"며 "이제 질문이 바뀔 시점이다. '어떻게 제대로 날게 할 것인가?'로 바뀔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항공 사진으로 본 새만금 남북도로의 위용 ⓒ새만금개발청

전북지역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3개 지자체 공무원들이 식당 안에서 같은 자리에 앉는 것조차 꺼려하는 판인데 누군들 새만금의 미래를 꿈꿀 수 있겠느냐"며 "지역 이기주의에 매몰돼 전북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를 무한대로 허비하는 꼴"이라고 한탄했다.

새만금특별지자체 추진 등 현안 공회전

분쟁을 줄이기 위해 새만금특별지자체 추진 등 설득력 있는 대안도 정작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오늘의 다툼에 휘말려 내일의 희망을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홍석빈 우석대 교수(교양대학)는 "최종병기가 활이듯 최종 책임은 전북도민에게 있는 것"이라며 "갈등과 분쟁의 시대를 끝내고 이제부터 작은 석세스 스토리, 즉 성공이야기를 하나둘씩 만들어 가려는 실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