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작가의 시선

젠슨 황의 1천만 달러와 이동채의 100억 원, 그리고 네팔의 재난 복구

[이대환 칼럼] 젠슨 황의 1천만 달러와 이동채의 100억 원, 그리고 네팔의 재난 복구

▲이대환 작가, 저서로는 '박태준 평전' '붉은 고래' '총구에 핀 꽃' '슬로우 불릿' '누가 어떻게 포항지진을 불러냈나' 등 다수ⓒ이대환 제공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기후온난화에 파괴된 빙하 홍수로 엄청난 재난을 당한 네팔에 1천만 달러(약 135억 원)를 기부한 뉴스가 우리 국민의 눈길을 끌었다. '통 큰 기부'라는 찬사도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지구촌의 수십 억 명이 그 뉴스를 보았을 것이고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6일, 일요일 한낮이었다. 나는 포항 철길숲길의 한 카페에 들러 산책의 발길을 쉬어가게 되었다. 내 곁에는 저마다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씩을 탁자 위에 올려놓은 아주머니들이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어느 순간이었다. 그들이 젠슨 황의 1천만 달러 기부에 대해 "통 큰 남자"라면서 다투어 덕담을 보탰다.

뜨거운 1800원짜리 아메리카노 커피가 적절히 식어주기를 기다리며 혼자서 생각의 여행을 즐기고 있던 내가 '통 큰 남자'라는 말에 끌려서 좀 싱겁게 아주머니 넷을 한꺼번에 상대하러 일어섰다.

"네 분이 다 포항에 살고 계시나요?"

내가 점잖게 물었더니 세 개의 반응이 차례로 나왔다.

"예에."

" 왜 그러세요?"

"너무 시끄러웠나요?"

나는 손사래부터 치고 미소를 머금었다.

"앤비디아 주식도 가지고 있나요?"

두 개의 반응이 거의 동시에 나왔다.

"앤비디아요? 젠슨 황?"

"우리는 미국 주식에는 관심 없어요."

내가 다시 가만히 물었다.

"이동채 회장이라는 사람은 아세요?"

이번에는 반색하는 반응이 줄을 지었다.

"에코프로 회장이잖아요?"

"포항 사람이라던데요."

"몇 년 전에 우리 시아버님은 에코프로 주식 팔아서 냉장고 테레비 바꿔주시고 당신 차를 기아 제네시스로 바꾸셨는데."

"동생이 포항 에코프로 다녀요."

1800원짜리 아메리카노 독잔(獨盞)이 알맞게 식었을 참에 내가 수첩을 찾아 읽듯이 말했다.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은 2022년 9월 6일, 바로 오늘인데, 힌남노 태풍이 재난을 일으켰을 때 포항에 100억 원을 기부했잖아요?"

문득 아주머니들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서로를 쳐디보더니 무릎 치듯 한마디씩 뱉었다.

"맞네요."

"겨우 4년 전인데 까맣게 까먹었네요."

"아이구, 미안해라아~."

"포항 남자 이동채가 중국 남자 젠슨 황보다 통이 더 컸네요."

이때 나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을 간신히 안으로 구겨 넣었다. 낯선 아주머니들에게는 차마 할 말이 아니었던 그것을 여기에다 독백으로 내놓자면, 이러하다.

"이번 네팔 재난 복구에는 트럼프가 한번 '통 큰 남자'로 나설 수 없는가? 트럼프가 트윗에다 '네팔 복구에 필요한 총예산에 대해 세계 각국이 탄소배출량에 비례하는 기부금을 내놓자'고 한다면 얼마나 칭송 받겠는가? 하지만 못하겠지. 지구온난화가 이산화탄소 배출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 순전히 사기치는 헛소리라고 우겨대는 대통령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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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호

대구경북취재본부 김기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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