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사업 1600억 문제"라던 천호성 교육감, 닷새 만에 "도의회는 중요한 파트너"

추경 심의 앞두고 주간정책회의서 "의회 더 존중하고 연대·협력"...1600억 발언에 대한 구체적 설명·유감 표명은 없어

전북특별자치도의회를 향해 이른바 '의원 사업' 1600억 원을 거론하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던 천호성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이 닷새 만에 "도의회는 우리의 아주 중요한 파트너"라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도의회를 발끈하게 했던 '1600억 원'의 산출 근거나 문제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추가 설명 없이 관계 개선 메시지만 내놓으면서 논란의 불씨는 그대로 남겨 놓았다는 지적이다.

천호성 교육감은 31일 오전 열린 주간정책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최근 도의회와의 갈등을 의식한 듯 마무리발언에서 도의회와의 '관계 개선'에 할애했다.

천 교육감은 "지난주 언론이나 방송 등을 통해 들었겠지만 본의 아니게 여러 가지 오해가 있어서 논쟁이 되는 사안들이 있다"면서 "도의회는 우리의 아주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어 "도민들에 의해 선출된 분들이고 그런 점에서 굉장히 예우해 드리고 싶다"며 "어떤 내용에 대해 설명해 드려야 할 일이 있으면 충분하게 의원님들께 설명하고 협조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교육감도 이 자리를 빌려 특별히 의회를 더 존중하면서 연대하고 협력해 갈 생각"이라며 "더 노력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불과 닷새 전 도의회를 향해 쏟아 냈던 '작심발언'과는 상당한 온도 차다.

천 교육감은 지난 26일 취임 후 처음 가진 출입기자단 차담회에서 "현재 의회와 소통이 잘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예산 편성 과정에서 이른바 '의원 사업'이 직접 들어오는 것은 근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교육감직 인수위원회의 분석 결과를 근거로 지난 4년 간 전북도의원들과 관련된 사업 규모가 약 16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천 교육감은 당시 "인수위에서 130개 사업을 재검토해 10개 정도를 문제가 있는 사업으로 판단했고, 다시 전문가와 관계자들에게 검토를 맡긴 결과 7개 정도는 교육청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사업 적정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원 관련 사업이라고 해서 문제가 있는데도 그대로 추진할 수는 없다. 이번 기회에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겠다"고 까지 했다.

도의원들의 예산 개입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1600억 원'이라는 구체적인 액수와 함께 130개 사업, 10개 문제 사업, 최종 7개 부적정 사업까지 거론한 만큼 도의회 입장에서는 사실상 의회의 예산 활동 전반을 문제 삼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문제는 천 교육감이 이날 주간정책회의에서는 당시 발언으로 촉발된 핵심 쟁점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1600억 원을 어떤 기준으로 '도의원 관련 사업'으로 분류했는지, 130개 사업은 무엇인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10개 사업과 최종적으로 '사업 적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7개 사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당시 발언이 사실이라면 도민의 세금과 교육재정 운용의 적정성에 관한 중대한 문제인 만큼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반대로 표현이나 통계가 과도해 도의회의 정당한 예산 심의·정책 제안 활동까지 '의원 사업'으로 뭉뚱그려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라면 그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나 유감 표명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천 교육감은 이날 이를 "본의 아니게 여러 가지 오해가 있어서 논쟁이 되는 사안"이라고 표현했을 뿐, 무엇이 오해이고 무엇이 사실 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전북교육청이 제출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도의회 심의를 앞둔 민감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날 발언의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북교육청은 기정예산보다 1415억 원 증가한 4조8471억 원 규모의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천 교육감의 새로운 교육 비전과 공약·핵심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도의회의 예산 심의와 협조가 불가피하다.

때문에 지난주까지만 해도 도의회의 예산 관행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던 천 교육감이 추경 심의를 앞두고 "중요한 파트너", "예우", "존중", "연대와 협력"을 잇따라 강조한 것은 악화된 의회와의 관계를 수습하려는 메시지로 읽힌다.

다만 공개적인 기자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하며 의회를 겨냥해 문제를 제기했다면 그에 대한 해명이나 관계 회복 역시 보다 분명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천 교육감이 진정으로 의회를 존중하고 연대·협력하겠다면 우선 자신이 제기한 1600억 원의 실체와 문제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해 논란을 사실관계부터 정리해야 한다. 의회와의 관계를 풀기 위한 첫 단추 역시 '존중'이라는 수사보다 자신이 던진 문제 제기에 대한 책임 있는 설명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북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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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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