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윤의 건강한 식품이야기] ⑦카페인 권하는 사회

에너지드링크와 디카페인 사이에서

▲ 같은 커피라도 원두와 추출 방식, 잔의 크기에 따라 한 잔에 든 카페인 양은 제각각이다. 중요한 것은 커피 잔 수가 아니라 하루 동안 마신 카페인의 총량이다. ⓒ프레시안(문상윤)

카페인은 커피에만 있지 않다. 콜라와 초콜릿, 녹차와 홍차에도 들어 있고 감기약과 두통약에도 숨어 있다. 여기에 한 캔에 카페인을 몰아 담은 에너지드링크까지 더하면 현대인은 하루 종일 카페인에 둘러싸여 산다. 앞선 글에서 적당한 커피는 대체로 이롭다고 했지만 그 전제는 '적당히'였다. 문제는 카페인이 얼마나, 그리고 어디에 몰려 있느냐다.

가장 흔한 함정은 커피 잔 수만 세는 것이다. 카페인은 여러 음료와 식품에 흩어져 들어오고 몸속에서는 그 총량이 합산된다. 오전에 커피 두 잔, 점심에 콜라, 오후에 에너지드링크 한 캔, 저녁에 녹차 한 잔을 마셨다면 커피는 두 잔뿐이라도 카페인 총량은 이미 상당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카페인 하루 최대 섭취량을 성인 400㎎ 이하, 임신부 300㎎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은 체중 1㎏당 2.5㎎ 이하로 제시한다. 체중 50㎏ 청소년이라면 하루 125㎎, 에너지드링크 한두 캔이면 이미 가득 차는 양이다.

에너지드링크가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카페인이 높은 데다 당까지 많고 무엇보다 청소년이 즐겨 찾는다. 식약처 조사에서 고카페인 음료를 주 3회 이상 마시는 중·고등학생 비율은 2015년 3.3%에서 2019년 12.2%로 빠르게 늘었다. 청소년은 성인보다 카페인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져 불면과 불안, 가슴 두근거림을 더 크게 겪는다. 성장기에 카페인을 과하게 먹으면 철분과 칼슘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26년 미국심장협회는 적당한 커피는 대체로 안전하다고 하면서도 에너지드링크처럼 카페인이 몰린 제품은 혈압 상승과 부정맥 같은 위험과 연관된다고 경고했다. 에너지드링크를 술과 섞어 마시는 것은 특히 위험하다.

우리 사회는 이미 이런 위험에 제도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은 액체식품 1㎖당 카페인이 0.15㎎ 이상이면 포장에 '고카페인 함유'를 표시하도록 하고 학교 매점과 자판기에서는 커피를 포함한 고카페인 음료의 판매를 금지한다. 소비자로서 할 일은 간단하다. 포장의 '고카페인' 표시와 카페인 함량(㎎)을 확인하는 것이다. 특히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아이가 무엇을 마시는지 총량으로 살펴야 한다.

카페인을 줄이려는 흐름에서 디카페인 커피가 빠르게 자리를 넓히고 있다. 카페인은 덜고 싶지만 커피의 맛과 향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선택이다. 디카페인은 생두 상태에서 물이나 이산화탄소, 용매를 이용해 카페인을 미리 제거해 만든다. 다만 '디카페인'이 '무(無)카페인'은 아니다. 소량의 카페인이 남아 한 잔에 대개 몇 ㎎ 정도가 들어 있다. 그럼에도 카페인을 크게 줄이면서 커피의 폴리페놀 같은 성분은 상당 부분 남는다는 점에서 저녁 시간이나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 임신부에게 합리적인 대안이 된다.

카페인을 아예 피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곡물을 볶아 만든 '대체 커피'도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른다. 이탈리아에서 오래 즐겨 온 카페 도르초(caffè d'orzo)는 보리를 볶아 내린 음료이고 치커리 뿌리를 볶아 커피처럼 마시는 전통은 프랑스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귀리와 현미, 볶은 콩 같은 곡물을 활용한 무카페인 음료도 늘고 있다. 이들은 엄밀히 말해 커피가 아니지만 곡물을 볶을 때 생기는 구수한 향과 진한 빛깔이 커피와 닮아 카페인 걱정 없이 '커피 같은 한 잔'을 원하는 사람에게 대안이 된다.

정리하면 카페인은 잘 쓰면 유용한 각성제이지만 한곳에 몰리면 부담이 된다. 오후 늦게는 디카페인이나 카페인이 없는 음료로 갈아타고 여러 음료에 흩어진 카페인을 총량으로 세어 보며 청소년과 임신부는 한층 더 주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카페인을 끊었을 때 생기는 두통은 대개 며칠간 서서히 줄이면 가라앉는다. 카페인을 권하는 사회일수록 내가 오늘 얼마나 마셨는지를 스스로 헤아리는 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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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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