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윤의 건강한 식품이야기] ⑥커피, 약인가 독인가

매일 마시면서도 늘 궁금한 그 한 잔

▲ 커피는 각성 성분인 카페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수백 가지 향과 기능성 성분이 어우러진 한 잔이다. ⓒ프레시안(문상윤)

많은 사람이 아침을 커피로 연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작은 죄책감이 있다. '이렇게 매일 마셔도 괜찮을까.' 커피만큼 오래, 널리 사랑받으면서도 몸에 좋은지 나쁜지 꾸준히 의심받아 온 음료도 드물다. 결론부터 말하면 커피는 약도 독도 아니다. 다만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지는 마시는 방식이 정한다.

커피의 대표 성분은 카페인이다. 카페인은 졸음을 부르는 물질인 아데노신의 작용을 막아 각성을 일으킨다. 그러나 커피는 카페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클로로겐산 같은 폴리페놀을 비롯해 수백 가지 성분이 들어 있고 커피의 건강 효과를 이야기할 때는 이 전체를 함께 보아야 한다.

커피에 대한 평가가 시대에 따라 뒤집혔다는 점은 짚어 둘 만하다. 과거의 연구는 커피에 부정적인 편이었다. 1991년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커피를 방광암과 관련해 '발암 가능성이 있는' 등급(2B군)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 인상의 상당 부분은 커피 자체가 아니라 연구 설계의 한계에서 비롯되었다. 과거에는 커피를 즐기는 사람 중 흡연자가 많았는데 초기 연구들이 흡연의 영향을 충분히 걸러 내지 못한 탓에 커피가 애먼 누명을 썼다. 실제로 2016년 IARC는 1,000편이 넘는 연구를 다시 검토한 뒤 커피를 발암물질 목록에서 빼고 '분류할 수 없음'(3군)으로 재분류했다.

또한 초기의 우려가 각성 성분인 카페인에 쏠려 있었다면 최근 연구는 커피 속 다양한 성분 전체를 함께 본다. 항산화 작용을 하는 클로로겐산과 트리고넬린이 대표적이다. 카페인을 뺀 디카페인 커피에서도 제2형 당뇨병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이 관찰된다는 사실은 커피의 이로움이 카페인만의 몫이 아님을 시사한다.

최근의 연구는 대체로 커피에 우호적이다. 여러 메타분석 연구를 보면 하루 서너 잔의 커피는 전체 사망률과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낮은 것과 연관되었다. 연구진은 적당한 커피 섭취가 '해롭기보다 이로울 가능성이 크다'고 정리했다(Poole 외, 2017). 이후 의학 학술지에 실린 연구 결과도 같은 방향이었다. 카페인이 든 커피가 심혈관질환이나 암 위험을 높이지 않으며 하루 3~5잔의 섭취가 여러 만성질환 위험의 감소와 일관되게 연관되었다는 것이다(van Dam 외, 2020). 제2형 당뇨병과 파킨슨병, 간질환과 간암에서 특히 그런 경향이 관찰되었다. 다만 이들 대부분은 관찰 연구이므로 커피가 병을 '막아 준다'고 단정하기보다 '해로울 이유는 크지 않다'는 쪽으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최근 몇 년의 연구는 여기에 구체적인 결을 더한다. 2024년 영국 바이오뱅크의 대규모 분석에서는 하루 3잔가량의 적당한 커피 섭취가 제2형 당뇨병·심장병·뇌졸중이 함께 나타나는 '심장대사질환'의 발병 위험을 크게 낮추는 것과 연관되었다(Lu 외, 2024). 2025년에는 '언제 마시는가'가 주목받았다. 미국 성인 4만여 명을 추적한 연구에서,커피를 주로 아침에 마신 사람은 하루 종일 나눠 마신 사람보다 전체 사망과 심혈관 사망 위험이 낮았다(Wang 외, 2025). 그리고 2026년 미국심장협회(AHA)는 하루 400mg가량의 카페인이 대다수 성인에게 안전하며 심장질환·뇌졸중·당뇨 위험 감소와 연관될 수 있다고 정리하면서도 에너지드링크처럼 카페인이 몰린 제품은 혈압 상승과 부정맥 같은 위험과 연관된다고 경고했다. 흐름은 분명하다. 적당한 커피는 대체로 이롭고 문제가 되는 것은 과한 카페인, 그리고 함께 든 당과 첨가물이다.

그렇다면 커피가 '독'이 되는 경우는 언제인가? 첫째는 과한 카페인이다. 지나치면 가슴 두근거림과 불안, 손 떨림, 불면이 나타난다. 둘째는 개인차다. 카페인을 분해하는 속도는 사람마다 유전적으로 다르다. 같은 한 잔에도 어떤 이는 멀쩡하고 어떤 이는 밤을 지새운다. 셋째는 시간이다. 오후 늦게 마신 커피는 카페인이 몸에 남아 그날 밤잠을 방해한다. 여기에 속쓰림이나 위산 역류가 있는 사람, 그리고 임신부는 별도의 주의가 필요하다.

얼마가 적당한가?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건강한 성인이 하루 400㎎까지 한 번에 200㎎까지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은 대체로 안전하다고 보았다. 커피 한 잔에 든 카페인이 대략 80~100㎎이니 하루 4~5잔가량이 기준선인 셈이다. 우리나라 식약처도 성인이 하루 400㎎까지는 대체로 안전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임신부에게는 하루 200㎎ 이내가 권장된다. 물론 이 숫자보다 더 정확한 기준은 자신의 몸이다. 잠을 설치거나 가슴이 두근거린다면 그것이 줄여야 한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다.

사실 커피에서 정작 조심할 것은 커피 그 자체가 아니라 거기에 더해지는 것들이다. 시럽과 휘핑크림, 설탕을 잔뜩 넣은 커피 음료는 이미 음료가 아니라 디저트에 가깝다. 커피 본연의 이점과는 별개로 당과 열량이 과해진다. 커피의 건강을 이야기할 때 전제가 되는 것은 대개 이런 첨가물이 적은 담백한 한 잔이다.

커피는 약이 아니므로 병을 낫게 하지 않고 독도 아니므로 겁낼 대상도 아니다. 대다수에게 적당한 커피는 해롭지 않으며 이로운 면도 있다. 관건은 얼마나 언제, 무엇을 더해 마시느냐다. 매일의 그 한 잔을 자기 몸에 맞게 즐기는 것, 그것이 커피를 가장 건강하게 마시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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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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