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선 고속화 사업에 가칭 '전주월드컵경기장역'을 신설하는 방안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주에 두 번째 KTX역을 만드는 것 자체보다 주목되는 것은 국토교통부가 당초 삼례역 인근의 철도 선형을 개량하려던 계획을 바꿔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새로운 KTX 정차지로 선택했다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전라선 고속화 사업의 경제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그동안 철도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서전주권과 전북혁신도시의 새로운 KTX 수요를 흡수하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북CBS 노컷뉴스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은 지난 7월 23일 국가철도공단에서 열린 '전라선 고속화 예비타당성조사 사업 관련 지자체 설명회'에서 기존 계획을 변경한 사업안을 제시했다.
변경안의 전북구간 핵심은 당초 삼례역 인근 곡선구간을 개량하려던 계획 대신 익산~전주 구간에 가칭 '전주월드컵경기장역'을 신설하는 것이다.
월드컵경기장 서편 부지를 활용해 새로운 철도노선을 지하로 통과시키고 '지하 정차역'을 건설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전라선 고속화는 익산에서 여수까지 약 179㎞ 구간의 급곡선 등을 개량해 열차 운행시간을 단축하는 사업이다. 지난 2024년 10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에 선정됐고 같은 해 12월부터 KDI가 예타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예타 과정에서 경제성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업계획을 조정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전주의 서북부 관문에 자리하고 있다. 바로 옆으로 호남고속도로 전주IC가 지나고 전북혁신도시와의 거리는 약 5㎞에 불과하다. 만성지구를 비롯한 서전주권과 완주지역에서도 접근하기 용이하다.
반면 현재 전주 KTX 이용의 중심인 전주역은 전주시 동부권에 위치해 있어 전북혁신도시의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이전 공공기관이나 서부권 주민들이 KTX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도심을 가로질러 전주역까지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월드컵경기장에 KTX역이 들어서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주IC와 KTX역, 전북혁신도시가 짧은 거리 안에서 연결되면서 전북혁신도시가 사실상 KTX 역세권으로 편입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정부가 추진할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도 맞물릴 수 있다.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과정에서 수도권과의 접근성은 이전기관과 임직원들이 중요하게 보는 정주여건 가운데 하나다. 혁신도시 인근에 KTX 접근망이 구축될 경우 전북이 추가 공공기관을 유치하는 데 교통 측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전북도가 국민연금공단을 중심으로 추진해 온 제3금융중심지 조성에도 긍정적인 교통 인프라가 될 수 있다.
금융산업은 서울을 비롯한 국내외 금융기관과의 신속한 접근성이 중요한 만큼 국민연금공단에서 차량으로 10분 안팎 거리에 KTX역이 들어설 경우 전북혁신도시의 교통 접근성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전주IC와 서전주권, 전북혁신도시라는 새로운 배후수요를 KTX 이용권으로 끌어들여 전라선 고속화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입지라는 점이 핵심이다.
실제 변경안은 KTX와 ITX-마음의 운행 방식까지 월드컵경기장역 신설을 전제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X의 경우 익산역에서 월드컵경기장역에 정차한 뒤 기존 전주역을 통과해 남원역으로 향하는 이른바 '스킵스톱'(열차별로 서는 역과 건너뛰는 역을 다르게 지정해 운영) 방식이 제시됐다. 반면 'ITX-마음'은 익산~월드컵경기장~전주~임실~오수~남원역에 정차하는 방안이다.
이는 월드컵경기장역이 단순한 보조역이 아니라 기존 전주역과 일정 부분 KTX 수요를 나눠 갖는 새로운 거점역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월드컵경기장역 정차로 기존 전주역의 KTX 정차 횟수가 줄어들 경우 전주 동부권을 중심으로 이용객 불편과 지역 내 이해관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신설역으로 창출되는 신규 이용객이 기존 전주역 이용객의 단순 이동인지, 아니면 혁신도시와 서전주권 등에서 실질적인 신규 철도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도 향후 경제성 평가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역은 아직 건설이 확정된 사업이 아니다. 전라선 고속화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과정에서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제시된 변경안인 만큼 앞으로 KDI의 경제성·정책성 평가 등을 통과해야 한다.
그럼에도 당초 삼례 인근 철도 선형개량에 머물렀던 전라선 고속화 사업이 월드컵경기장 KTX역 신설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전주 동부권의 기존 전주역에 더해 서부권에 새로운 KTX 관문이 만들어질 경우 전북혁신도시와 서전주권의 교통체계는 물론 전주권 전체의 공간구조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전라선 고속화 예타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월드컵경기장역이 전주역의 수요를 나눠 갖는 두 번째 역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혁신도시와 서전주권의 새로운 철도수요를 만들어 전라선 고속화를 살리는 새로운 관문이 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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