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4개월 된 아들 '해든이'를 끔찍한 학대 끝에 숨지게 한 30대 친모가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감형 받은 순간 방청석에서 짧은 외마디와 함께 탄식이 터져 나왔고 법정은 흐느낌으로 가득 찼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황진희 재판장)는 25일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친모 A씨(34)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아동 유기·방임 등 혐의로 기소된 친부 B씨(36)와 검사의 항소는 모두 기각하고 1심과 같은 징역 4년 6개월을 유지했다.
이날 마스크와 안경을 쓴 채 먼저 법정에 들어선 A씨와 잠시 후 입장한 B씨는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였다. 방청석에는 이들의 엄벌을 촉구해 온 시민모임 '프리해든스' 회원들이 자리를 지켰다.
재판부는 먼저 A씨의 범행에 대해 "자신이 보호하고 양육해야 할 자녀를 잔혹한 신체적 학대의 대상으로 삼다 생명을 앗아갔다"며 "인간의 존엄을 짓밟은 비인간적 범행으로 반사회성이 매우 크고 사회에 큰 충격과 분노, 슬픔을 안겼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도 "무기징역은 사형 다음으로 중한 형으로, 수형자를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것이 정당화될 객관적 사정이 분명히 인정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감형 사유로 ▲범행이 우발적 분노 표출에 가깝고 치밀하게 계획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범행 직후 119에 신고하고 응급처치를 시도한 점 ▲홈캠 등 증거를 은폐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은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만 33세로 교화와 개선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을 영구히 격리시키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은 죄형균형의 원칙에 비추어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장기간의 유기징역형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반면 친부 B씨에 대해서는 "아버지로서 아내의 학대 행위를 제지하고 분리 조치하는 등 노력했다면 비극적 결과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책임을 외면한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선고에 앞서 황 재판장은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전국에서 수많은 엄벌 탄원서가 들어왔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 많은 고심을 했다"며 로마 황제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재해석한 '죽을 때까지 나를 다스린다는 것'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이어 "잘못을 저지른 사람도 우리와 같은 부족한 인간"이라며 "형벌은 책임을 지고 사회로 돌아오기 위한 갱생의 기간이며, 안전한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고독이 아닌 연결과 협력"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의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을 징역 35년에 처한다"는 주문이 낭독되자 방청석은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됐다. 일부 방청객들은 오열하며 자리에 주저앉았고 선고가 모두 끝난 뒤에도 한동안 법정을 떠나지 못하고 대성통곡했다.
한편 해든이 친모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전남 여수 자택에서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19차례에 걸쳐 던지고 짓누르는 등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당일에는 아이가 대변을 봤다는 이유로 약 18분간 폭행하고 물을 채운 아기 욕조에 2~3분간 방치했다.
부검 결과에 따르면 해든이는 뇌출혈, 복막혈 등 다발성 외상에 따른 출혈성 쇼크 및 다발성 장기부전 등 심각한 외상으로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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