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AI가 반도체보다 전북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 [이춘구 칼럼]

정부가 서남권 반도체 기지 조성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격전을 벌이자며 사업 주체들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전라권의 맹주 전북으로서는 안타까운 입장이다.

전북이 전주·완주를 통합했더라면 최소 절반의 정책적 혜택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전북은 피지컬AI가 있다. 현대차그룹의 새만금AI를 비롯해 전주권의 실증단지 조성 등이 추진되고 있다.

이 사안은 단순히 "반도체를 놓쳤다!" 또는 "피지컬AI를 얻었다!"는 감정적 논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 지역의 수용능력, 장기 성장잠재력, 산업생태계 형성 가능성, 국가균형발전 기여도 등의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정책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전북은 다른 지역보다 산업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절대효과(생산액)보다 상대효과(지역경제 변화율)가 훨씬 중요하다.

같은 1조 원 투자라도 수도권보다 전북에서 훨씬 큰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산업을 비교하면, 피지컬AI는 AI로봇을, 반도체는 메모리·시스템반도체를 핵심제품으로 한다.

시장성장 면에서도 전자가 초고속 성장하는 반면에 후자는 안정적 성장이 예상된다. 피지컬AI는 이제 막 시작되는 신산업이며, 제조업과 AI 융합산업으로 분산형 생산과 기술주기가 매우 빠르다는 특징이 있다.

반도체는 반도체는 이미 성숙기에 들어간 초대형 제조업이며, 대규모 장치산업으로서 기술주기가 길다. 경제적 효과를 비교하면 피지컬AI는 로봇 제조, 센서, AI, 소프트웨어, 부품산업 등이 동시에 성장한다.

즉 연관산업 효과가 매우 크다. OECD에서도 신산업일수록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기존 제조업보다 크다고 평가한다.

반도체는 생산액이 매우 크며, 수출효과가 막대하고, 국가 GDP 기여도가 높다. 그러나 자동화율이 매우 높고 지역 내 소비유발 효과는 제한적이다. 투자 규모에 비해 고용창출은 적다. 반도체 공장은 자동화율이 높아 투자 규모에 비해 고용은 적다.

반면 피지컬AI는 로봇개발, AI, SW, 센서, 유지관리 등에서 지속적인 고용이 발생한다. 새만금 피지컬AI 정부 투자가 100조 원으로 확대되면, 생산유발 190~240조 원, 부가가치 70~90조 원, 그리고 취업유발 50~8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반도체 기지 조성에 800조 원이 투자된다면 생산유발은 1,500~1,760조 원, 부가가치는 약 520~640조 원, 그리고 취업유발은 누적 200만~3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은행 산업연관표를 기반으로 투자 10조 원당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 피지컬AI가 부가가치 유발액이 최대 9조원으로 반도체보다 1조원이 더 높다.

취업유발도 최대 8만 명으로 반도체보다 두배 더 많으며, 창업기업은 수백 개로 반도체보다 10배 더 많고 지역기업 참여도 반도체는 제한적인데 비해 피지컬AI는 매우 높다.

산업생태계 형성을 보면, 피지컬AI는 수천 개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산업이며, 반도체는 대기업 중심이다. 즉 삼성이나 SK가 핵심이다.

이런 점에서 생태계 규모는 피지컬AI가 훨씬 넓다. 지역발전 효과를 예상하면, 피지컬AI는 지역의 대학, 연구소, 중소기업, 스타트업, 부품기업 모두가 참여한다.

따라서 지역혁신체계(RIS)를 구축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 반도체는 초대형 공장 하나가 지역경제를 견인한다. 그러나 지역기업 참여는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미래 성장성면에서도 세계 주요 기관들은 AI와 로봇을 차세대 핵심 성장산업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은 산업용 로봇 보급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들도 AI 기반 로봇과 피지컬AI 시장이 '고성장 초기시장'이어서 향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북에는 무엇이 더 유리한가? 전북은 삼성 본사가 있는 곳도 아니고, 대규모 반도체 협력기업이 집적된 지역도 아니다.

반면 전북은 새만금, 넓은 산업용지, 재생에너지, 현대자동차 상용차 기반, 농생명 산업, 국방산업, 스마트농업 등 피지컬AI를 적용할 산업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즉, 피지컬AI는 전북의 기존 산업과 결합해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춘구 칼럼니스트(前 KBS 모스크바 특파원)ⓒ

전북이 아쉬워해야 할 것은 반도체 기지를 받지 못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피지컬AI 프로젝트를 반도체 수준의 국가사업으로 키우지 못하는 것이다.

향후 필요한 정책은 국가 피지컬AI 로봇파운드리 조기 구축, 현대차 중심 로봇 클러스터 확대, 로봇부품 기업 유치, AI 반도체 실증단지 구축, 국가 AI 로봇 시험인증센터 설치, 전북대·군산대·원광대 등과 연계한 AI·로봇 전문인력 양성, 농생명·재생에너지·국방 분야와 피지컬AI의 융합 실증 등이다.

정부의 메가프로젝트를 '반도체 대 피지컬AI'라는 제로섬 경쟁으로 바라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피지컬AI는 차세대 성장동력이자 지역혁신의 핵심 축으로 기능할 수 있는 반면에 반도체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이다.

전북의 과제는 반도체 기지 와 연대하는 벨트 전략을 구축할 뿐 아니라 피지컬AI를 전북형 산업혁신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국가 전략사업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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